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나눠주는 의사 선생님을 꿈꾼다는 조재원(15·그레잇넥 사우스 중학교 8학년·미국명 존)군.
기억조차 희미한 어린 시절부터 무작정 외과의사가 되겠다고 결심한 인생의 목표를 향해 부지런히 달려가고 있다. 의사가 되면 형편이 어려운 아픈 환자를 치료해주고 이왕이면 돈도 많이 벌어서 사회를 위한 좋은 일에 이바지하고 싶단다. 상대가 자신에게 비록 하나 밖에 주지 못할지라도 자신은 그 상대에게 10배 20배를 베풀면서 행복을 안겨주고 그것을 바라보며 자기 자신도 행복을 만끽하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공부 잘하느냐?’는 어른들의 습관적인 물음에도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일 만큼 자신감도 대단하지만 섣부른 자만심이 아닌 무던한 끈기와 도전정신, 성실함을 바탕으로 이뤄낸 것이기에 스스로 자부심도 크다.한국에서 태어나 5년 전 미국에 건너왔지만 지금은 오히려 한국어를 잊지 않으려고 한국어 공부에 더욱 신경 써야 할 정도로 단기간에 일궈낸 영어실력도 대단하다. 알파벳 정도만 겨우 깨우치고 미국 땅에 발을 디딘 후 시작한 이곳에서의 학교생활이 그리 녹녹치만은 않았다고. 무조건 책을 파고들면서 모르는 단어는 직접 써가며 일일이 사전을 뒤져 뜻을 찾아 암기하길 되풀이했고 도서관에 비치된 영어 카세트테이프를 교재 삼아 발음 연습도 소홀함 없이 매달렸다.
첫 2년간 이어진 영어 기초실력 다지기는 거의 매일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을 정도로 지금 자신이 돌이켜 생각해봐도 지독히 노력했노라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대목이다. 마침내 미국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교장과 교사들이 부모를 학교로 불러서 ‘영특한 학생이니 가정에서도 교육적인 지원을 배려해 달라’고 특별 부탁했을 정도로 두각을 나타냈고 그 실력도 인정받았다.
학교에서는 배구팀에서 활약하고 있고 축구와 수영, 농구 등 친구들과 어울려 운동을 즐기기도 하고 5학년 때부터 시작한 플룻 연주도 취미로 하고는 있지만 지금도 시간 날 때마다 가장 먼저 하게 되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자동적으로 ‘공부’라고. 하교 후에는 그날 배운 내용을 꼬박꼬박 복습하고 교과서에 충실 하는 것이 공부 잘하는 비결이라고 귀띔했다. 특히 공부는 물론 예체능을 비롯해 노래와 브레이크 댄스까지 어떤 분야이든 도전정신을 십분 발휘해 스스로 부딪혀 보고 취할 것과 취하지 않아야 할 것을 체험으로 결정하는 것도 몸에 밴 습관. 승부욕도 대단해서 무엇이든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될 때까지 끈기를 갖고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는 자세도 타고났다.
수학과 과학과목을 좋아해 고교에 진학하면 학생 과학경시대회에 도전하고픈 생각도 꿈틀댄다. 한국어가 모국어지만 미국에서 학교생활을 너무 열심히 한 덕분(?)에 말하기가 예전만큼 자신이 없다며 주말이면 롱아일랜드한국학교에 한국어 공부도 열심이다. 한국에서 이민 올 때 가져왔던 만화 삼국지부터 다양한 한국도서도 틈날 때마다 다시 읽고 또 읽고 있으며 한국 친구들과는 가능한 한국어로 대화하려 노력하고 있단다. 덕분에 미동북부 한국역사문화퀴즈대회, 한영·영한번역대회, 글짓기대회 등에 학교 대표로 출전해 줄줄이 입상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청소년 마약 예방 캠페인 등 지역사회 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친절함이 몸에 배어있다 보니 주변에는 늘 친구들이 넘쳐나고 ‘인복이 많은 것’이라 생각하며 감사하는 마음도 잊지 않고 살고 있다. 무엇보다 감사하는 대상은 바로 고모부와 고모. 어린 시절 부모의 헤어짐을 지켜본 뒤 남동생
과 함께 뉴욕에 있는 고모·고모부 집에 입양돼 남들과는 조금은 다른 길을 걸어오면서 때로 힘들 때면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는 조군은 이제는 제2의 부모가 된 고모부 장한원씨와 고모 조용재씨의 2남1녀 자녀인 사촌들과 더불어 이제는 4남1녀를 둔 가족의 셋째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고 있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