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눔 한류’를 꿈꾼다

2011-06-2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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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한류의 시대입니다.

한류는 한국 드라마나 K-POP이라 불리는 대중가요가 아시아, 중동, 유럽, 미국 무대로까지 진출하고 있는 현상을 말합니다. 그러나 확대해석을 하자면 이런 한류현상이 대중예술 분야에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미국 중형차 시장에서 현대 기아차가 사상 처음으로 GM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는 지난 6월26일자 기사는 자동차 산업에도 한류 돌풍이 일어나고 있음을 말해주며, 전자산업에서의 한류는 수십년 간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소니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백악관의 모든 전자제품을 삼성과 엘지 브랜드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스포츠 산업의 한류 역시 눈부셔서 월드컵이나 수퍼보울 등 권위 있는 대회의 생중계 현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로고를 보는 것이 이제는 별로 놀라운 일도 아닙니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국제사회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유엔 사무총장에 한국인 반기문 총장이 192개국 만장일치로 연임되는 쾌거를 이룩할 정도로 국제정치에서도 한류가 세차다. 그 외에도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한류가 일어나면서 세계 속의 한국과 한국인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화려한 한류 뒤에 감추고 싶은 우리의 또 다른 얼굴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한 국가의 지위 향상은 그만큼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도 커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것이 국가별 공적개발원조(ODA)입니다.

ODA란 선진국들이 국가별로 또는 국제기구를 통해 개도국의 발전을 견인하기 위해 벌이는 대표적인 국제 협력사업 중 하나입니다. 통계에 의하면 유엔의 ODA 목표치는 실질 국민총소득 대비 0.7%인데 반해 한국이 2015년까지 제시한 ODA 규모는 0.25%로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양적인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ODA가 실제 원조를 받는 나라의 빈곤 감소에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지를 측정하는 효율성 항목에서 31개 조사대상 선진국 중 30위를 차지, 심각한 질적 수준을 보여줍니다.

다른 분야의 약진에 비하면 개인 기부도 초라합니다. 한 조사에서 한국 국민의 2006년 기준 1인당 개인 기부액은 17만원으로 미국 113만원의 약 7분의 1에 불과하고, 지난 2008년 기준 개인 기부 총액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0.54%로 미국(1.67%)에 비해 3분의1 정도일 뿐 아니라 영국(0.73%), 캐나다(0.72%), 호주(0.69%)에 비해서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6월23일 클린턴 국무장관은 연방 의회 청문회 연설 중 “한국은 20세기의 가장 큰 성공 스토리”라며 한국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 때 자주 한국을 예로 듭니다.

한국이 현재 휘몰아치는 한류를 바탕으로 국제무대에서 갖는 위치는 결코 평범한 것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성장을 칭찬합니다. 그러나 칭찬은 고난을 극복하고 어느 위치에 이르는 자들에게 선사하는 말임을 알아야 합니다. 칭찬이 곧 존경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지금까지 이룩한 것 때문에 받고 있는 찬사를 승화시켜 존경받는 나라와 국민이 되는 것이 우리의 과제입니다. 그리고 그 핵심은 바로 나눔입니다. 가까운 나라부터 먼 나라에 이르기까지 이웃들과 가진 것을 기꺼이 나눌 때, 그리고 그것이 ‘나눔 한류’로 불리며 전 세계 사람들을 감동시킬 때 우리는 비로소 한류의 정점을 체험하며 존경받는 국제무대의 주역이 될 것입니다.


박 준 서
(월드비전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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