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빗나간 예측’

2016-05-17 (화) 김창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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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늠할 수 없는 미래의 변화를 남보다 신속,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런 일은 쉽지 않다. 아무리 기상 관측 과학이 발달해도 매번 장마비 예측이 빗나가지 않는가. 주관적 틀 안에서 생각하려는 인지적 편견이 상존하는 한 과학에 의한 미래 예측도 쉽지는 않다.

‘빗나간 예측’으로 인하여 그동안 인간 역사에 수많은 오류와 착각을 일으켜 왔다는 것은 자명하고, 인간의 생각과 판단에는 원초적 한계가 상존하고 있음은 명약관화하다. 대영왕립과학회 회장 로드 켈빈은 말했다. “공기보다 더 무거운 기계가 하늘을 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1943년, IBM 회장 토마스 왓슨은 말했다. “컴퓨터에 대한 수요는 비관적이다. 전세계적으로 5대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1941년 12월 4일, 일본의 진주만 공습 직전에 미해군참모총장 프랭크 낙스 제독은 이렇게 천명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미해군이 방심 중에 기습당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1968년 8월 2l일자 ‘Business Week'은 이렇게 예측했다. “미국에 이미 50종 이상의 외국산 자동차가 판매되고 있는 판국에, 일본 자동차가 미국 땅에 발을 붙일 수는 없을 것이다.”


16세기의 최강국은 펠리페 2세가 통치하는 스페인이다. 유럽의 남부 지역, 대부분의 아메리카 대륙, 인도양을 둘러싼 나라들이 모두 스페인의 지배하에 있었다. 대항해시대의 강국인 스페인은 피지배국에서 채굴한 금과 은을 자국의 배로 실어 나르기에 바빴다. 이에 더하여 1571년 오스만 투르크와의 레판도 해전에서 대승을 거둔 스페인의 해군은 명실공히 ‘무적함대’였다. 당시 스페인과 정면으로 맞설 나라는 지구상에 아무도 없었다.

이런 스페인에게 싸움을 걸어 온 나라가 있다. 작은 섬나라 영국이다. 영국은 유럽의 나라 중에 가장 변방 후진국이며 국방력도 취약했다. 우여곡절 끝에 영국의 군주가 된 엘리자베스 1세가 겨우 나라를 안정시켜 나가는 16세기의 영국은 이제 겨우 도버 해협에 배를 띄울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이런 영국이 34척의 군함을 이끌고 스페인에게 도전한 것이다. 유럽의 모든 나라들이 예측했다. “무모하다. 영국이 스페인의 속국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하지만 예측은 빗나갔다. 역전극이 일어난 것이다.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의 신임을 받은 해적 출신 드레이크가 대역전극의 중심인물이 되었다. 해적의 두목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드레이크는 치고 빠지는 해적 전술을 구사하며 150척의 군함과 3만 명의 상륙부대를 가진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대혼란으로 빠트렸다.

적이 혼란에 빠지자, 드레이크는 비장의 신무기인 대포 사격과 화공(火攻)으로 적의 중심부를 타격했다. 스페인 무적함대는 순식간에 칼레 앞 바다에 홍수에 마을이 잠기듯이 잠겨버렸다.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을 보는 듯 했다. 때마침 스페인 진영을 향하여 부는 강풍은 영국의 승리를 확실하게 담보해 주었다. 어느 누구도 영국이 그렇게 많은 대포를 소유하리라고 예측하지 못했고, 자연의 섭리조차 영국을 도우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빗나간 예측’으로 세계 역사가 뒤바뀐 예는 수없이 많다. 믹마스 전투 패배를 복수하려는 블레셋이 거인 장수 골리앗을 앞세워 이스라엘을 침입했다. 이때 어린 다윗은 물매 조약돌 다섯 개만 가지고 블레셋의 대표 장수 골리앗과 맞섰다. 전쟁 전문가에 따르면 다윗의 승리는 ‘절대불가’였다. 이스라엘의 왕 사울조차 다윗의 패배를 예상했다. 하지만 다윗은 온갖 부정적 예측을 뛰어넘고 승리했다. 끊임없는 자기훈련과 하나님 신뢰는 다윗의 승리 비결이다. 당신이 리더라면 인지적 편견에 갇힌 예측은 믿지 말라.

<김창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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