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잘못을 인정하기가 그렇게 힘든 일인가?

2016-05-26 (목) 김선교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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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과 사를 구분할 줄 아는 양식과 아량을 겸비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당사자들의 양해를 구하면서 망설임 끝에 이 글을 쓴다. 한인회에서 뉴욕 한인사회 역사상 최대의 비리를 자행한 민승기 전 회장을 옹호하여 동조한 측근들에게 한인사회에 공개사과를 요구하였으나 자신들은 잘못 한 것이 없으므로 사과할 이유가 없다고 일언지하에 사과요구를 거절 하였다는 기사를 접하고 아연실색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과 요구 이전에 민승기 전 회장이 법적으로 축출 되었을 때 이미 스스로 사과를 하였어야 했는데 그 기회를 놓친 상태에서 뒤늦게나마 쑥스럽지 않게 사과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놓친 것 같아서 그분들(5명중 세 분)을 잘 알고 있는 지인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잘못한 것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잘못 판단하여 한인사회에 혼란과 금전적 피해를 끼치는데 동조한 잘못은 분명히 있다. 99년 리스를 모르고 있었다고 하여 잘못이 없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비록 법적인 책임은 없다고 하더라도 도의적인 책임은 면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첫째, 세 분들은 모두 고등교육을 받은 지식인들이다.


당시의 한인사회의 분위기가 민승기측을 옹호하는 분들은 무지한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한인들이 민승기측이 크게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무지몽매한 바보가 아닌 지식인들이 그 분위기를 올바르게 파악하지 못하였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둘째, 99년 장기리스건을 알고 모르고가 잘못이 있고 없고를 가르는 잣대가 될 수는 없다. 99년 장기리스건은 민승기씨가 저지른 여러 가지 비리 중 하나일 뿐이며 그 이외에 다른 비리들을 저지르는데 동조 한 것은 비리에 동조 한 것이다. 셋째, 장기리스건도 모르고 다른 비리들도 몰랐고 아무것도 몰랐으니까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고 사과를 할 이유가 없다고 한다면 그 말은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천치란 빈약하고 비겁한 변명밖에는 되지 아니한다.

진정으로 한인사회를 위하여 봉사하겠다는 마음만으로 민승기씨를 도왔다면 자존심을 버리고 잘못 판단으로 인하여 한인사회에 누를 끼친 데에 대한 진정한 사과를 하여 한인사회에서 인정받는 봉사인으로 거듭 나기를 바란다.

그렇게 하는 것이 한인회에서 묻겠다는 법적 공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될 수 있을 것 같으며 과오를 끝까지 부정한다면 오히려 그것이 법적공방을 부추기는 일이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김선교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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