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교회의 갈등 주원인은 돈 욕심서 비롯”

2014-05-2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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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진 은퇴목사 박사논문 ‘갈등과 화해’

▶ 해방 전 이념분쟁부터 이민교회 문제 분석, “배타주의 벗어나 포용·타협해야” 해법 눈길

“한인교회의 갈등 주원인은 돈 욕심서 비롯”

김광진 목사(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버클리 연합신학대학원에서 열린 박사학위를 받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한국에서 평생을 보낸 은퇴선교사들을 만나면 발견하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에 돌아와서도 식지 않는 한국인에 대한 사랑이 첫째이고 분열과 다툼에 대한 아쉬움이 또 하나다. 목사들의 싸움으로 교단이 갈라지고, 교인들의 다툼으로 교회가 쪼개지는 것을 수도 없이 목격했기 때문이다.

LA 연합감리교회 담임목사를 지낸 김광진 목사는 바로 한인교회의 고질적인 분열과 다툼을 고민하며 해법을 제시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로 고희를 훌쩍 넘긴 일흔세 살이 됐지만 새롭게 향학열을 불태워 지난 17일 버클리에 위치한 연합신학대학원(GTU)에서 목회학 박사(D. Min)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 논문의 제목은 ‘갈등과 화해: 재미 한인공동체의 역동성’이다. 한인교회를 중심으로 이민사회에서 벌어져 온 갈등의 심층부를 조명하고 원인을 파헤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김 목사는 논문을 준비하면서 드림교회 등 8개 교회에서 ‘갈등과 화해’ 세미나를 열었고 100권의 책을 읽으면서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특히 돈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해요. 과욕이 항상 갈등을 부른다는 사실을 이번 연구에서 확인할 수 있었어요. 이민교회는 110년 전 안창호, 이승만, 박용만과 같은 지도자들 때부터 이런 문제로 엄청난 분열을 겪었어요. 이때 성숙하게 갈등이 해결됐으면 독립도 앞당겨졌을 겁니다”

그는 1930년대와 40년대에 한인 교계의 좌우 이념분쟁도 연구했다. 당시 LA에 이민교회라고는 2개가 전부였지만 이마저도 보수와 급진좌파로 갈려 싸움이 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흑백논리에 젖어 내 편이 아니면 무조건 원수가 되는 사고방식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이런 면에서는 별로 달라진 게 없어요. 사람 사는 세상에 나와 똑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만 존재할 수 있나요? 성경은 물론이고 세상적인 논리로도 이치에 맞지 않는 겁니다”

갈등은 보편적인 상황이란 점을 받아들이고 성서적, 신학적 발판을 마련해 극복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김 목사는 말했다. 그러면서 한인사회는 의견을 조율하고 타협하는데 익숙하지 못하고 관용을 베푸는 힘이 너무 약하다고 안타까워했다.

“갈등을 해소하려면 가장 먼저 남의 입장이 돼 봐야 합니다. 이게 인격이고 동시에 신앙의 힘이 됩니다. 내 뿌리는 지키되 공통점을 찾아내고 상호 존중하는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해요. 상대를 계속 자극하고 보복하는 행위는 절대 피해야 합니다.”

김 목사는 교회의 갈등과 화해를 주제로 책을 쓸 계획이다. 논문을 바탕으로 읽기 쉽고 실천과 적용이 가능하도록 내용을 손 볼 예정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교회의 화합을 이뤄내는 사명에 원로목사의 열정과 투혼을 마지막 진액까지 쏟아 부으려는 참이다.

“포용주의가 절실합니다. 과거나 지금이나 남을 쳐내는 배타주의가 문제에요. 교회도 매일 사랑, 사랑하면서 포용성이 없어서 싸우는 것이지요. 자기 마음에 안 들어도 ‘저렇게 주장할 수도 있다’ 생각하고 극단주의를 버려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갈라설 수밖에 없어요”


김 목사의 논문 지도교수는 그가 감리사로 활동하던 시절 교구의 한 교회 전도사였다. 아들 또래의 교수들에게 꾸중도 들었고 노령에 공부하느라 애를 먹었다. 김은숙 사모는 200페이지에 달하는 논문을 컴퓨터로 쳐주고 인터넷 서핑을 도왔다.

GTU 산하 서부 아메리칸침례신학대학원(ABSW)의 박상일 교수는 “연로한 은퇴 목회자가 열정을 다한 노력 끝에 학위를 받게 된 것이 자랑스럽다”면서 “김 박사의 연구논문은 한인 공동체의 갈등과 화해 사역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007년 LA 연합감리교회를 끝으로 목회 일선에서 물러난 김 목사는 금란교회 원로목사로 남가주 실비치에 거주하고 있다. 그가 인생 2막에 발휘하는 노익장은 헛되지 않고 교회의 본질 회복에 밑거름이 될 것이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walkingwith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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