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되새겨야 할 5월의 경구

2016-05-25 (수)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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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계절중 가장 아름답기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정의 달’이 들어있다. 어느 한 회가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그리려고 고민한 끝에 찾아낸 것이 바로 ‘가정’을 소재로 한 그림이었다고 한다. 행복한 가정에는 믿음과 사랑, 평화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시인 노천명은 ‘푸른 오월’이란 시에서 ‘오월은 계절의 여왕’이라며 막 돋아난 아지 잎은 온 산을 엷은 푸름으로 물들인다/ 눈이 닿은 곳마다 나무도 풀도 싱그럽다/ 사람들은 활력이 넘쳐난다. 라고 노래했다. 이 싱그럽고 아름다운 계절에 얼마 전 우리의 눈길을 끈 기사가 있다.

미국내 자살률이 지난 15년 새 두 배로 급증했다는 기사다. 질병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약 4만2,773명이 자살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15년 전인 1999년에 자살로 2민9,199명이 목숨을 잃은 수치보다 46.9%가 증가한 수치라는 것이다. 지난해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약13명이 자살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나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현실이 그만큼 가파르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는 이유다.

미주지역의 한인 자살률도 매주 평균 3명 이상씩이나 된다고 하니 가정의 달 5월이 가기 전에 우리 개개인의 가정이나 각자의 삶에 대해 한번 쯤 깊게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분석결과 자살자들은 대체로 오랜 경기침체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상대적 고립감, 가치관의 붕괴 등이 주요 요인으로 드러났다.


가족중심의 사회에서 벗어난 한국은 현재 1인 가구가 전체중 25.9%로 471만 4,000가구나 된다고 한다. 이로 인한 고독사와 은둔형 외톨이 문제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모두가 삶이 행복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최근 한국인의 행복순위는 유엔의 연례 세계행복보고서 내용에 156개국 중에서 58위로 나타났다. 미국은 부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행복지수가 떨어졌다.

이를 보면 행복의 기준이 결코 물질에 있지 않음을 말해준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얼마나 가정에서 행복감을 느끼고 있느냐이다. 독일의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건 자신의 가정에서 평화를 찾아낼 수 있는 자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하였다.

현대는 급격한 사회변화 속에서 가정 역시 극심한 혼돈을 겪고 그로 인해 갖가지 문제점이 야기되고 있다. 이혼율의 가파른 증가만 보더라도 이제 가정은 예전처럼 보금자리에 있지 않고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우리가 초조하고 조급한 시대에 살고는 있지만 하루의 피로와, 생의 실패를 보듬어줄 수 있는 따뜻한 가족, 포근한 가정만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정은 최고의 사랑 충전소이자 삶의 쉼터이기 때문이다.

이혼율이 세계적인 수준의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주 한인가정의 이혼율도 만만치 않다. 부부갈등이 심화돼 결국 이혼으로 치닫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한 한인 상담기관에 따르면 상담자 900명 중 10%가 실제로 이혼했고 나머지중 40%도 현재 이혼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름다운 5월도, 가정의 달도 올해는 이제 끝이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고 되새겨야 할 것은 우리가 살면서 간과하기 쉬운 만고불변의 진리,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같은 경구이다. 가정이 화목해야 모든 것이 잘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이 진리만 우리가 마음에 두고 살아간다면 아무리 사는 것이 어렵고 버거워도 포기하지 않고 절망해서 죽거나 할 이유가 없다. juyoung@koreatimes.com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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