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목회자 자녀들도 ‘신앙적 방황’

2014-10-1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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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 담임목사 대상 조사

▶ 백인교회 목회자가 43%로 비백인교회 25%보다 많아, 일반가정 자녀들과 비슷

목회자 자녀들도 ‘신앙적 방황’

본국 기독공보가 보도한 목회자 자녀를 위한 비전트립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은 모습.

목회자나 선교사의 자녀는 다른 아이들과는 다른 환경에서 자란다. 싫든 좋든, 옳든 그르든, 목사의 아들과 딸은 ‘이래야 한다’는 선입견이 교인들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어린 나이에는 이해하기도, 받아들기도, 실천하기도 힘든 굴레일 수밖에 없다. 각종 통계에 따르면 목회자의 자녀는 대다수가 신앙을 지키고 교회와 사회의 건실한 구성원으로 자란다. 하지만 목회자 부모와 교회 그리고 성도의 모습에 실망하고 상처를 입은 채 방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부모의 뒤를 이어 목회의 길을 가는가 하면 아예 신앙을 접는 자녀도 있다.


바나리서치 그룹은 이와 관련해 미 전역의 개신교 담임목사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목회자의 5명 가운데 2명꼴로 ‘자녀가 15세가 넘으면서 신앙에 확신을 갖지 못한 시기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런 상태가 ‘아주 심각했다’고 답변한 목사가 20%나 됐고 ‘상당한 수준이었다’고 말한 목회자는 22%를 차지했다.

이와 같은 상황은 목사가 섬기는 교단이나 성도의 구성 성분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백인이 다수인 교회의 목회자는 43%가 자녀의 신앙적 방황을 경험했다고 밝혔지만 비백인 교회의 목사에서는 이 수치가 25%로 크게 떨어졌다. 또 장로교나 감리교, 성공회 등 주류교단 목회자는 51%를 차지했지만 침례교나 순복음 등 다른 교단에서는 37%에 불과했다.


매우 부정적인 결과도 드러났다. 신앙을 버린 것은 아니지만 ‘자녀가 교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답변한 목회자가 전체의 33%에 달했기 때문이다. 또 ‘자녀가 이제는 크리스천이 아니라고 여기고 있다’는 대답도 7%를 차지했다. 비록 주류 교계의 이야기이지만 한인 이민교회도 유의해야 할 만한 사실이다.

목회자 자녀가 신앙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도 함께 조사됐다.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목사 자녀에게 쏟아지는 비현실적으로 높은 기대감’(28%)으로 지적됐다. 다음으로는 ‘교회의 부정적인 현실을 목격했기 때문’으로 18%를 차지했다. 목사와 사모 역할을 하는 부모가 너무 바빠 가정생활의 불만이 자녀의 기독교 신앙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답변도 17%나 됐다. 교회의 분쟁이나 교인들의 이기적인 행태와 위선 그리고 목회자 자녀에 대한 부적절한 기대치가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자녀의 신앙교육에 있어서는 많은 목회자들이 ‘성공적’이라고 응답했다. 자녀에게 나름 부족하지 않게 예수 그리스도를 소개하고 성경을 가르치고 있다고 밝힌 목회자가 37%나 됐고, ‘부족하다’는 목사는 5%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에 대해서는 ‘후회한다’는 답변이 압도적이었다. 자녀와 ‘충분한 시간을 보내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응답은 21%에 머물렀지만 ‘더 많은 시간을 자녀와 보냈어야 했다’는 대답은 42%로 두 배나 됐다.

조사를 주도하고 목회자 자녀에 대한 ‘유 로스트 미’(You Lost Me)라는 책을 두해 전 저술한 데이빗 키너맨 대표는 “목사의 자녀들이 갖는 신앙적 갈등은 일반 교인 가정의 수준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평가했다. 부모를 따라 교회에 출석하며 자란 자녀 가운데 5명 중 2명은 신앙적 회의를 갖고 영적 방황을 겪는다는 것이다.

키너맨 대표는 “목회자 자녀들은 모든 면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언행을 평가받는 특수한 상황에서 자라고 있다”며 “목회자 부모는 물론 교회 성도들도 목사 자녀에 대해 현실적인 기대 수준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walkingwith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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