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말로만 ‘나는 그리스천’ 갈수록 증가추세

2015-09-0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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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8%가 기독교인 자처에도 불구 예배 참여·성경 읽기 등 측면에선 그리스도 제자로서의 삶 부족

▶ 젊은층 내려갈수록 급격히 늘어

말로만 ‘나는 그리스천’ 갈수록 증가추세

독실한 그리스도인 장미란 선수가 역도경기에 앞서 기도하는 모습. 젊은층에서 소위 ‘포스트 크리스천’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개인 신앙상태’ 설문조사 결과에 우려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은 과연 무엇인가. 스스로 기독교인이라고 자처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정작 동성결혼 등 첨예한 사회적 이슈가 대립하고, 조금이라도 불이익이 예상되면 신앙은 흔적을 찾아보기 힘든 경우가 허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무늬만 크리스천’인 사람들은 하나님의 축복을 끊임없이 간구한다. 또 적지 않은 교회와 목회자들이 이에 동조하거나 심지어 부추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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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기관인 바나 리서치는 최근 이와 관련된 설문조사를 대대적으로 실시하고 소위 ‘포스트 크리스천’의 실태를 분석해 발표했다. ‘포스트 크리스천’은 자신을 기독교인으로 자처하지만 전통적인 기독교인들과 다른 신앙과 행태를 가진 부류의 사람들을 말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의 삶, 교회출석과 예배 참여, 성경을 읽고실천하는 생활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바나 리서치는 전국적으로 6만808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이에 따르면 미국인 가운데 무려 78%가 자신을 크리스천이라고 밝혔다. 10명 중 7명 이상이 기독교인으로 집계된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들의 답변은 얼마 만큼의 오류를 내재하고 있는 것일까.

이와 관련해 바나 리서치는 15개 항목을 마련해 믿음의 상태와 신앙생활을 심층적으로 파고드는 질문을 던졌다. 15개 질문 중에서 12개 이상(80%)에 해당하면 ‘매우 강한 포스트 크리스천’, 9개 이상(60%)이면 ‘상당한 수준의 포스트 크리스천’으로 분류했다.

이 결과 ‘포스트 크리스천’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3년만해도 37%였던 수치가 올해 조사에서는 44%로 2년만에 7%포인트나 껑충 뛰었다. 본인이 기독교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알맹이는 기독교본질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지대한 원인 중의 하나는 젊은층에서 제대로 신앙을 갖춘 사람들이 급격하게줄어들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조사에서도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밝힌 사람 가운데 ‘포스트 크리스천’의 비중이 나이가 내려갈수록 많게 나타났다. 67세 이상에서는 28%에 불과했지만 베이비부머 세대(48~66세)에서 35%로 점차 증가하고 29~47세 연령대에서는 40%로 늘어났다. 그러다 18~28세 청년층에서는 절반에 육박하는 48%로 치솟았다. 차세대를 향한 신앙교육이 얼마나 시급한 과제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통계다.

또 대부분의 미국인이 어떤 형식이든 기독교와 연결돼 있지만 젊은이들 사이에서는‘포스트 크리스천’이 대세를 이루고 있음을보여 준다. 도시에 거주하는 청년들이 복음에대해 훨씬 큰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밝혀졌기 때문이다.


‘포스트 크리스천’의 증가세는 종교뿐만 아니라 앞으로 정치, 사뢰, 문화 등 모든 분야가 급변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바나 리서치는 분석하고 있다. 영적인 시각은 물론 도덕의 기준과 적용, 일상 생활의 생태 등이 모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이번 조사결과는 기독교 영향권 안에 있는 사람들을 향한 교회의 사역이 철저히 실패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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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 리서치가 개인의 신앙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동원한 15개 항목은 다음과 같다. 각자 ‘예’와 ‘아니오’로 대답하고 몇 가지나 ‘예’에 해당하는가를 계산하면 자신이 ‘포스트 크리스천’인지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다.

1. 하나님을 믿지 않는다.

2. 무신론자 또는 불가지론자이다.

3. 신앙이 인생에서 중요하다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4. 하나님에게 기도하지 않는다.

5. 예수 그리스도에게 헌신한 적이 없다.

6. 성경이 정확하다는 사실에 동의하지 않는다.

7. 교회에 헌금하지 않는다.

8.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다.

9. 예수도 죄를 지었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10. 신앙을 나누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못 느낀다.

11. 성경을 읽지 않는다.

12. 교회 봉사에 참여하지 않는다.

13. 주일학교에 참석하지 않는다.

14. 소그룹 모임에 참석하지 않는다.

15. 가정 교회에 참여하지 않는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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