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과학에 대한 이해부족이 기독교와 갈등 원인”

2014-09-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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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태일 교수 ‘기독교·과학 올바른 관계’ 강좌

▶ “과학 아울러야 새로운 세계관 젊은이 포용”

“과학에 대한 이해부족이 기독교와 갈등 원인”

배태일 장로가 클레어몬트 신학대학원에서 기독교와 과학의 올바른 관계 설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과학은 기독교의 적인가. 첨단기술로 인류 역사상 최대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현대인에게 성경과 과학은 엇박자처럼 보인다. 이런 불협화음은 교회를 향한 발걸음을 가로막는 장애물 중의 하나다.

하지만 과학도 하나님의 창조물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과학의 혜택을 직간접적으로 누리고 산다. IT 기술로 업그레이드되는 인터넷을 사용하고, 생명공학으로 만든 신약을 통해 질병을 치료한다.

한여름 수목이 우거진 클레어몬트에서 지난 9일 기독교인으로서 과학을 보는 시각을 검토하는 강좌가 열렸다. 스탠포드 대학교 교수이며 물리학자인 배태일 장로가 ‘기독교와 과학의 올바른 관계 설정’이라는 제목으로 공개강좌를 이끌었다.


클레어몬트 신학대학원의 과정신학연구소(Center for Process Studies)가 한국어 과정 프로젝트의 하나로 마련한 자리였다. 배 장로는 다음날에도 ‘과학자와 과정신학의 조우’(A Scientist’s Encounter with Process Theology)를 주제로 영어 강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배 장로는 “오늘날 눈부신 기술문명의 이기들이 각 부문에서 개발되고 있지만 현대 과학의 세계관을 받아들이는 데는 많은 사람들이 저항하고 있다”면서 “특히 일부 기독교인들은 현대 과학을 거부하는 것이 마치 기독교의 기본 교리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기독교와 과학의 올바른 관계를 방해하는 요소를 나열했다.

“우연도 하나님께서 섭리를 베푸시는 수단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우연을 섭리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알고 있으니까 과학을 받아들이는데 저항이 생기는 겁니다. 우연처럼 보이고, 자연적인 것처럼 보이는 이 세상의 모든 과정도 결국 하나님의 질서 안에서 탄력적으로 진행되는 거죠.”

우연 속에 필연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시선으로 과학을 바라보면 얼마든지 기독교가 과학을 아우를 여유를 발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우주의 한 부분을 국지적으로 연구한다고 해서 우주의 목적을 알 수는 없어요. 캘리포니아의 수많은 수로를 연구한다고 물이 흐르는 목적을 알 수도 없죠. 과학이 목적론을 배격하거나 과학주의에 빠지는 것도 함정입니다.”

배 장로는 기독교와 과학 사이에는 근본적으로 갈등이 없다고 단언했다. 다만 이해 부족과 왜곡된 지식이 신앙의 혼돈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신학과 과학이 상호 배우는 과정에서 신학자와 과학자는 중요한 자원입니다. 다만 신학교 교수나 학생 중에서 과학을 전공한 사람이 적다 보니까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를 몰라요. 기술이 급속히 발달하는 요즘 세상에 올바른 도덕적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도 과학을 이해하는 문제는 매우 시급합니다.”


하나님과 인간 그리고 자연의 관계에서 신학적 추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도 과학이 큰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배 장로는 설명했다.

또 고린도 전서 2장의 내용을 제시하면서 바울 사도의 전도 방식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울은 ‘그들에게 맞춰 복음을 전했다’고 말합니다. 교회 몇십 년 다녀도 성경을 제대로 모르고, 한국 교회가 이토록 자기중심으로 타락한 배경이 있어요. 구약은 중국어를 번역하고 신약은 영어를 번역해 만든 100년 전 성경을 아직도 쓰고 있습니다. 당시에는 히브리어, 헬라어 한국인 박사가 한 명도 없었죠. 지금은 수백 명이 넘어요. 목사가 수십 년 묶은 성경을 갖고 설교하는 걸 자랑으로 여깁니다.”

교회는 이제 새로운 세계관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고 배 장로는 주장했다. 아니면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는 물결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기독교인들은 바로 자신이 복음 전파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교회가 과학을 배격하기 때문에 미신 소리를 듣는 겁니다. 교회가 먼저 과학과 세상을 부정하는데 누가 귀를 기울이겠어요? 과학과의 갈등을 극복해야 합니다.”

배 장로는 현대 과학에서 뉴턴의 결정론은 붕괴됐다고 소개했다. 미래는 열려 있고 인간은 하나님과 함께 세상을 전개해 나간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독교인이 책임감을 느껴야 하고, 그래야 교회도 변화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walkingwith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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