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핼로윈 NO” 한인교회 할렐루야 나잇 진화

2015-11-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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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 함께… 이웃 초청… 건전 행사 정착

▶ 미국인 3명 중 1명 “핼로윈데이에 부정적”

“핼로윈 NO” 한인교회 할렐루야 나잇 진화

공주와 수퍼맨 등의 복장으로 이민교회에서 열린 할렐루야 나잇에 참가한 어린이들.

가을의 ‘가장 아름다운 밤’인 10월의 마지막 날은 핼로윈으로 점철된다. 사탄과 유령, 시체와 귀신, 피와 죽음이 ‘재미’와 ‘문화’라는 이름으로 거리를 뒤덮는다. 호박을 파서 랜턴을 켜놓는 수준은 전설이 돼 버렸다.

과연 사람들은 핼로윈을 반기고 있는 것일까. 이제는 한인교회들 사이에서도 핼로윈에 ‘할렐루야 나잇’을 여는 풍토가 자리 잡았다. 교회 주차장이나 강당에 각종 놀이시설을 구비하고 건전한 게임과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게 흥겨운 시간을 제공한다.

최근 할렐루야 나잇도 발전하고 있다. 자녀에게만 집중됐던 내용에서 벗어나 부모가 동참해 온 가정이 즐기는 가족행사로 긍정적 변화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31일 곳곳에서 열린 할렐루야 나잇에서도 부모와 자녀들이 어울려 핫도그, 팝콘, 캔디 등을 먹으며 함께 놀이를 즐기는 모습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각 교회가 할렐루야 나잇에 들이는 인력과 예산도 매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기존의 교인 가정은 물론 비 기독교인을 포함한 이웃을 초청해 교회를 소개하고 복음으로 이끄는 최적의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할렐루야 나이트를 제대로 준비하고 진행하는 경우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교회를 찾는 부모의 발길이 연중 어느 때보다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교회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핼로윈을 반기고 있을까? 라이프웨이 리서치는 지난주 미국인들의 핼로윈에 대한 반응을 조사해 발표했다.

크리스티애너티(CT)는 지난달 30일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면서 “핼로윈은 명절 가운데 여전히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악마적인 장식과 이교도적 관습 그리고 갖가지 ‘어두운’ 요소가 넘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기독교인들은 ‘가을’과 ‘수확’ 분위기를 주제로 삼는 명절이 되길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라이프웨이 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3명 중 1명꼴로 핼로윈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은 현재의 핼로윈 문화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거부 의사를 밝혔다.

미국인의 21%는 ‘핼로윈을 완전히 기피하려고 노력한다’고 대답했다. 어린이들이 ‘트릭 오어 트릿’(캔디를 주지 않으면 괴롭히겠다는 뜻)을 외치면서 집을 돌며 사탕 등을 얻는 행위를 포함해 핼로윈에 벌어지는 온갖 내용에 동참하길 거부하고 있다. 또 14%는 핼로윈 문화 속에서 ‘이교도적 요소를 거부한다’고 대답했다. 명절로 인정하지만 사악한 부분을 골라 피해간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핼로윈을 무방비 상태로 받아들이는 미국인도 많다. 59%는 ‘그저 재미’라고 답변했다. 단순하게 아찔한 스릴을 즐기고 괴기한 두려움을 찾아 나서는 현대인의 풍토가 그대로 반영된 반응이다.


아일랜드에서 유래된 켈트족의 이교도적 풍습인 핼로윈이 미국에 본격 수입된 건 1840년대부터다. 대기근을 피해 아일랜드 이민자들이 대거 이주하면서 따라온 것이다. 그러나 1950년대만 해도 핼로윈은 어린이들이 특이한 복장을 하고 사탕과 과자를 즐기는 날이었다.

크리스티애너티는 핼로윈이 최근 수년 동안 성인사회에서 폭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국소매업자연합(NDF)의 통계에 의하면 올해에만 핼로윈과 관련돼 지출된 돈이 69억달러에 달한다는 것이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2배 이상 폭증한 규모다. 급변하는 시대적 상황이 그대로 투영된 세태를 보여주는 것이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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