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누구 책임인가

2012-01-25 (수)
크게 작게

▶ ■ 기윤실 호루라기

어디를 가나 남을 탓하는 것을 자주 봅니다. 나라 경제가 어려우면 대통령과 대기업을 탓하고, 정치권도 나라가 어지러운 것이 모두 다른 정당 탓으로 돌립니다. 학생들은 교사를 탓하고 교사는 학생들을 탓합니다. 어디를 가나 자기 잘못은 하나도 없고 모두 남의 잘못 뿐입니다.

아이가 거실에서 뛰어 놀다가 잘못하여 책상 모서리에 부딪쳤습니다. 아이가 아파 우니까 아이 엄마가 책상을 때리면서 “왜 우리 아기 아프게 했니? 이제 괜찮다”라고 말합니다.

아이가 부딪친 것인데 책상이 잘못했다고 말하면서 아이를 달래는 것입니다. 그러면 아이는 자기 잘못이 없기 때문에 다음에 비슷한 일이 생기면 또 다른 물건이나 다른 사람을 탓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남을 탓하는 것은 에덴동산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아담과 하와가 금지된 과일을 따 먹고 하나님께 꾸중을 들었을 때 아담이 뭐라고 대답했습니까? “왜 내가 잘못입니까? 하나님이 만들어 아내로 주신 하와가 먹으라고 해서 억지로 먹은 것입니다. 난 억울합니다.”

남편으로서 치사한 변명이 아닙니까? 그런데 왜 그랬느냐는 하나님의 질문을 받고 하와는 뭐라고 말했습니까? “뱀이 나를 꾀어서 먹게 하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먹은 것입니다.” 하와도 범죄에 대하여 전혀 책임이 없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을 보십시오. 그들이 애굽에서 400여년간 종살이 하는 것을 보신 하나님이 불쌍히 여기시고 출애굽 시키셨습니다. 오래 바라던 자유를 얻어 감사해야 할 텐데, 그 감사는 홍해를 건넌 후 잠깐뿐이었고 거친 광야 생활에 대해 지도자 모세에게 끊임없이 원망을 쏟아 놓았습니다.

“물을 주시오!” “떡을 주시오!” “고기를 주시오!” 죄는 언제나 핑계를 찾아내고 상황과 다른 사람들에게서 원인을 찾으려고 합니다. 불량 학생이 경찰서에 잡혀왔는데 그의 부모가 한 말을 들어보십시오. “우리 아이는 원래 착합니다. 혼탁한 사회가 착한 우리 아이를 이 지경으로 만든 것입니다.” 기가 막힌 변명입니다.

지인 중에 LA 다운타운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장로 한 분이 계십니다. 그 분에게서 씁쓸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느 부부가 영주권 문제로 변호사를 찾아와서 도움을 청했다고 합니다.

남편은 영주권자인데 아내는 최근에 한국에서 왔기 때문에 영주권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자녀가 없는 것이 서운하지만 그래도 미국에서 같이 살게 되어 행복하다는 것입니다. 변호사는 그들과 여러 차례 만나서 상황을 듣고 모든 서류를 준비하여 함께 이민국을 찾아 갔습니다.

모든 과정이 순조로워서 결국 부인도 영주권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모든 일을 마치고 이민국에서 나오면서 그들의 말 한 마디가 변호사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실은 저희들이 부부가 아닙니다.


그렇지만 영주권을 받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인사하고 사라지더라는 것입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사기극에 협조한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너무 기가 막혀서 그 후로는 이민 업무를 완전히 접고 다른 업무만 하고 있습니다. 이런 속임수가 우리 주변에 아주 많다고 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암울한 현실에 부분적으로나마 책임의식을 느껴야 합니다. 미국과 한국의 교회들이 이렇게 어렵게 된 것이 누구의 책임입니까? 모두 남의 탓으로만 돌릴 수 있습니까?

다른 사람들을 손가락질을 하기 전에 자신을 돌아보고,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정직하게 바로 사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책임을 다하는 자세일 것입니다.


박광철 목사 / <조이펠로십 교회>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