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바마와 트럼프

2016-06-01 (수)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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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의 열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임기 6개월을 앞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마지막 외교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올들어 이란과의 핵협상 타결로 서방과 이란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했으며, 53년간 지속된 대 쿠바 금수조치를 해제, 미주대륙의 마지막 냉전구도를 깨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또 적국이던 베트남을 방문, 경제 안보 협력을 도모했다.

국내에서 청소년 불법체류자 추방유예, 전국민의료 보험, 국가파산 위기의 경제 연착륙,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 등의 업적을 남긴 오바마가 이처럼 대외적 활동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그만큼 미국이 세계 최강의 나라로서 세계 평화와 안전, 인권을 도모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막중하기 때문이다.

온갖 막말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나날이 상승하고 있는 공화당의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과연 국내 모든 인종의 단합을 모토로 국제사회 모든 국가를 아우를 수 있는 그런 행보를 보일 수 있을까.


트럼프는 맥시칸은 범법자다, 무슬림의 미국입국을 금지하겠다, 한국에 대해서는 한국 스스로가 자국의 방위를 책임져야 한다 하더니 공화당 후보로 낙점될 것 같자, 히스패닉계에 대한 악평을 멈추고 한국에 대해서는 동맹은 유지하되. 방위비는 더 내라, 북한의 김정은과도 대화 할 용의가 있다는 등 하루아침에 말 바꾸기를 손바닥 뒤집듯 하고 있다. 히스패닉계와 소수인종중 87%가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하고 있고 자신에 대한 지지율은 9%밖에 안 돼 이들의 표를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점에서 그의 말은 신뢰가 안 간다. 트럼프는 25년전 대변인을 가장해 한 언론에 인터뷰해 자화자찬한 의혹도 사고 있다. 이런 두 얼굴의 트럼프를 과연 대통령으로 뽑을 것인가.

오바마 대통령은 트럼프를 향해 “무식은 미덕이 아니야” 라며 “그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조차 모른다.”고 꼬집었다. 마치 2,500년전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나는 모른다. 나는 모르는 것을 아는데 너는 모른다는 것을 모른다.” 라고 했듯, 트럼프는 본인이 모른다는 사실을 정말 모르는 것이 문제이다.

미국은 막강한 파워를 지닌 국가이다. 그러나 이 파워에 대한 도전은 언제 소리 없이 다가올지도 모른다. 일방적인 오만과 욕심은 궁극적으로 미국의 힘을 약화시킬지 모른다는 이야기다. 힘이 막강 할 때 안에서는 더 소수인종을 감싸고 밖으로는 힘없는 나라들을 포용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대외적으로 국제금융 안정화나 마약밀매, 기후변화, 대테러 정책 등 혼자 힘만으로는 미국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정치경험은 커녕, 미국의 근간이 되는 다인종, 다문화조차 거부하는 트럼프가 이런 막중대사를 처리할 능력이 있을까.

미 출판계의 거물인 헨리 루스가 1941년에 ‘미국의 세기’가 도래했다 할 만큼 미국은 막강했다. 그런 지 70년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지금 미국의 파워는 많이 위축돼 있다. 로마는 공화국과 제국으로 1,000년을 존속했는데 미국은 무슨 이유인가. 이를 만회하려면 우선 대국민 단합과 결속이 급선무다.

오바마는 첫 대통령 취임식때 “Yes, We can!(우리는 할 수 있다)” 하며 대국민 단합을 촉구했다. 만의 하나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된다면 과연 그는 무슨 연설을 할 것인가. 아마도 그는 미국은 백인이 세운 나라임을 강조하며 백인 위주의 새로운 미국을 건설해 나가겠다고 하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이다.
juyoung@koreatimes.com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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