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죽음을 이기는 능력

2016-05-19 (목) 민경수 뉴욕 장신대 교수•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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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와일드의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서, 아름다운 외모의 청년 도리언 그레이는 '나의 젊음이 영원히 계속되고, 늙고 추해지는 건 이 초상이 대신할 수만 있다면 내 영혼이라도 팔겠다!'고 자신의 초상화를 보며 외친다.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고, 그는 영원한 젊음을 통해 자신의 아름다움을 유지하게 되고, 쾌락을 즐기며 많은 사람들을 유혹하고 타락시킨다.

연인에게 모진 말을 퍼부어 자살케 만들기도 하고, 심지어 그에게 참회를 종용하는 화가 바질을 순간적인 증오로 살해하기도 한다. 결말부에서 도리언 그레이는 자신의 타락을 실체화하는 초상을 보며 괴로워하다 '과거를 죽이고 자유로워지리라'는 생각으로 초상화를 칼로 찢는다. 하지만, 비명 소리를 듣고 달려온 사람들이 발견한 것은, 예전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돌아간 초상화와 쭈글쭈글한 노인의 시체였다.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 진시황제도 불로초를 찾았지만 결국은 한줌의 흙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에 등장하는 항상 젊은 사람들도 결국은 어느 순간 갑자기 죽어 보이지 않았다. ‘전쟁과 평화’의 저자 레오 톨스토이는 최대한의 쾌락을 추구하고, 부와 성공과 명예, 사회적 지위를 성취했다. 그 후 가정에 큰 기대를 걸어 많은 좋은 소식들이 있었으나, 결국 그는 ‘죽음’‘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자살을 기도했다. 인생의 모든 어두운 구석들은 사실 모두가 인생의 죽음과 관련해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특히 근원적으로는 원죄로 인해, 하나님과 분리된 “영적 죽음”으로부터 말미암는다.


과연 이러한 죽음을 피하거나 이길 수 있는 길은 없을까? 복음은 이 죽음의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다. 복음이란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대신 죽으심으로, 인생의 죄를 용서하여 모든 죄값에서 자유케 했다는 위대한 구원의 소식”이다. 이 복음을 통해 사람들은 죄의 삯인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며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 심지어 신앙인들 중 일부는, 이 세상에서의 육체의 죽음을 보지 않고 홀연히 변화되는 사건, 즉 휴거(rapture) 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에 참예하게도 될 것이다 (살전 4:16-17). 죽음을 보지 않고 하늘로 올리워진 에녹과 엘리야의 경우가 이에 대한 구약의 모형이다.

인간은 복음이 있기에 죄와 죽음의 권능을 궁극적으로 이길 수 있다. 또한 인간은 복음이 있기에, 거짓 젊음에 현혹되어 죽음의 그림자를 벗어 버리지 못한 도리언 그레이와 달리, 현실에서도 죽음의 권세를 이기며 살 수 있다. 우리 모두가 이같은 복음을 받아들임으로, 죽음에서 영생으로 옮기는 복음의 능력을 향유하는 축복된 인생이 되길 기원한다.

<민경수 뉴욕 장신대 교수•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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