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목사 3명 중 1명이 저소득층…“그래도 만족”

2016-05-04 (수)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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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반이 평균 중간소득 이하, “은퇴대책 전혀 없다” 21%

▶ 80%가‘200명 미만 교회’, 한인교계도 빈부차 극심

목사 대부분은 저소득층으로 힘겹게 생활하는 와중에도 대부분 자족하고 있다. 목회자 세 명 중 한 명은 평소에 한 푼도 저축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사의 29%는 생활비 이외에 돈을 남길 여력이 전혀 없는 것이다. 가족을 이끌고 살면서 돌발 상황이나 미래에 대비할 여유가 사실상 전무한 셈이다.

나머지 목사들의 사정도 어렵기는 비슷하다. 목회자의 절반은 연간 중간 소득 기준인 5만1,939달러에도 못 미치는 소득을 벌고 있다. 더구나 이 수치는 가구당 수입을 다룬 것이어서 목사 개인의 소득은 훨씬 더 떨어진다.

은퇴 대책도 마찬가지다. 목사의 33%는 은퇴 자금으로 적립된 액수가 1만달러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조차 내용을 들여다보면 1만달러 미만 준비 중인 목사는 12%에 불과하며 ‘아무런 대안이 없다’는 목사가 21%나 됐다. 또 25%는 1만달러에서 5만달러 미만의 액수를 은퇴자금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응답했다. 이에 비해 은퇴자금이 20만달러 이상이라는 목사도 15%나 돼 기독교 목회자 사회 안에서도 빈부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크리스티애너티 투데이(CT)는 지난 28일 전국복음주의연합회(NAE)가 그레이매터리서치와 함께 미 전역에 걸쳐 4,200명의 목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는 특이하지만 예측 가능한 결과도 나왔다. 이처럼 많은 목사들이 저소득층에 해당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자신의 연봉에 만족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조사 대상자는 주류 교계의 목사들이어서 한인 목회자의 경우 사정은 한층 열악할 수 있다. 극소수 목사들을 제외하고는 대다수 한인 목사의 소득 수준이 가구당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일정 수준의 연봉과 갖가지 베네핏이 보장된 주류 교단에 소속된 일부 목사나 대형교회 목사는 각종 보험과 은퇴연금을 포함해 연간 10만 달러가 넘는 대우를 받고 있지만 극히 예외적인 경우일 뿐이다.

개척교회 목사의 경우 재정적 압박감은 더욱 심하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개척교회를 섬기는 목사 중에서 다섯 명의 세 명 꼴로 소득 수준이 전국 평균을 밑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다섯 명 중 한 명은 아예 연간 수입이 가구당 3만5,000달러 미만으로 나타났다.

목회자들이 섬기는 교회의 규모도 대부분 소형교회인 것으로 조사됐다. 목사 다섯 명 가운데 네 명이 교인수가 200명 미만인 교회를 섬기고 있었고 이중 25%의 교회는 성도가 50명 미만이었다.

교회 사이즈가 적을수록 재정문제는 더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인수가 50명 미만인 교회의 17%는 재정상태가 근본적인 수준에서 흔들리고 있다고 밝혔지만 200명 이상 교회에서는 이와 같은 답변을 한 목사는 2%에 불과했다. 대부분 소형교회는 어떻게 효과적으로 예산을 집행하느냐의 문제보다 기본적으로 헌금 자체가 너무 부족하다는 점을 입증하는 통계다.

하지만 대부분 목사는 연봉에 만족한다는 입장이다. 19%는 ‘완전히 만족한다’고 대답했고 47%는 ‘대체로 만족한다’고 답변했으며 ‘어느 정도만 만족한다’는 응답도 26%를 차지했다. 목사의 절대 다수가 저소득에 시달리면서도 주어진 환경에 만족하고 있는 것이다.

NAE의 리드 앤더스 회장은 “라디오나 TV에 정기적으로 나오거나, 활발한 교회 사역자들과 대형교회 성도를 거느리는 목사는 아주 극소수”라면서 “오히려 작은 교회를 신앙으로 섬기면서 자녀의 학자금 융자와 낮은 사례비, 병원비 등 각종 재정문제에 시달리는 목사가 거의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앤더슨 회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도움을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목사에게 자주 드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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