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바위, 산 그리고 사람

2014-04-1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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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 가면서

▶ 강신용

4월이 회계사에게 주는 의미는 잔인하다. 4월에 만나는 납세자들은 아주 개성적인 사람들이 많다. 얼굴색만 봐도 사업의 성공여부를 가름할 수 있는 계절이다. 당당한 모습으로 어깨에 힘이 들어간 사람도 있지만 반대로 지칠 대로 지친 분들도 있다. 이런 저런 사연들을 듣고 정리하고 잊어버리는 것도 어려운 직업이다. 십중팔구는 세금 낼 돈이 없다는 푸념을 한 달 내내 듣는 4월은 역시 잔인하다.

직업병에 걸리는 시간은 약 10년이란다. 겉은 멀쩡한데 속이 꼭꼭 막힌 것이 문제다. 10년이면 강과 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사고방식은 변하질 않는다. 눈부시게 빨리 변화하는 세상에 직업병은 고질병이다.

복 중에 제일은 재복 같다. 오복이 있다지만 재복은 현대사회에서 만병통치약이기도 하다. 천박한 자본주의라고 욕할지 몰라도, 없으면 그처럼 불편한 것이 ‘쩐의 힘’이라고 한다. 오랫동안 세금보고를 하면서 터득한 것은 재복도 한푼 두푼 자라면서 복덩어리가 된다는 것이다.


세금보고 철이면 젊은 노인들을 많이 본다. 장수의 비결은 운동, 음식 그리고 건강 검진이라고 한다. 건강한 삶을 위한 나름대로 여러 가지 유익한 많은 방법들을 가지고 있다. 걷는 사람, 등산하는 사람 그리고 골프를 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것 같다. 놀랍게도 연기 과자, 담배를 피우는 분들은 별로 없다. 현대에는 자기 나이에서 10년은 빼야 아버지 세대의 나이와 같다고 한다.

산은 모두를 품는 커다란 가슴과 같다. 아무리 밟아도 끄떡없이 버틴다. 아무리 화가 나도 생전에 말대꾸가 없다. 힘세고 크다 한들 산을 지키는 바위 하나 들 수 없다. 산에게는 못나고 아픈 사람들을 어루만지는 힘을 품은 것 같다. 올라온 것만큼이나 내려가야 하는 것이 산이 사람에게 가르치는 법칙이다.

러시모어 산위에는 네 명의 대통령이 산다. 10여년 전에 책이나 사진에서만 보던 대통령의 얼굴을 보러 사우스다코타주의 마운틴 러시모어에 다녀온 적이 있다.

미국 국민들이 존경하고 좋아하는 링컨 대통령은 우리 아버지와 비슷한 점이 많다. 우선 가난하게 자랐고 성실하고 열심히 일했다. 우리는 작은 타운에서 직장에서 가족을 위하여 바위처럼 굳건하게 사는 대통령 같은 가장들이다.

바위는 얼마나 크면 적당할까? 적어도 비바람에 끄떡없는 무게를 가져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서너 명이 앉아도 족한 크기는 되어야 바위일 것 같다. 세금보고를 하면서 바위 같은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을 느낀다. 10년을 보아도 20년을 보아도 변함없는 무게로 자리 자리를 지키는 바위 같은 가장들이 많다. 불경기에 모두가 지쳤다. 산이 부른다. 비바람이 몰아치고 용광로 같은 더위에도 산은 의연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바위 같은 모습으로 우리도 복덩어리를 키우고 있다. 바위 같은 그들에게 고개를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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