한국일보

뉴욕 공립고교의 역사교실

2016-06-07 (화) 김은주 뉴욕시 공립교 과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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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딸들에 의하면, 동포 3세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역사 수업시간에 우리 할머니 나라에 관한 이야기나 질문이 나오면 정신이 바짝 든다고 한다. 한 예로 엊그젠 역사 시간에 선생님이 질문을 했다고 한다. Do you know why the Koreas are divided? (왜 한반도가 두 나라로 갈라졌는지 알아요?) 그 때 내 딸은 우선 가만히 아이들의 반응을 기다렸고 맨 마지막엔 선생님의 설명을 기다렸다고 한다.

결국 선생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Korea was one nation, one people for centuries. Russia took control of the north and the US took control of the south, and arbitrarily divided the country into two. It was never 2 but one Korea (in Europe, they spell it Corea). The northern part is now what they call a communist dictatorship. The southern part is said to be capitalist "democracy," but in actuality, it is a capitalist dictatorship."

(한반도는 원래 수천년 동안 한 나라 한 민족 한 언어를 쓰는 한 나라였다. 헌데…러시아가 북쪽을 재배하고 남쪽은 미국이 지배해 지금은 북쪽은 공산독재국가고 남쪽은 자본 자유국가라고 하는데…현실적으론 남쪽은 자본독재자의 나라가 되었다."


이 설명을 듣고, 내 딸은 집에 와서 세월호 이야기부터, 이순신, 한류, 남한의 자살률, 출생률, K-POP, 등등의 ‘현실’ 이야길 나와 나누길 원했다. 진실은 절대로 침몰되어선 안된다. 미국에서도 원주민인 Native Americans와 유럽 침략자의 역사를 왜곡을 하려고 해도 "다 아는 사실은 다 아는 사실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기에.

이제는 미국의 지폐에서도 Andrew Jackson의 얼굴이 노예해방 운동가 Harriett Tubman 얼굴로 교체되고 있다. 역사의 진실된 ‘얼굴"이 안개 속에서 슬슬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필리핀도 미국의 식민지로서 주권 없이 살고 있다. 필리핀의 지폐에는 미국 대통령의 얼굴이 박혀 있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상이다. 하지만 필리핀인들에게는 미국거주의 권리가 부여되지 않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미국 공립학교에서 우리 한반도 역사를 아주 살짝 배우는데도 이런 진실이 들어 난다. 남쪽은 자본주의 독재자의 나라, 북쪽은 공산주의 독재자의 나라…. 하지만 어떤 환상 속에서 어떤 현실이 진실이라고 착각하고 살고 있는가?

최근에 어느 가정의 정신 질환자인 손자가 함께 살던 할머니를 칼로 살해 한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그 손자는 심한 정신 질환을 앓고 있었기에 순간적 환각상태에서 어느 환상을 본 것이다. 아마 할머니가 자길 해치려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역사 왜곡도 마찬가지다. 역사 왜곡에 쇄뇌된 사람들은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히틀러는 인종주의자로서 600만 유대인들을 학살한 극악무도한 반인륜 범죄를 저지른 살인마였다고 가르쳐도 마치 종교적 신념 혹은 환상에 빠진 것처럼 그 역사적 진실을 부인하고, 그를 아직도 숭배하는 사람들이 있는 게 오늘의 현상이다.
비극적인 한반도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많은 사료와 증거자료, 그리고 증인들의 증언 등과는 무관하게 과거가 왜곡되고 있다. 실제로 당대의 역사를 살아온 다수의 국민들의 인식과는 별도로 한 때의 특정 지도자에 대한 대중조작 된 우상이 오늘에 와서도 역사를 좌지우지한다.

우리의 근세사에서도 모든 사료의 증거나 그 ‘내용’이 "이승만은 민족 반역자, 과대망상 정신 질환을 앓고 있었고, 미국에 의해 격하게 조종되었던 허수아비 대통령/살인마, 그리고 친일파, 공산당에 있다 동지들을 배반, 밀고하고 자신만 살아남았으며, 혈서까지 써가면서까지 일본 천황에 충성을 맹세했던 박정희는 반정(反政) 쿠데타를 일으켜 국권을 찬탈하고, 결국 유신체제를 세워 자신의 ‘유신’ 환상을 실현하기 위해 수많은 인명을 학살한 파쇼 군사독재자였지만, 역시 대중조작과 정신세뇌를 받은 많은 국민들은 역사의 진실과는 무관하게 이들을 지지한다.

왜냐? 자신이 믿고 있는 왜곡과 착각에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일종의 환각에 빠지면, 결국 어느 가정의 손자가 정신질환에 의한 환상으로 할머니를 살해 한 것처럼, 왜곡된 역사를 ‘종교/신’ 처럼 믿는 광신자들은 마치 히틀러의 나치처럼 타민족의 학살에서 자기의 왜곡된 정당성을 확보 하려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5월은 태양의 계절, 그리나 우리에겐 태양의 계절에 우리 민족사에 가장 대치되는 5.16 군사쿠데타와 5.18 민주항쟁이 하루를 간격으로 나란히 찾아오고 있다. 20년 전 빼앗긴 국권을 회복하고 위해 민중들은 거리로 뛰쳐나왔으나, 그들을 맞은 것은 바로 20년 전 헌정질서를 파괴한 유신 잔재의 하수인 들이었다. 5월이 참혹한 피바다로 변한 이 참혹한 역사 앞에 옷깃을 여미게 한다.

내 딸들도 인식을 할까? 미국에서 태어나 역사 교실에서 ‘남쪽 한국은 자본주의 독재국가, 북한은 공산 독재국가’ 라는 대립적 가치의 분단된 나라가 언젠가 통일되어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에 기여하는 민족 국가로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는 염원을 고유해 주길 기대할 수 있을까?

바로 이런 점에서 나의 딸들의 감히 ‘희망’이라는 ‘처방’을 내리고 싶다. 그리하며 오늘도 저 캄캄한 밤하늘에 영롱하게 빛을 발하는 저 별들을 바라보면서, 진실은 암흑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는 사실을 믿고, 열심히 공부하고 실천하면서 ‘역사 전도사’의 역할을 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다짐하며 간절히 간절히 기원한다.

<김은주 뉴욕시 공립교 과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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