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디지털은 신앙에 도움? 해악?

2014-08-1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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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의 인터넷 활용 실태

▶ 스마트폰으로 성경 읽고 예배 실황 생중계 등 강력한 복음 도구 역할, 온라인 재미거리에 빠져 종교인구 급감 악영향도

디지털은 신앙에 도움? 해악?

주류 교회의 예배시간에 교인들 일부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켜고 설교를 듣고 있다.

디지털 시대는 신앙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도움인가 아니면 방해물인가. 각종 디지털 기기와 첨단 통신기술은 신앙을 나누고 전파하는데 훌륭한 도구가 됐다. 그러나 인터넷 사용이 급증하면서 교회를 찾는 발길이 한층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회나 대부분 종교단체들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한 발 더 나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네트웍(SMS)을 통해 매일 교인들과 접속하는 교회도 늘어나는 추세다.

예배시간에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성경을 읽는 모습도 어느새 익숙해졌다. 디지털은 이제 신앙의 삶 안에도 깊숙이 자리 잡고 특유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게다가 초신자나 새로 이사 온 주민에게 디지털 통신은 적당한 교회를 찾는 유용한 통로로 등장했다. 매주 교회를 돌아다니지 않고도 담임목사의 설교와 홈페이지 구성과 내용을 보고 교회의 특성과 조직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류 교계에서는 예배시간에 스마트폰을 꺼내 들라고 권장하는 교회도 있다. 각 교인이 사실상 예배를 생중계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성도는 설교를 들으며 느낀 바를 친구나 이웃에게 보내고 예배 실황을 나누게 된다. 이를 통해 예배에 참석하지 않은 사람도 교회 행사와 지속적으로 연결되고 관심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이 밖에도 웹카메라로 교회 집회를 계속 인터넷 방송으로 내보내는 교회가 늘고 있다. 매일 비디오 영상을 교인과 이웃에게 전송하며 접촉점을 확대하는 교회도 있다.

메뉴도 다양해지고 있다. 청각장애자를 위해 수화로 예배내용을 전해주는 애플리케이션도 나왔다. 또 예수 그리스도와 일대일 대화를 유도하며 신앙을 이끌어주는 프로그램도 개발됐다. 그야말로 디지털이 강력한 복음의 도구로 사용되는 셈이다.

디지털과 신앙의 관련성에 대한 논문을 발표해 국제 언론교육협회의 상을 받은 짐 트렘멜 하이포인트 대학 교수는 지난달 로키마운틴 텔레그램과 인터뷰를 통해 교회의 새로운 디지털 트렌드를 소개했다. 트렘멜 교수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느끼고 싶으면 이제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을 찾으면 된다”며 “웹사이트조차 없는 교회나 단체는 곤란해진 세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디지털의 폐해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월스트릿 저널(WSJ)은 지난 6월12일자 신문에서 ‘구글이 하나님을 대신하는가’라는 기사를 실었다. 인터넷 사용이 증가할수록 종교활동이 위축되는 상황을 보도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지난 1980년대에는 인터넷을 쓰는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2010년 기준으로 미국인의 절반 이상이 일주일에 평균 2시간씩 인터넷을 사용했다. 더구나 25%는 7시간 이상을 인터넷과 함께 보냈다. 같은 기간 교회 등을 출석하며 종교생활을 하는 인구는 무려 25%나 감소했다.

인터넷 사용이 종교 인구 급감 추세에 얼마나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상관관계의 가능성은 얼마든지 추론할 수 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 블로그 등 온라인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재미와 소일거리가 많아지면서 예배 등 종교 공동체에 직접 참여할 필요성을 덜 느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가상 공동체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편리성까지 누리게 되면서 디지털이 교회를 찾는 발길을 줄이는 요인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인터넷에 익숙해질수록 종교와는 멀어지는 습관이 몸에 밸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인터넷은 속도와 공개를 속성으로 갖고 있지만 종교는 이와 반대로 인내와 신중함이 특징이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walkingwithj@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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