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첫인상’ 실망한 교회 또 가고 싶을까요

2015-09-16 (수)
크게 작게
‘첫인상’ 실망한 교회 또 가고 싶을까요

교회를 처음 방문한 사람은 사소해 보이는 이유로 다시 찾지 않게 된다. 한국교회의 예배 모습.

■ 혹시 우리 교회도?… 사소해 보이는 큰 문제점들

교회도 첫 인상이 중요하다. 처음 교회를 찾는 사람이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 한다. 자연적 성장이 이뤄지는 것은 물론 기존 교인의 안정적 신앙생활에도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크리스천 라이프웨이 리소스의 톰 레이너 대표는 교회가 간과하기 쉬운 첫 인상 관리에 대해 핵심사항을 조사했다. 레이너 대표는 응답자들의 답변을 모아 분류별로 정리해 지난 9일 발표했다.

- - -


예배형식이나 신학적 차이, 설교와 찬양 등 일차로 외부적으로 쉽게 알 수 있는 요소들을 제외하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무시하기 쉬운 이차적인 부분을 간추렸다. 그만큼 공식적으로 논의되지 않아 대응책 마련도 어려운 것들이다.

조사 대상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적을 받은 사항은 ‘교회 구성원들이 늙었다’는 점이었다. “예배에 참석한 교인들을 보고는 이 교회에서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반응이다.

교회로서는 어쩔 수도 없는 악순환의 고리다. 하지만 외부에서 교회를 찾은 사람들이 받는 첫 인상을 마냥 무시할 수도 없는 일이다. 우선 문제점을 알고 인정해야 해결방법을 찾게 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교회 안이 정리가 되지 않고 어지럽게 물건들이 널려 있는 점도 ‘사람을 쫓아내는 요인’으로 드러났다. “예배당이 마치 굿윌 스토어처럼 성경, 책, 우산, 옷가지들이 들어차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교회를 찾은 사람이 소외감을 느끼는 분위기도 큰 문제다. “예배가 시작되기도 전에 벌써 이방인이 돼 버렸다.” 기존 성도가 끼리끼리 모여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면 당연히 소외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네 번째는 한인교회에도 만연한 문제다. 먼저 온 사람들이 복도 쪽 의자 끝에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교회를 처음 와서 어색한 사람들이 어렵게 양해를 구하며 사람들을 헤치고 안으로 들어가 앉는 상황을 생각하면 이해가 간다. “무려 여덟 명을 지나서 간신히 자리에 앉았다. 내가 그곳에 온 게 못마땅한 것처럼 보였다.”

이 밖에도 어린 자녀를 동반한 부모의 경우 어디가 어딘지를 몰라 예배당 안을 헤맨 경험을 밝혔다. 아이들을 주일학교에 보내고 예배에 참석해야 하는데 적당한 안내 사인이 없어서 고생한 케이스다. “주차장부터 예배 처소 입구까지 그리고 프리스쿨까지 어디로 가야할 바를 몰라 정말 혼란스러웠다.” 또 다시 그 교회를 갈 마음이 생기겠는가.


다음은 한인교회에는 별로 해당사항이 없는 부문이다. 예배에 대한 안내문이나 주보가 없는 교회도 다시 가기를 꺼리게 되는 대상으로 꼽혔다. “가는 교회마다 주보를 챙겼지만 아무 것도 없는 교회는 머리에서 금세 잊어졌다.”

어린 자녀를 돌보는데 열정이 적어 보이는 교회도 물론 다시 찾지 않을 교회 가운데 하나였다. 제대로 조직적으로 아이들의 상태를 점검하며 케어하지 못하는 교회다. “우리 애는 내내 소리를 질렀다. 다시는 가지 않을 거다.”

미국 교회에는 벤치나 방문 앞에 사망한 부모를 기념하기 위해 기증자의 이름을 새겨 놓기도 한다. 이게 지나쳐 강대상, 테이블, 오르간, 피아노, 심지어 유리창에까지 이름표가 더덕더덕 붙어 있는 경우도 있다. “기분이 이상했다. 마치 장례식장에 온 것 같았다.”

예배가 정해진 시간에 시작하지 않는 것도 나쁜 첫 인상을 남긴다. “우리 가족은 제 시간에 교회에 도착했다. 그런데 예배는 10분 후에 시작했다. 모두들 으레 그러려니 하는 눈치였다.”

마지막 지적사항은 역시 한인교회에서도 어렵지 않게 보이는 풍경이다. 한 사람이 몇 사람이 앉을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옆 의자에 가방을 올려놓고 아예 다른 사람이 오지도 못하게 방해하는 경우도 있다. “내 근처에는 얼씬거리지도 말라는 신호로 보인다”는 지적이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