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뻐꾸기’

2016-06-02 (목) 김창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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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엔 집 건너 소나무 숲속의 뻐꾸기 소리가 슬프게 들린다. 탁란(托卵)행위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뻐꾸기의 동화 같은 이야기가 싫어 졌다. 유명 연예인 C씨의 행적이 뻐꾸기의 탁란 행위를 닮았다. 숲속의 뻐꾸기는 탁란 행위를 통해서 쉽게 자식을 키우는 기술을 과시하고, 도심 속의 연예인 C씨는 그림 탁란 행위를 통해서 쉽게 돈 버는 기술을 과시했다.

‘세시봉의 친구들’이란 브랜드로 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는 연예인 C씨는 쉽게 돈 버는 일에 정신이 홀린 것 같다. 노래 부르는 일 말고도 자신이 가진 그림 재주를 잘 활용하면 더 큰돈을 쉽게 벌 수 있다고 믿은 것 같다. C씨는 무명 화가들에게 한 점당 10만원의 대작료를 지불하고 대량의 그림을 확보했다. 대작 그림에 약간 덧칠한 후 자기 이름을 사인했다. 그걸 잘 아는 중개상을 통해 한 점당 2,000만 원에서 1억에 내다 팔았다. 탁란의 대가 뻐꾸기도 놀라 자빠질 일이다.

미술 비평가 심은록이 이우환 화백에게 물었다. -그림 한 점이 완성되는 데는 얼마나 걸립니까. 이우환 화백은 대답했다. -한 번 그린 다음 일주일 내지 열흘 정도 말립니다. 그런데 완전히 마르면 그림이 안 됩니다. 그게 꼬들꼬들하게 되었을 때 두 번째로 다시 칠합니다. 그리고 일주일이나 열흘 정도 있다가 세 번째로 다시 칠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세 번째에서 끝나기도 하지만, 다섯 번 까지 갈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 간단한 그림이 어떤 때는 40여 일, 50여 일, 두 달까지 갈 때도 있어요.
뻐꾸기의 탁란 행위는 남의 둥지에 슬그머니 들어 와 알을 낳고 떠나는 일로 시작된다. 그 사이에 주인이 잠간 둥지를 비우면, 다시 슬그머니 들어가 둥지 주인이 낳은 알들을 떠밀어내고 자신이 낳은 알들로 숫자를 맞춰 놓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둥지 주인은 눈 깜짝 할 사이에 뻐꾸기 새끼의 양부모가 된다.


새끼가 알을 까고 나오면 상황은 더 급변한다. 크기나 몸놀림이 뻐꾸기 새끼가 다른 새끼보다 더 탁월하기 때문에 양부모가 물어다주는 먹이는 거의 뻐꾸기 새끼 차지가 된다. 시간이 지나 갈수록 양부모의 새끼는 도태되고 뻐꾸기의 새끼만 살아남는다. 이 사실도 모른 채 무던한 양부모는 열심히 남의 자식을 길러 세상에 내 보낸다.

21세기에 들어와 한국 화단의 그림 고객의 수요가 급증했다. 때문에 그림 일부 작가들은 마케팅에 기반을 둔 잠재 고객 발굴 기술에 깊이 관여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신체의 고단한 수고가 따르는 회화나 돈이 안 되는 순수 예술은 고리타분한 노동일 뿐 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화가들은 큰 스튜디오에서 여러 명의 조수들을 데리고 공장에서 상품을 찍어 내듯이 예술작품을 대량 생산했다. 머리 좋은 연예인 C씨는 그걸 놓치지 않았고, 부의 형성에 성공했다.

연예인 C씨는 최고 지성인이며 국민 가수다. 고단한 시민의 마음을 위로하던 ‘happy maker’다. 시민은 그런 사람에게서 일정 수준의 품격을 기대한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가 돌변했다. 마치 돈에 미친 사람처럼-. 단 돈 10만 원 주고 그려 온 대작을 2,000만 원에서 1억 원까지 받으면서, 수임 화가들에겐 인색하고 냉정하게 대했다고 한다. 가슴이 답답하다. 왜 그랬을까. 무엇이 그를 이렇게 편협한 사람 되게 했을까. 이젠 그가 더 이상 화투장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글을 마감할 무렵 뻐꾸기 소리도 그쳤다. 순수한 국민가수로 C씨가 다시 무대에 서기를 기대한다.

<김창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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