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배우자·자녀와의 사별 고통, 소망으로 바꿔요

2014-10-0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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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가주 사랑의교회 매주 ‘상실 회복 세미나’

▶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원망·분노의 나날, 동병상련 아픔 나누며 위로·치유·힘 얻어

배우자·자녀와의 사별 고통, 소망으로 바꿔요

남가주 사랑의교회에서는 사별 가족을 대상으로 매주 ‘상실 회복 세미나’를 갖는다. 회원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영원한 생명을 믿는 그리스도인에게도 죽음은 상실의 아픔을 준다. 이별을 하고 나면 이 땅에서는 그리운 얼굴을 다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나이 든 부모가 천수를 누리고 죽어도 가슴 한쪽이 뻥 뚫리며 회한이 밀려든다. 고운 정과 미운 정 깊게 쌓인 배우자가 어느 날 갑자기 사망하기라도 하면 인생은 완전히 다른 색깔로 바뀐다. 애지중지 키운 자식이 죽는 일은 잠깐이라도 상상조차하기 싫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인생사에서 쉼 없이 벌어지는 게 죽음의 이별이다. 그리고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사별의 찢어지는 고통을 피할 사람은 없다.


정순옥 권사는 서른이 넘은 외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었다. 자식을 먼저 보낸 충격을 견디지 못한 남편까지 얼마 뒤 숨을 거뒀다. 졸지에 딸과 함께 동그라니 남겨졌다. 가족 네 명 중 두 사람이 사라졌다. 다른 사람은 도저히 헤아릴 수 없는 슬픔이다.

원정선 집사는 이민 온 지 5년 만에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 40대 중반의 한창 나이에 남겨진 두 아이를 먹이고 키워야 했다. 그리움과 허망에 채 빠질 틈도 없이 생활전선을 뛰었다. 아무리 다스리려 해도 원망이 하늘을 찌르고 뜻 모를 분노가 가슴을 채웠다.

김경연 집사는 고향에서 지내던 노모가 숨을 거뒀다. 이민자로 살며 제대로 보지도 못한 엄마였다. 살아생전 잔정을 자주 나누지 못한 관계가 오히려 큰 죄책감을 몰고 왔다. 늙은 부모 죽은 것에 그리 슬퍼할 게 뭐 있냐는 주변의 소리가 가슴을 후볐다.

이들은 매주 오후 1시 남가주 사랑의교회 127호실에서 ‘상실 회복 세미나’를 열고 있다. 특별한 기간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대상이 제한된 것도 아니다. 사별의 아픔을 가진 사람이라면 다른 교회를 다녀도 상관없고, 아예 교회 근처에 가지도 않았어도 환영이다.

정 권사는 남편과 아들과 이별하고 어쩔 줄 모르는 심정에 새들백교회의 치유 세미나를 찾았다. 8년이 지난 지금 그녀는 사별의 슬픔을 회복하는 사역자로 여생의 시간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나름 열심히 믿고 있었는데 ‘왜 이런 일이 나에게 벌어지나’ 저도 하나님을 원망했어요. 그런데 말씀이 계속 떠올랐죠. ‘내가 해야겠다’하고 사역을 시작했어요.”

식당에서 가족이 둘러앉아 식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 권사는 상실의 끈을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와 현재를 구분해 상실감과 소망을 관리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상실감을 치유하면서 딸과 사이가 회복돼 가정이 다시 살아났다고 전했다.


원 집사는 사별 가정 회복모임에서 총무를 맡고 있다. 나락에 떨어진 듯한 고통을 치유하고 이제는 위로와 축복의 통로가 된 것이다.

“3년을 울며 지냈어요. 하지만 하나님께 매달려 온갖 하소연을 다 늘어놓는 기도의 시간이 됐어요. 결국 예수 그리스도는 치유의 주인공이 되셨어요. 사춘기 자녀도 잘 자랐고요. 기도는 헛되지 않습니다.”

김 집사는 일상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공원묘지를 판매하는 일은 망자의 가족과 거래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섣부른 위로를 삼간다고 말했다.

“나오기가 힘든 거죠. 그렇지만 혼자 슬퍼하지 말고 동병상련의 나눔을 가져야 해요. 서로 들어주다 보면 상처가 아물고 힘이 생깁니다.”

사별 직후에는 정신이 없어서, 시간이 흐른 뒤에는 ‘이제 좀 정리가 됐는데’ 싶어서 모임에 나오기를 꺼린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그러나 치유의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곯는 상처를 보이지 않게 덮는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치유 세미나는 전문적으로 제작된 DVD를 시청하고 대화를 주고받으며 개인적으로 적용하는 순서로 이어진다. 모임에 나오기 힘든 가족도 있다. 연락만 주면 기꺼이 방문해 가슴을 열고 귀를 기울인다. 교회의 요청에 따라 세미나 교재도 제공한다.

“하나님은 약속을 지키셔요. 살아계신 하나님이니까요. 우리의 아픔 가운데서 소망을 주시고, 결국 이뤄주십니다. 그분의 크기와 뜻을 우리가 헤아릴 수는 없어요.”

문의 (714)318-0818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walkingwith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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