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졸업 축사!’

2016-05-23 (월)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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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학가는 졸업이 한창이다.
해마다 5월에서 6월초까지는 졸업시즌. 전국의 크고 작은 대학들이 졸업식을 올린다. 졸업식장엔 학부모와 축하객들이 몰린다. 전 세계에서 날아온다. 자녀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기 위함이다. 졸업은 끝이 아니라, 인생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미국 대학의 졸업축사는 전통이자 하나의 의식이다. 연사는 전•현직 대통령부터 기업인, 영화배우, 소설가 등 다양한 분야의 명사다. 그들은 전국의 대학에서 새롭게 세상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을 축하한다. 독특한 체험담이나 일화 등을 전해준다.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머리와 마음을 함께 흔드는 축사다. 졸업식장의 학생이나 가족, 축하객들은 매료된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학교울타리를 넘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이맘때면 어떤 학교에 어느 누가 연사로 초청됐는지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는 이유다.

명사들의 ‘졸업축사’가 감동을 주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들은 판에 박힌 이야기를 강의하듯 되풀이 하지 않는다. 인생경험에서 우러난 자신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준다. 성공담을 자랑하지 않고 실패담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역경과 고난을 어떻게 극복해냈는지도 말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 무엇을 배웠는지를 졸업생들과 공유한다. 때문에 졸업축사는 미국이 자랑하는 연설문화의 한 축이자 밑거름이다. 소중한 문화 자양분으로 자리 잡은 지는 이미 오래 전이다. 그래서 우리들도 훌륭한 졸업축사를 통해 인생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것이다.
“계속 갈망하라, 여전히 우직하게(Stay hungry, Stay foolish.)


애플의 창업자로 지금은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의 2005년 스탠포드대학 졸업식 축사다. 죽음을 앞둔 췌장암 환자가 “아직도 배고프다”며 바보처럼 꿈을 향해 나가라고 했기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졸업하는 젊은이들에게 항상 혁신을 위해 새로움을 추구했던 자신의 독백이자 자화상을 보여준 셈이다. 그래서 아직도 가장 훌륭한 졸업축사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에는 할리우드의 유명배우 로버트 드니로가 뉴욕대학 졸업식에서 "여러분 해냈습니다. 그리고 ’엿‘ 됐습니다.(Graduates, you made it, And, you're fucked.)"라는 욕설 섞인 축사를 했다. 그는 예술전공 졸업생들에게 아카데미상을 2번이나 받았으나 숱한 ’거절인생‘을 겪었다고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예술인들에게 중요한 건 열정이다. 끊임없이 거절당해도 그 다음이 있다는 희망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현실을 직시하라‘는 취지의 그의 축사는 언론으로부터 ’올해 최고의 축사‘로 꼽혔다.

예일대 졸업생인 조시 W 부시 전 대통령은 “나처럼 C학점을 받고 졸업하는 이들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는 축사로 졸업생들의 박수를 받았다. 해리포터 시리즈로 유명한 조앤 K 롤링은 하버드대 졸업축사에서 ”누구나 실패할 수 있지만 실패가 두려워서 시도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가 실패’라며 용기를 내라고 조언했다. 이외에도 꿈과 도전의식을 강조하거나 인류미래나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언급한 명사들의 감동축사는 수두룩하다.

하지만, 올해는 아직 감동축사가 나오지 않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5일 뉴저지 럿거스 대학에서 트럼프 후보를 겨냥한 ‘무식은 미덕이 아니다’란 축사가 올해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관심을 끈 정도다.

대학 졸업식의 백미는 ‘축사’다.
유명 인사들의 경험담이 담긴 명연설은 졸업생들의 인생 나침반이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훌륭한 졸업축사를 통해 인생의 지혜를 배울 수도 있다. 졸업시즌을 맞아 앞으로 등장할 감동의 ‘졸업축사’가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다.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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