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강과 조영남

2016-05-20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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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46)이 세계적인 권위의 맨부커상을 수상했다. 사실 한국에는 한강 이상의 대작가들이 많다. 소설가 이문열, 황석영, 김영하...... 시인 고은, 문정희, 이성복, 황지우 등 수많은 작가들이 다 수상작가에 오를 만하다. 이번에 젊은 여성작가가 그 물꼬를 틈으로써 오는 10월에 있을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에도 기대가 미치고 있다. 해외곳곳에 살고 있는 한인 중에도 생업 현장에서 한글사전과 한국서적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미주 한인들이 쓰는 시와 소설, 수필은 이른바 교포 문학이라 칭해지는데 작품이 모여지면 책 내자는 출판사가 드물다 보니 거의가 자비로 책을 낸다. 책이 나오면 가족, 친지나 친구들에게 한권씩 나눠주며 자족하곤 한다.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 소식과 더불어 가수 조영남이 그린 화투 그림이 대부분 대작(代作)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예정된 콘서트와 전시회가 취소되는 등 일대 파란이 일고 있다.

‘위에거는 옆으로 길게 밑에 거는 20호로 3개 부탁드립니다’, ‘M10호로 두 개 부탁드리겠습니다. 빨리 그려서 보내주세요’ 조영남의 매니저가 무명화가 A씨에게 카톡으로 보낸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조영남이 A에게 준 한 작품당 수고비가 달랑 10만원, 조영남이 고객에게 판 그림(엽서한장 크기 50만원)은 수백만원~1,000만원, 이 깊고 넓은 간격에 사람들의 입방아가 그치지 않고 있다.


조영남은 자신이 컨셉을 제공했고 조수인 그는 물리적으로 실행했으니 자기 창작품이며 이는 미술계 관행이라고 한다. B씨 주장에 따르면 자기가 90% 그리고 조영남이 그위에 살짝 덧칠하여 그린 다음 작가 싸인을 하여 완성한 작품이 2009년부터 8년간 최소한 300점이라고 한다. 여론은 10명 중 7명이상이 관행 아닌 불법행위로 인식하고 있고 대작의혹이 짙어지면서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물론 대형설치작이나 비디오 작품, 조각을 작가가 일일이 할 수는 없다.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에 등장하는 TV의 산은 그의 아이디어대로 노동자들, 조수들의 피와 땀이 만들었다. 백남준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90년대 중반부터 2006년 타계하기까지 신시내티 칼 솔웨이 갤러리에서 마련해 준 백남준 공장(Pack’s Factory)에서 수많은 작품을 만들어냈다. 물론 백남준이 새로운 아이디어 수백가지를 내면 전자기기 설치 테크니션, 비디오영상 편집자, TV조립 테크니션들이 그 아이디어에 따라 만들었으므로 이는 백남준의 창작품이다.

작년 여름 문단의 대표작가인 신경숙은 단편 ‘전선’에서 미시마 유키오의 단편 ‘우국’의 일부 문장을 표절했다 하여 뭇매를 맞았다. 그를 두둔하는 것은 아니지만 문학에선 인용을 하면서 출처를 알리지 않으면 구설수에 오르고 대필작가로 알려지면 문단에서 사장된다.

문학과 미술의 작품가를 놓고 보자.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시인 최영미는 현재도 소설을 쓰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나 빈곤층 생활보조금 신청 대상자가 되었다. 극소수의 소설가나 시인만 생계위협을 받지 않을 뿐 대부분 다른 직업을 갖고 있는데 반해 일단 유명세를 탄 화가들의 작품 한 점은 금방 아파트 한 채가 된다.

새삼, 문학과 미술이란 장르에 대해 생각해 본다. 문학이나 미술은 표현양식은 다르지만 대상에 대한 느낌이 오고 작가 고유의 감성이 실린 작품이 창작되어 관객과 소통한다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한다.

문학은 쓰여지고 미술은 그려질 뿐 서로 우위를 논할 수는 없다. 이번 일로 인하여 수많은 문학인들이 ‘나는 왜 미술에 재능이 있지않고 하필 문학에 꽂혔을까’ 하지않기 바란다. 문학은 여전히 예술의 근본이고 바탕이다. 그만큼 자존심 꼿꼿한 예술장르이므로 잘잘못을 가리는 잣대도 엄격하다고 믿자. 또 한국어는 우리 한민족만의 것이지만 미술은 만국 공통언어이기 때문일 것이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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