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웃의 작은 교회 3곳 ‘연합예배’ “부활의 기쁨 함께 누려요” 화제

2015-04-0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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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로스포인트침례·요바린다장로·예친교회... 요바린다서 오순도순 “다툼 모르는 형제애"

▶ 선교·이웃 구제도 열심… 소형교회의 모범

이웃의 작은 교회 3곳 ‘연합예배’ “부활의 기쁨 함께 누려요” 화제

성금요일 연합예배를 갖는 소형교회의 임현중(왼쪽부터), 김민재, 이아모스 목사.

작은 교회는 필요한가. 사람이 적어 힘도 약하고 능력도 없어 보이는데 존재해야 하는가. 예수 그리스도는 지극히 낮은 삶을 보여주었다. 스스로 작은 존재가 돼 고초를 당하며 십자가로 끌려갔다. 그리고 부활하며 가장 크고 강한 일을 이뤘다.

부활절을 앞두고 조그만 교회 셋이 거룩한 예배를 드린다. 남가주 요바린다에 자리 잡은 세 교회가 한 자리에 모여 성금요일 예배를 드릴 계획이다. 크로스포인트침례교회(담임목사 이 아모스), 요바린다장로교회(담임목사 임현중), 예친교회(담임목사 김민재) 세 교회는 3일 오후 8시 요바린다장로교회에서 연합예배를 갖는다.


크로스포인트침례교회와 요바린다 장로교회는 교인 수가 30명 정도다. 예친교회는 60명 안팎이어서 ‘대형 교회’라고 농을 친다. 이번 성금요일 연합예배는 100명이 넘는 성도가 찬양하고 기도하며 부활의 기쁨을 나누는 벅찬 자리다.


이들 목사들은 매달 만나 교제한다. 새벽예배 때 교회 열쇠를 가진 교인이 급한 일이 생겨 문을 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목사와 성도는 자연스럽게 이웃 교회로 이동해 함께 새벽예배를 드렸다. 창립예배나 취임예배가 열리면 서로 축사를 나눈다.

교인 쟁탈전은 꿈도 꾸지 않는다. 연합예배에서 누가 설교하는가는 문제도 안 된다. 처음에는 의아해 하던 교인들도 목회자들의 이런 모습을 보고 즐거워한다. 다툼이 아닌 건강한 경쟁, 험담 대신 축복이 오가는 관계에서 교회의 교회다움을 목격하기 때문이다.

“목사들 각자가 교인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습니다. 목회자가 교인을 상대로 목양에 전념할 수 있다는 게 작은 교회의 장점이죠. 모두 성도와 친밀한 관계성을 맺고 있어요. 교인들도 옆 교회가 좋아 보인다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수준이 아닙니다.”

요바린다 장로교회는 재작년까지 세 가정이 출석했다. 지금은 열 가정으로 늘었다. 현재 베이커스필드에서 세 가정이 예배 드리는 교회를 지원하고 있다. 동전을 모으고 재정을 나눠 매달 300달러를 보낸다. 교회 전체가 베이커스필드를 찾아 함께 예배를 드리기도 했다. 돈을 넘어 인격적 만남을 갖기 위해서다. 이런 자리에서 부르는 찬송에는 감격의 눈물이 넘친다.

크로스포인트침례교회는 외식비와 커피값을 모아 멕시코에 있는 교회에 송금했다. 목회자 자녀들 지원금도 보낸다. 열 가정 남짓한 소형교회라고 선교하고 나누지 못하란 법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교인들은 이런 교회에 몸담은 걸 뿌듯하게 여기고 있다.

예친교회는 북가주 산골의 주일학교가 없는 교회를 찾아 여름성경학교를 열었다. 백인 동네에서 30명의 어린이가 모였고 이 가운데 18명이 교회를 나오게 돼 교회학교가 부활했다. 작은 이민교회가 주류 교회에 큰 힘을 보탠 것이다. 어른들이 기꺼이 내 놓은 헌금과 몇몇 영어권 청소년들의 헌신이 빚어낸 작은 기적이다.

“동기 부여가 확실하면 성도는 움직입니다. 저희 교인들은 작은 규모를 떳떳하게 밝히면서 교회 자랑을 많이 하고 다녀요. 성도도 자부심을 갖는 거죠. 이게 바로 작은 교회의 힘이죠.”


목사들은 가족의 기도 제목이나 자녀 문제에 대한 정보를 허물없이 나누기도 한다. 교단 모임이나 교회 단체에서 느끼지 못한 형재애를 느낀다고 입을 모은다. 미자립 교회의 어려움을 절절하게 체험한 탓에 힘을 합쳐 다른 개척교회를 지원하는 소망을 갖고 있다. 여름성경학교도 공동으로 마련하고 양로원 등을 같이 방문해 위로하는 계획도 나누고 있다.

“대형교회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디테일한 부분을 소형교회는 감당할 수 있습니다. 주변을 겉도는 교인을 한 사람씩 진심으로 돌볼 수 있죠. 또 인생의 코너에 몰린 사람을 발견해 돕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런 분들을 찾는 훈련을 쌓아가려고 합니다.”

사람은 교회 성장의 도구가 아니라 한 영혼 자체가 궁극적 목적이라고 세 목사는 말했다. 하나님이 인간으로 세상에 온 성육신의 의미는 ‘지금 이 자리에서 섬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게 부활을 기뻐하는 가장 소중한 방법이라고 당부했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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