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각장애인에 빛 찾아주기, 미주 후원 큰 힘”

2014-05-2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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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 방문한 실로암 안과병원장 김선태 목사

▶ 시력 잃고 구걸 전쟁고아서 3만여명에 빛 ‘희망 아이콘’ 2007년 막사이사이상 수상, 한쪽 눈 개안수술에 30만원 실로암선교 미주후원회 통한 이민교회 수십년 지원 감사

“시각장애인에 빛 찾아주기, 미주 후원 큰 힘”

남가주를 방문 중인 실로암 안과병원장 김선태 목사는 ‘더불어 사는 삶’을 강조했다.

땅을 잃은 대신 하늘을 찾은 사람이 있다. 바로 김선태 목사가 그렇다.

전쟁 고아로 폭탄에 시력을 잃고 거지로 떠돌았지만 그는 실로암 안과병원을 세워 수많은 시각장애인들에게 빛을 찾아주고 아시아의 노벨상이라는 2007년 막사이사이상과 삼성재단의 호암상을 수상했다. 육신의 눈은 잃었어도 영원한 생명의 눈을 갖게 됐다.

김 목사의 자서전인 ‘땅을 잃고 하늘을 찾은 사람’을 읽다 보면 너무나 많이 굶고 매 맞는 어린 시각장애인 김선태의 고난에 책장을 덮고 심호흡을 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얼굴을 맞댄 그의 모습에는 환한 미소와 평안이 가득하다.


그는 일흔을 넘긴 지금도 실로암 안과병원 병원장으로 이리 뛰고 저리 뛴다. 시각장애인으로 안과병원장을 맡은 이는 그가 처음일 터다. 서울 등촌동에 위치한 실로암 안과병원에서는 연간 1,500여명까지 무료 수술을 받아 시력을 되찾고 있다.

지난 1986년 개원 이후 3만여명이 눈을 뜨는 기적의 주인공이 됐다. 실명 예방과 안과 질환의 치료를 받은 환자는 무려 75만여명에 달한다. 수술시설을 갖춘 버스는 연중 40주 동안 농어촌 벽지와 섬, 나환자 마을과 교도소 등을 돌며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의 눈을 고쳐주고 있다.

시각장애인을 돕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비영리 법인이다 보니 병원 살림은 늘 빠듯하다. 병원장인 김 목사의 중요한 사명 가운데 하나가 사역을 알리고 후원자들을 찾는 일이다.

“어려움을 말하려면 끝도 없지요. 실로암은 재정적으로 모자라야 설립 정신이 살아나는 병원입니다. 하지만 주님의 은혜가 충만했습니다. 이제껏 많은 형제ㆍ자매들이 뜨거운 사랑을 베풀었어요. 특히 미주 곳곳에서 동포들이 수십 년 간 지원한 정성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개안수술 비용은 한쪽 눈에 약 30만원의 비용이 든다. 한 생명에게 빛을 되찾아주는 무게와 비교하면 예상보다 가벼운 부담이다. 이민교회 성도들은 자동차 세차나 비빔밥 바자 등을 열어 한푼 두푼 돈을 모아 보낸다. 고희 잔치 대신 기부금을 보내는 권사도 있고 자녀의 출산이나 졸업, 부모를 추모하기 위해 헌금하는 경우도 이어진다. LA에는 실로암선교 미주후원회가 세워져 있다. 이영휘 장로가 대표, 김도림 장로가 이사장으로 섬기고 있다.

김 목사는 앞 못 보는 고아였지만 일반 학교인 숭실중고등학교와 숭실대학교, 장신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세 개나 받았다. ‘희망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김 목사는 타향에 뿌리내리는 한인에게도 당부를 잊지 않았다.

“시력을 잃고 구걸하며 거리를 헤맬 때도 아침에 태양이 떠오르면 희망을 가졌습니다. ‘나도 저 해처럼 밝은 날이 올 것이다.’ 수도 없이 다짐했어요. 겨울이 가면 잔디가 살아나지 않아요?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의지와 소망을 갖고 끝까지 노력해야 합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포기하면 안 돼요. 그러면 반드시 성공합니다. 이게 하나님의 섭리에요.”


김 목사는 거지생활 때부터 지금껏 가슴에 새긴 신념이 있다고 말했다. ‘하나님은 꼭 도와주신다. ‘태양처럼 내게도 희망이 있다’ ‘하면 된다. 불가능은 없다’ 삶의 굽이굽이 절절한 고비를 지나오며 이 세 가지를 절감했다는 것이다.

실로암은 이제 복지관과 요양원을 두고 중복 시각장애인의 재활과 노령 장애인의 노후까지 살피고 있다. 중국 연길에 병원을 세웠고 지난 4월에는 필리핀에서도 진료를 시작했다. 육안을 회복한 사람은 복음에 영안을 뜨는 사례를 수도 없이 목격했기 때문이다.

“인생은 한 번뿐이에요. 무엇을 남기느냐가 중요하죠.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할 때 진정한 ‘웰빙’과 ‘웰다잉’이 가능합니다. 사람은 남과 더불어 살아야 합니다. 빈부귀천을 떠나 이웃에게 잘해야 해요. 그럴 때 가장 큰 행복이 옵니다. 축복과 인복도 누릴 수 있고요.”

반백년 가까이 그의 눈이 돼 온 김정자 사모는 연신 인터뷰하는 김 목사의 사진을 찍었다. 그러면서 “지금도 사랑스럽다”고 말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김 목사의 삶은 ‘사랑’이라고 대답하고 있다.

문의 (02)2650-0700, www.siloam.co.kr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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