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목사님의 지혜

2016-05-14 (토) 이상조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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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에는 팰리세디움 대원이라는 식당 겸 연회장이 있었다. 허드슨 강이 보이는 그 연회장은 우리 뉴욕과 뉴저지 한인들에게 큰 자랑이 아닐 수 없었다. 어느 날 생일파티를 한다고 해서 초대받은 적이 있었다. 생일을 맞이한 아이를 가운데 두고 젊은 부모가 양쪽에 앉고 그 곁에 예배를 인도하시는 목사님과 함께 약 10여명의 사람들이 원탁 비슷한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음식을 주문하고 식사를 하기 전에 예배를 드리기를 원했던 것 같았다.

음식을 미리 주문을 했던 터라 목사님께서 예배를 인도하시는 중에 반찬이 깔리고 음식이 상이 좁을 정도로 푸짐하게 나왔다. 음식이 나왔으면 설교를 간단히 해서 분위기를 생각해 주었어야 하는데 설교가 조금 길다 싶었고 이어서 기도를 하시는데 잘 알아듣지 못하는 어린 아이를 위해서 큰 소리로 간절히 축복하셨다. 역시 설교 못지않게 기도도 조금 길다 싶었는데 네, 다섯 살 정도 되는 생일 주인공인 아이의 누나가 울기 시작하는 것이다. 목사님의 기도가 끝났는데도 아이는 더 크게 슬프게 우는 것이었다.

이유는 목사님께서 기도 하시면서 모든 음식에 침이 튀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음식을 먹지 않겠다는 것이다. 나는 반대편에 있었는데도 약간 침이 튀는 것을 느꼈는데 가까이에 있었던 그 아이는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 비싼 음식을 물릴 수도 없고 온 반찬에 축복한다고 강조하시면서 침이 다 튀었으니 음식 먹는 것이 이상해졌다. 몰랐을 때는 모른척하고 먹을 수 있지만 온 반찬과 음식에 침이 들어갔을 것으로 생각하니 누구 하나 기쁘게 식사할 마음이 없었던 것이다.


보편적으로 목사님께서 기도하실 때 “축복해 주시옵시고” 할 때 “ㅊ”자나,“푸짐하게 주시고” 할 때 ‘ㅍ’처럼 거센소리나 “때를 따라” 하실 때 된 소리가 되는 ‘ㄸ’ 등은 힘을 주기 않아도 침을 튈 수 있기 때문에 특히 기도하신 목사님처럼 마음에 있는 대로 힘을 주시고 축복했던 기도 덕분에 또 다른 양념을 뿌려야 했던 음식이 기쁨을 주지 못하고 분위기가 이상하게 되었던 적이 있었다.

특히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사역하는 목사님들에게는 열정적인 마음보다도 지혜로운 마음이 더 우선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상조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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