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회가 특정 프로그램에 좌우되면 안된다

2015-11-11 (수) 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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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음의 본질 퇴색 시키는 문제점 5 - “소속된 사람들이나 하면 되지…”

▶ 일반 신도들 사역 기피현상 불러, 소임 다한 것은 즉각 폐지가 현명

교회가 특정 프로그램에 좌우되면 안된다

한국의 한 교회에서 제자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교회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대상과 시간에 따른 예배, 신앙 성숙도에 맞춘 다채로운 제자훈련, 선교부터 이웃돕기 모임에 이르기까지 항상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진행한다. 교회의 프로그램은 그 자체가 사역이고 성도가 신앙을 실천할 수 있는 소중한 통로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교회가 프로그램에 함몰되고 있다는 비판도 큰 게 사실이다. 프로그램이 강조되고 우선적으로 여겨지다 보니 교회의 본연적 자세와 복음의 본질이 퇴색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과연 교회의 프로그램은 어떻게 마련되고 진행돼야 하는가.

라이프웨이 리소스의 대표 톰 레이너 목사는 9일 ‘교회 프로그램의 다섯 가지 문제점’을 발표했다. 레이너 목사는 “세계 최대의 크리스천 리소스 회사의 대표로서 교회 프로그램이 가진 문제들을 말한다는 게 자충수일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 “하지만 본래의 목적에 집중하지 않을 경우 교회의 각종 프로그램에서 파생할 문제와 위험성에 대해 나누겠다”고 강조했다.

레이너 목사는 “여름 성경학교와 같은 단기 프로그램부터 연중 내내 운용하는 교회 학교와 소그룹 커리큘럼 등 이미 내용이 제작되고 교회가 사용하는 리소스(resource)”를 프로그램이라고 정의하고 “제대로 관리하고 현명하게 적용하지 않으면 이런 프로그램들이 교회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교회 프로그램이 왜곡될 수 있는 첫 번째 주의사항은 ‘교회 구성원들이 사역의 책임을 회피하는 구실’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지난 80년대와 90년대에 교회에서 활발하게 일어났던 전도 운동의 경우, 훗날 뒤돌아보면 진정성이 결여돼 있었다는 것이다.

많은 교인들이 전도 프로그램을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나누는 유일한 방법으로 여기는 우를 범했다는 지적이다. 성도 각자가 삶에서 복음을 실천하며 전하지 않고 “전도 프로그램에 속한 사람들이나 하면 되는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이 퍼져 있었다고 레이너 목사는 분석했다.

또 모든 사람과 상황에 맞아 들어갈 수 있는 프로그램은 없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환경과 문화가 다를 경우 잘 돌아가던 프로그램도 삐걱거릴 수 있다. ‘여기서’ 잘 된다고 ‘아무 데서나’ 잘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음은 자칫 프로그램이 사역의 폭을 제한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교인들은 자신이 소속되지 않은 프로그램에서 벌이는 사역은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복음을 나누는 것은 전도 프로그램에 포함된 사람들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교인들은 스스로 사역의 범위를 좁히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

이와 함께 프로그램에는 모두 때와 시기가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의외로 많은 교회들이 더 이상 유용성이 없어진 프로그램을 붙들고 늘어진다. 시대에 뒤떨어진 통하지 않는 프로그램은 폐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프로그램은 어디까지나 수단일 뿐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레이너 목사는 몇 달 전 “우리 교회는 주일학교 교회”라고 큰소리치는 목사를 만났다고 전했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묻자 그 목사는 “주일학교를 믿는다”고 대답하더라는 것이다. 주일학교를 수단 대신에 목적처럼 여기는 실수를 저지른 셈이다.

레이너 목사는 “교회가 프로그램에 끌려갈 때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교회가 가진 리소스에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지만 특정한 프로그램을 교회의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의를 불러일으켰다.

<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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