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회·교인 수 내리막길…무엇이 문제일까

2014-10-2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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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적으로 예배참석 미국인 20%도 못미쳐

▶ 양국 전문가 공통 “전도보다 신뢰회복 시급”

교회·교인 수 내리막길…무엇이 문제일까

한국이나 미국 모두 교회와 성도는 빠르게 감소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본국 대형교회의 예배 모습.

[한국과 미국서 동반 감소세]

교회를 세우면 당연히 성장할 것으로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 수많은 신학생들이 대형교회를 그리며 목회의 성공으로 여겼다. 그러나 이제 규모를 키우기는커녕 문을 닫는 교회가 속출하는 시대가 됐다. 여전히 신학교의 정원은 동결돼 있지만 입학 경쟁률은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한국 통계청이 발표한 2012년 현재 ‘전국 사업체 조사’ 통계에 따르면 종교단체 수는 총 7만4,712개이며 기독교단체는 5만6,904개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 불교단체는 1만3,658개, 천주교단체 2,063개로 뒤를 이었다.


하지만 교회의 숫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2년 한국 종교현황 조사에서 전국 교회의 수는 6만785개였지만 2008년 조사에서는 5만8,612개로 2,173개 교회가 문을 닫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어서 가장 최근 자료인 2012년 조사에서는 5만6,904개로 나타나 1,618개 교회가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각 교단마다 신학생 정원은 줄이지 않고 있어 사역지를 찾는 목회자의 발길은 앞으로 더욱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지역별로는 서울, 인천, 경기, 호남 등 서부 지역에서 교회가 많았으며 부산, 경남, 경북, 대구 등 동부권에서는 불교가 강세를 보였다.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과 호남에선 서울이 8배, 인천은 15배, 경기도는 9배로 기독교단체 수가 불교단체 수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부산과 영남에서는 기독교 단체수가 우위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불교단체 수와 비교해 보면 그리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특히 경남 지역은 기독교 단체와 불교의 비율이 1.22배로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전국의 시·군·구 중 인천 부평구와 남동구, 서울 송파구가 기독교단체 수에서 1위부터 3위를 차지했다. 불교단체가 가장 많은 곳은 경북 경주시였으며 경남 밀양시와 양산시가 뒤를 이었다.

불교단체는 경남 산청군이 인구당 비율이 가장 높아 430명당 절이 한 곳씩 있었다. 기독교 밀집 지역은 서울, 경기, 인천으로 나타났고 불교단체는 부산에서 가장 높은 밀집도를 보였다. 경주는 면적 대비 사찰 수가 가장 많았다.

미국 교회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지난해 바나리서치, 올슨, 스테처 등 기독교 조사기관들이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정기적으로 교회 예배에 참석하는 미국인은 2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갤럽 등 일반 여론조사기관의 조사에서는 40%에 달했던 게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진 것이다. 실제로 과학적 종교조사 저널의 조사에서는 매주 예배에 참석하는 크리스천은 전체 인구의 17.7%로 5,200만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미국 내 최대 교단인 남침례교의 경우 저조하나마 성장세를 지키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장로교, 감리교, 성공회 등 대부분 주류 교단에서는 지난 30년 동안 교인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갤럽은 교인수의 감소세에는 동의하지만 전체 성도비율은 40% 정도를 유지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갤럽은 전국적으로 무작위로 1,000명을 선정해 ‘지난 일주일 동안 결혼 및 장례식을 포함해 기독교 예식에 참여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 결과 미국인의 약 40%가 자신을 ‘정기적으로 예배에 참석하는 그리스도인’으로 정체성을 밝혔다는 것이다.

교회의 감소세에 대한 대처 방안으로는 ‘전도’보다는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미국이나 한국 전문가들 사이에서 공통으로 주류를 이루고 있다. 또 교회를 떠난 사람들 가운데 실제로 신앙을 버리기보다는 대형교회 등에서 미등록자로 예배를 드리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교회에서 발길을 돌리는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처하지 못하면 이 같은 물결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앙은 있지만 교회에 출석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할 것이냐가 앞으로 교회에 숙제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walkingwith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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