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제자 되는 길은 돈·자녀·가정 희생하는 것”

2015-11-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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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성애 허용 교단 탈퇴 700만달러 예배당 포기 치노힐스 새 성전 옮겨

▶ 교회 영적 힘 잃어 위기 크리스천은 삶의 현장서 용감하게 신앙고백해야

“제자 되는 길은 돈·자녀·가정 희생하는 것”

핼로윈 때 열린 할렐루야 나잇에서 사역 자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제자 되는 길은 돈·자녀·가정 희생하는 것”

고태형 담임목사는 교회와 가정이 함께 이루는 신앙교육을 강조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들은 포기하고 따랐다. 부름을 받을 때 자리를 털고 생업까지 버렸다. 예수의 제자가 되는 길에는 희생과 헌신이 가장 중요했다. 비록 갈길은 여전히 멀었지만, 일단 그리스도 앞에서는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했다.

선한목자교회는 지난달 새로운 성전으로 이사했다. 몬트레이팍에서 시작해 로랜드하이츠에서 창립 40주년을 맞았고 이제 치노힐스에서 새 시대를 열고 있다.

교단도 미국장로교(PCUSA)를 탈퇴하고 복음언약장로교(ECO)에 가입했다.


ECO는 PCUSA의 동성애 허용방침에 반대하는 교회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선한목자교회도 약 700만달러에 달하는 예배당을 포기하고 나왔다.


선한목자교회는 로스앤젤레스 동부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로 꼽힌다. 출석교인이 약 1,000명으로 지역의 대형 한인교회 가운데 하나다.

교단 탈퇴는 95.4%의 성도가 찬성했고, 성전을 포기하고 이사 가는 안건에 대해서는 96.4%가 동의했다.

“당회에서 예배당 포기 결정은 내렸지만 당장 많은 인원이 옮겨갈 곳이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기적적으로 아름다운 성전을 파격적인 조건으로 얻게 됐습니다. 이사 가기까지두 달밖에 안 걸릴 정도로 전격적으로 진행됐죠. 하나님께 감사드릴 뿐입니다.”전원도시인 치노힐스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웅장한 예배당으로 이전하고교인들은 감동하며 기뻐하고 있다. 하지만 고태형 담임목사가 전하는 설교의 강도는 한층 높아졌다. 성전을 마련한 게 “꿈만 같은 일이지만 자랑거리도 아니고, 예배당은 사역을 위한도구일 뿐”이라는 것이다.

“시애틀 교외 지역의 한 고등학교풋볼코치가 얼마 전 정직 처벌을 받았습니다. 경기가 끝나면 매번 선수들과 기도를 했기 때문입니다. 나중에는상대팀 선수들까지 합류할 정도가 됐습니다. 교육구는 기도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때까지 복직시키지 않겠다고 통보했어요.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쉽게 들립니다. 그러나 본인의 직장과돈, 직위에 손해가 난다면 기독교인중에서 과연 몇 명이나 신앙의 원칙을 지킬까요?”고태형 목사는 빌리 그레이엄 목사가 언급한 어록도 인용했다. 미국의기독교가 유례없이 박해와 탄압이 없는 평화의 시대를 누리고 있어 문제라는 것이다.

“어려움을 겪지 못하면서 오히려교회에 위기가 닥쳤다는 게 그레이엄목사의 탄식입니다. 교회는 무기력해지고 목회자와 크리스천은 영적인 힘을 잃고 있다는 경고죠. 기독교가 세상에 밀려 수세로 몰린 지금이야말로그리스도인 각자가 삶의 현장에서 용감하게 신앙을 고백할 때라는 권면입니다.”고 목사는 지난 31일이 종교개혁기념일인 점도 상기시켰다. 종교개혁이 가진 의미를 현재 시점에서 실제적으로 되살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종교개혁은 한마디로 예수 그리스도를 회복하는 과정이라고 봐요. 기독교가 종교적 관습과 타락에서 벗어나 예수를 되찾고, 복음을 세상에 제대로 알리고 구현하자는 것 아니겠어요? 신앙의 이름으로 무리지어 가는것은 좋아하지만 막상 제자가 되는길은 주저하는 게 오늘날 성도의 모습입니다. 돈과 자녀, 가정을 희생해야하니까요. 크리스천에게 종교개혁은지금도 진행 중이어야 합니다. 교회의갈 길이기도 하고요.”선한목자교회가 새 장소로 이전한뒤 교육부서가 바빠졌다. 부모와 함께주일학교를 찾는 학생들이 눈에 띄게늘고 있어서다. 지난 주말 핼로윈 때개최한 ‘할렐루야 나잇’ 행사에는 지난해보다 세 배 가까이 많은 학생과부모가 참여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은교역자들이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동부 지역에 거주하는 한인 가정이 대거 찾아온 것이다. 지난 두 주간에만12가정이 새로 등록했다.

고 목사는 기독교 교육학 박사다.

나름 이론과 현장 목회경험이 만만치않다. 그는 자녀의 신앙교육이 ‘아주어려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자녀의 신앙이 성숙하는데 꼭 필요한 두 가지 변수가 있어요. 널리 알려진 정설이지요. 첫째는 가정의 신앙성숙도이고 둘째는 자녀가 받는 기독교 교육시간입니다. 이 두 가지와 비례해서 자녀의 믿음이 자란다는 겁니다.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 두어 시간을 교회에서 보낸다고 신앙교육이 되는 게 아닙니다. 그렇다고 학교에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부모의 역할이 절대적인 것이죠.”교회의 앞날을 위해서라도 부모의신앙을 성숙시켜야 하고, 그래야 비로소 자녀에게 올곧게 전수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목사의 역할도 여기에있다는 것이다.

선한목자교회가 이사한 뒤 부목사사무실의 공간이 비좁다는 소리가 나왔다. 이틀 뒤 담임목사와 부목사 방이 바뀌었다. 인간적 권위주의를 찾아보기 힘든 선한목자교회의 분위기를그대로 보여주는 일화다.

선한목자교회의 방향성은 예수의제자를 만들며 성장하는 교회다.“ 몇사람이 교회로 오느냐가 중요한 게아니라, 단 한 명이라도 예수의 제자를 키우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선한목자교회는 40주년을 고비로 치노힐스로 이전하면서 새 터에서, 새 날을 열어가고 있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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