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브루클린 다리와 자물통

2016-05-21 (토) 최원국 비영리기관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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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저지 자문위원 글마당

얼마 전 나는 친구와 같이 맨하탄 최남단에 있는 브루클린 다리를 도보로 왕복 했다. 지하철을 타고 차이나타운 역에서 내리니 저 멀리 브루클린 다리 위에 성조기가 걸려있는 탑이 보였다.

브루클린 다리는 강철 케이블을 내려뜨려 양쪽 난간에 교차시켜 연결한 다리다. 난간에 교차된 케이블은 멀리서 보니 마치 거미줄 같았다. 거미줄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관광객들은 뉴욕의 추억을 만들기 위하여 역사가 있는 다리위에서 맨하탄을 배경삼아 사진찍기에 바빴다.

나는 그 관광객 중에 어느 젊은 연인이 데이트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은 아침 이슬을 머금은 백합꽃같이 사랑스럽고 청순해 보였다. 그들은 대서양의 푸른 물결을 바라보며 다리에서 사랑을 확인하는 서약이었을까?
남자가 주머니에서 무엇을 꺼내더니 난간 케이블에 주렁주렁 달린 많은 자물통 사이에 그들만이 열수 있는 자물통을 걸었다. 그들의 사랑이 자물통과 같이 영원 하도록 채운 것이었다. 사랑의 증표를 확인하듯 그 앞에서 셀카봉으로 사진 찍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다리 난간에 걸려 있는 많은 자물통, 이 다리를 다녀갔던 사람들의 흔적들이었다.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염원한 사랑의 자물통이었다. 자물통은 뉴욕에 사는 여러 인종과 같이 러브 글자, 거북이, 하트, 과일 모양 등 등 각양각색이었다. 작은 글씨로 영원히 간직되기를 바라는 사연들이 자물통마다 적혀있었다.

언젠가 나는 텔레비전에서 서울 남산 꼭대기 난간에 자물통이 빼곡히 걸려 있는 것을 보았다. 사람들이 올라와서 사랑과 소원을 빌고 간 흔적이었다. 요즈음에는 공간이 부족하여 쇠로 나무를 만들어 그 가지에 자물통을 건 것을 보았다.

크고 작은 모양에 색도 여러 가지인 자물통 나무는 예술적 작품이었다. 미래의 꿈을 꾸게 하는 희망의 나무였다. 성탄절에는 전등을 설치하여 크리스마스트리로 겨울을 장식 한다. 외국에서도 관광객을 위하여 자물통을 걸 수 있는 난간을 만든 것을 본 적이 있다. 어떤 나라는 쇠파이프로 사람 높이에 'love'글자로 시설을 만들어 자물통을 걸게 만들었다. 동서양인이 바라는 소망은 같은 마음인 것 같다.

다리 중간을 지나니 난간에 걸려있던 그 많던 자물통들이 보이지가 않았다. 내가 잘못 보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저 멀리 앞에서 관리인 두 명이 쇠 자르는 큰 가위로 모든 자물통을 자르고 있었다. 조금 전 그 연인이 달아 놓았던 자물통도 잘렸다.

그 연인은 자기들이 걸어 놓은 자물통이 몇 시간도 안 되어 무참하게 잘려나가는 광경을 보았다면 얼마나 실망 했을까? 몇 시간 만에 잘려진 사랑의 자물통이었지만 133년의 브루클린 다리의 역사만큼 그들의 사랑도 변치 않을 것이다.

<최원국 비영리기관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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