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현재진행형 감사

2011-10-3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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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 일상, 깨달음

벌써 10월의 마지막 날이다. 새해를 맞아 감격해 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뒤돌아보니 한해가 쏜살보다 더 빠르게 날아갔다.

해마다 가을이 되면 온 가족이 하는 특별 프로젝트가 있다. 추수감사절을 한달여 앞두고 각자 일년 동안의 감사를 최소한 100가지 구체적으로 찾는 일이다.

가족들이 함께 ‘감사 연습’을 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햇수가 더해 가면서 아이들의 감사 내용도 많이 깊어졌다. 몇 년 전 일곱 살이던 막내가 103가지 감사거리를 발표해서 열렬한 박수를 받은 적이 있었다. 여섯째가 눈시울을 붉히며 조목조목 발표한 늦둥이의 감사는 아빠와 엄마, 다섯 누나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여덟 식구의 일년 감사를 더하면 1,000가지가 넘는다.


10월 초부터 11월 하순까지 거의 두 달간 한 해 동안의 감사의 조건을 찾아 정리하는 습관은 아이들에게 세상이 얼마나 살맛나는 곳인지를 확인하게 하는 뜻깊은 시간이다. 우리 부부도 감사 100선을 찾다 보면 그동안 하나님께 감사하지 못하고 넘어간 수많은 일들을 발견한다.

불평으로 지낸 나날이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지기도 하고,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한다. 동시에 또 한 해를 큰 은혜로 지켜주신 하나님을 절로 찬양하게 된다.

감사는 조건에 있지 않고 마음에 있다. 상황이 아무리 좋아도, 마음이 준비돼 있지 않으면 감사가 절대 불가능하다. 어떤 의식과 태도로 매일을 살고 있는가, 다시 말해 내 마음이 얼마나 건강한가 하는 것이 ‘현재진행형’ 감사를 가능하게 하기도 하고 막기도 한다.

감사는 현재진행형이어야 살맛나게 하는 힘이 된다. 과거에 잘 했던 것도 칭찬할 일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지금 내 삶이 건강한가의 여부다.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착하게 생각하고 바르게 반응할 때 주위를 밝히는 ‘행복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

감사는 마음에 감춰 놓아서는 안 된다. 말과 행동으로 표현해야 열매가 맺힌다. 음식도 오래 두었을 때 상하는 것이 있고 발효되는 것이 있다. 상한 음식은 ‘썩었다’고 말하고 발효된 음식은 ‘익었다’고 말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나이가 들면서 망가져 가는 사람이 있고 원숙해져 가는 사람이 있다.

인생은 선택이다. 좋고 훌륭한 환경을 선택할 수는 없지만, 자신이 처한 환경을 받아들이는 자세는 누구나 선택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진행형 감사가 말처럼 쉽지는 않다. 오늘은 감사만 하겠다고 굳게 마음먹어도 그 때부터 지독한 ‘마음전쟁’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가지 길이 있다.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물질욕, 명예욕 등 탐심을 내려놓으면 모든 게 황송하고 감사해진다. 내가 대단하다는 생각도 감사의 천적이다. 스스로 높아지면 고마운 게 별로 없어진다. 매일 생겨나고 일정기간 후 죽어야 하는 세포가 절대 죽지 않고 살아서 필요 이상으로 영양분을 빼앗으면 그것은 ‘암세포’인 것이다.


필요 이상의 욕심을 부리면 현재진행형 감사를 절대 할 수 없게 되는 ‘마음의 암’에 걸린다. 요즘 불경기라서 모두가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그런데 발상을 전환하면, 불경기 시절이기에 감사거리가 더욱 돋보이지 않을까. 어려울 때야말로 감사연습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올해 추수감사절에는 가정마다 감사 100선을 찾아내 가족에게 말과 행동으로 감사를 표현해 보면 어떨까? 어려운 환경에서도 함박웃음을 되찾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정한나 <남가주광염교회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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