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집은 최고 투자처’ 더 이상 안 통해

2014-08-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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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택 구입 관련 바뀐 생각들

▶ 수익률 연평균 0.3%로 주식에 뒤져, ‘구입이 임대보다 유리’ 통념도 깨져, 다운페이먼트 많이 할 필요성 사라져

주택시장이 침체를 겪으며 주택 구입과 관련된 고정관념들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집을 사면 절대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대규모 차압사태를 통해 더 이상 진실이 아닌 것으로 여겨지게 됐다. 이밖에도 주택 구입이 임대보다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주택 가격이 최근 폭등하면서 주택 구입비용을 차라리 주식 등에 투자해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택 구입과 관련, 정설처럼 여겨졌던 고정관념 중 최근 변화가 생긴 것들을 알아본다.


■주택 구입=투자 수단?

부동산 투자는 불패라는 믿음이 최근 주택시장 침체를 거치며 크게 깨졌다. 대신 주식 투자에서 큰 손해를 보듯 집을 샀다가가 오히려 더 큰 손해를 본 경우가 속출했다. 집을 사면 절대 손해 보지 않는다는 생각이 사라지면서 주택 구입 의욕도 크게 떨어졌다. 주택 가격이 폭락하면서 전국적으로 2006년 정점 대비 주택 가격이 약 3분의 1가량 하락했고 지역에 따라 절반 이상 떨어진 지역도 수두룩하다.


손실액으로 따질 경우 주택 가격 폭락에 따른 손실이 주택 투자 손실보다 훨씬 크다. CNN 머니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폭등과 폭락을 거듭한 주택 가치는 연 평균 약 0.3%밖에 오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S&P500지수는 연 평균 약 8.26%의 월등히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주택 구입이 임대보다 항상 유리?

주택 구입이 집을 임대할 때보다 유리하다는 생각에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있지만 지난해 집값이 폭등하면서 반드시 그렇지 않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최근 집값과 임대료가 동시에 고공행진을 지속중이지만 1~2년 사이 집값 오름세가 더 가파르면서 임대가 오히려 유리한 지역도 많이 증가했다.

임대와 구입, 어느 쪽이 유리한지 판단하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주택 가격이 비슷한 주택의 연간 임대료 보다 15배 이상 높으면 임대하는 쪽이 훨씬 낫다. 주택 가격이 전국 최고 수준으로 알려진 뉴욕 맨해턴의 경우 주택 구입비용이 임대료보다 무려 24배나 높아 이 지역에서는 집을 임대하는 것이 재정적으로 유리한 선택이다. 주택 구입 때 필요한 다운페이먼트 금액을 주식시장에 대신 투자해 투자 수익을 올리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주택 구입과 임대 결정은 거주 기간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주택 구입 후 적어도 5년 이상 거주해야 주택 구입에 들어간 비용을 회수할 수 있어 임대보다 유리하다. 주택 시세가 높은 지역은 5년 이상 거주해야 구입이 유리해 진다.


■로케이션, 로케이션, 로케이션?

집을 살 때 입지조건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정설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범죄율이 낮고 공항이나 도로 소음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 자녀가 있다면 학군까지 우수한 지역을 고르는 등 주택 구입 때 위치를 결정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중국인들의 경우 나름대로의 우수한 입지조건을 찾기 위해 풍수 전문가를 동원하는 등 인종 구분 없이 주택 구입 때 입지조건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수한 입지조건을 만족하는 지역은 대부분 도심보다는 교외 지역에 몰리는 추세였다. 그러나 주택시장 침체를 거치며 선호되는 입지조건에도 변화가 생겼다.

현재 우수한 입지조건보다는 미래 입지조건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 주택 구입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주택 가격이 오르기 전이서 미래 주택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들어가는 경우다. 또 치솟는 교통비와 교통체증이 악화되면서 교외 지역에서 다시 도심 지역으로 복귀하려는 주택 구입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

거주 지역이 직장이나 학교 등 편의시설로부터 멀어지면 연평균 약 1,500~3,800달러의 추가 교통비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방 센서스국에 따르면 미국인이 한해 평균 약 100시간을 출퇴근에 소모하는 것으로도 집계돼 도심 지역 주택 구입이 향후 추세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주택 시세는 지역별로 움직인다?

주택을 구입하기 전 구입하려는 지역의 주택 시세를 점검하는 것은 아직도 주택 구입 요령으로 활용된다. 지역의 주택 가격 변동은 물론 주택 거래량 추세, 실업률, 인구 변화 등까지 확인하고 집을 사야 안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생각에도 최근 변화가 발생했다.

주택 시세가 지역 경제나 주택시장 여건에 의해서도 변동되지만 큰 틀에서는 국제 정세에 의해서도 영향을 많이 받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정세가 불안해지면 모기지 금리 변동에 영향을 줘 주택 거래가 등락하게 되고 이에 따라 주택 가격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외국인 바이어들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지역 주택시장 상황과는 무관하게 주택 가격이 움직이기도 한다.


■다운페이먼트 높을수록 유리?

모기지 이자율이 아직도 낮은 편이다. 낮은 이자율 혜택을 받으려면 주택 구입 때 적어도 20% 이상 다운페이먼트를 지불해야 한다. 낮은 이자율을 적용 받으면 모기지 페이먼트를 절약할 수 있고 모기지 보험 가입 의무에서도 제외되는 등 혜택이 많다. 주택 가격이 하락해도 다운페이먼트 비율이 높으면 급매 처분을 피할 수 있다. 다운페이먼트 비율이 높다고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다.

‘연방주택국’(FHA)이 보증하는 융자를 통하면 구입 금액의 3.5%만 다운 페이먼트로 마련하면 주택 구입에 나설 수 있다. FHA 융자를 받으려면 모기지 보험 가입이 의무적이고 이에 따른 보험료 부담이 있겠지만 일부 렌더들은 모기지 보험에 가입된 융자를 선호해 낮은 이자율을 적용하기도 한다. 이 경우 모기지 보험료 부담이 상쇄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높은 금액의 다운페이먼트를 지불할 재정적 여유가 있다 하더라도 낮은 다운 페이먼트로 주택을 구입한 뒤 여유 자금으로 주식이나 뮤추얼 펀드 등 기타 금융 상품에 적절히 투자하면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 여유 자금을 의료비나 학자금 등으로 사용하면 긴급 상황 발생 때 필요한 비용을 구하는데도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된다.

낮은 다운페이먼트로 인한 모기지 보험료가 부담되거나 에퀴티 문제가 염려된다면 차후에 다운페이먼트를 추가로 납부하거나 아예 융자를 조기 상환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이때 조기 상환에 따른 벌금이나 기타 수수료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 미리 렌더와 상의한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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