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뢰받는 마케팅

2016-05-26 (목) 최희은 경제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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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눈

지인이 얼마 전 넉넉한 돈까스의 양에 성토를 했다. 함께 식당에 간 동료는 매우 만족스러워했지만 일주일 전 방문했을 때에 비해 양이 2배이상 많이 나온 것을 보고 본인은 씁쓸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명색이 식당인데 일정한 레서피도 없이 ‘그때 그때 달라요’ 식으로 메뉴를 요리해 내놓고 있다는 생각에 믿음이 떨어졌다는 설명이었다.

한 독자는 좁쌀영감의 잔소리로 들릴 수 있겠지만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며 전화를 걸어왔다.

5~6가지 식사메뉴가 각 7달러99센트라는 대형 배너를 보고 플러싱의 한 식당에 들어갔다가 계산을 할 때 보니 가격이 달랐다는 것이다. 이유인즉 배너에 내걸린 것은 주중 런치스페셜 가격이기 때문에 적용이 안 된다는 설명이었다.


‘그렇다면 배너에 런치스페셜이라고 명시했어야 되는 게 아니냐’며 따져 물으니, 배너의 일부가 바람에 떨어져 나갔다는 믿기 힘든 해명을 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붙어 있는 그 배너를 볼 때마다, 그 식당의 매출은 과연 얼마나 올랐을까 궁금하다며 혀를 찼다.

뉴욕, 뉴저지 일원 한인식당들이 불경기를 맞아 고군분투하고 있다. 메뉴를 바꾸어 보기도 하고, 반찬 가지 수를 늘리기도 하고, 가격을 낮추거나 콤보 메뉴를 새로 구성하기도 하는 등 매출향상을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식당들 경우 소비자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원칙을 무시한 마케팅과 영업 전략으로 신뢰를 잃는 사례도 종종 일어나고 있다.

고객들에 대한 신뢰와 단골 확보가 어설픈 마케팅보다 매출 증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광고 문구와 다른 음식값, 그때그때 다른 음식양, 들쑥날쑥한 서비스 등은 금세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지난 달 스타벅스는 소비자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아이스 음료를 판매하면서 얼음을 과다 사용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이스 음료를 판매하면서 컵의 크기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받지만 액체 음료의 총량은 기준치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원고는 이를 소비자 기만행위라고 규정했다. 가격은 아이스 음료가 뜨거운 음료보다 더 비싼데 실제 들어간 액상의 양은 적다는 것이다.

서브웨이는 풋롱의 길이가 12인치라고 광고를 했지만 실제 길이가 여기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소비자들로부터 집단 소송을 당했다. 지난 3월 법원으로부터 최소 12인치 이상을 유지하도록 하는 명령을 받았고 집단 소송을 진행한 원고 측에 1인당 500달러씩의 피해 보상을 명령받았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에 따라, 업소들은 너도 나도 저렴한 가격과 푸짐한 양, 나은 성능을 내세우며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오랜 불경기를 거치며 소비자들은 이제 쉽게 지갑을 열기는 커녕 더 까다롭고 더 영리해졌다. 신뢰를 저버리는 마케팅은 차라리 안하는 게 낫다.

<최희은 경제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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