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침술치료하며 복음 전해요˝…침 들고 매달 해외로

2014-10-2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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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파선교회

˝침술치료하며 복음 전해요˝…침 들고 매달 해외로

침술을 통해 복음을 전하는 라파선교회 회원들이 이번 달 초 멕시코 선교여행 도중 사진을 촬영했다.

페루·아르헨·캄보디아 등 세계 곳곳 누벼
침술 강의 10년… 내년부터 타운 무료 진료


인생을 살아가다 절대적인 구세주와 조우한다는 건 단순히 행운이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만났다면 그것은 영원히 가슴에 새겨지는 대사건이요 최고의 축복이다. 진정으로 그리스도의 품에 안겨 본 사람은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바야흐로 구원의 여정에 들어선 것이다.

나날의 일상을 꾸려가야 하는 인생에게는 틈이 없어 보인다. 괜스레 마음이 바쁘고 고삐를 늦추면 금방 망할 것처럼 긴장에 빠져 있다. 하지만 성경은 말한다. ‘주님은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그가 자는 동안에도 축복하신다.’ 성공과 실패가 나 하기 나름에만 달린 게 아니라는 말이다.


라파선교회 회장인 오덕상 장로는 ‘선교 떠나는 사람’이다. 한의원을 운영하는 한의사이지만 일 년에 열 번 꼴로 선교에 나선다. 거의 매달 일주일 동안 비행기를 타고 선교지를 찾는다. 가깝게는 멕시코부터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파라과이, 페루, 아르헨티나까지, 그리고 멀리는 카자흐스탄, 중국, 필리핀, 캄보디아에도 그의 선교 발자국이 남아 있다. 예수를 만난 뒤 그의 인생은 끊임없이 변화의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선교에 나서면 한의원은 문을 닫는다. 운영의 손실은 오롯이 그가 감당할 몫이다. 게다가 한 번 선교여행에 나서면 최소한 1,000달러 이상 소요된다. 돈이 많아 하는 게 아니다. 콘도에 살면서 두 딸을 키워냈다.

“그래 봐야 한해에 70일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일 년 내내 수고하는 선교사가 있잖습니까. 오히려 부족하지요. 그나마 이렇게 사용해 주시니 하나님께 감사할 뿐입니다.”이번 달 초에도 멕시코 시골 케레따로에 다녀왔다. 텍사스 달라스를 거쳐 오가는 쉽지 않은 행로였다. 첫 날에 60여명 안팎 원주민이 모였지만 다음 날에는 두 배로 늘었다. 그와 라파선교회 회원들은 진료센터를 차리고 침술을 베푼다. 온갖 질병에 시달리면서도 병원을 찾지 못하던 사람들이 몸에 차도를 느끼면서 가족과 친지를 데려 온다. 그들이 침상에 누워 있을 때 회원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한다. 아파 누운 가난한 사람들은 어렵지 않게 영혼의 빗장을 거두고 마음의 문을 연다.

“행복하니까 하는 겁니다. 병이 고쳐지고, 복음이 들어가고, 다녀 오면 현지 교회가 부흥하고, 선교사님들은 힘을 얻고, 그 보람을 뭐라 말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얻는 게 많아요. 연말에 결산해 보면 결국 남는 것은 선교뿐입니다.”선교여행에는 라파선교회 멤버들이 동행한다. 오 장로가 증상을 진단하면 회원들은 익숙한 솜씨로 침 치료에 들어간다. 현지인의 문화와 안전을 감안해 침은 팔과 무릎 아래 다리에만 놓는다. 그래도 흔히 볼 수 없는 치료효과가 강물처럼 이어진다. 성령의 역사다. 인간은 그저 기도하면서 침을 놓을 뿐이며 고치는 이는 하나님이다.

오 장로는 10년째 침술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12주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선교지에 사용할 침술을 가르친다. 지금까지 24기에 걸쳐 300여명이 거쳐 갔다. 게 중에는 신학생이 아예 한의사가 돼 선교사로 파송 나간 경우도 있다.

지난해에는 라파선교교회를 개척했다. 문재성 목사를 담임으로 청빙해 현재 40여명이 예배를 드리고 있다. 교회에 처음 나오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한인타운에 교회를 열고 보니 어려운 처지에 놓인 한인들이 많은 걸 실감했습니다. 당장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분도 있고,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분들도 있어요. 작은 개척교회이지만 최대한 노력하려고 합니다. 내년부터는 토요일에 무료 진료실을 열 예정입니다.”오 장로의 첫째 딸 제인은 간호대를 졸업하고 한의대에서 공부 중이다. 둘째 딸 에스더는 약학대에 재학 중이다. 모두 아버지의 분야에서 대를 잇는 셈이다.

“그저 바라는 것은 두 딸 모두 선교에 힘을 합하는 거지요. 의술은 복음을 전하는 아주 훌륭한 도구이거든요. 하나님에게 맡기고 나가면 그분이 책임을 지십니다. 생활비도 조금 덜 쓰면 되요. 그래도 얼마든지 먹고 삽니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walkingwith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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