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환경 호르몬’을 막아라

2011-02-2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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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인의 신앙

살다보면 이제껏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새로운 단어나 말들을 접하게 될 때가 있다. 그 중 하나가 ‘환경 호르몬’이라는 단어다. 갑상선 호르몬이나 테스토스테론 같은 인체 호르몬 이야기는 들어서 잘 알고 있지만, 환경 호르몬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생소하다.

이같은 환경 호르몬이 세상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영국 BBC 방송이 전 세계에 방영했던 ‘남성에의 공격’(Assault on the Male)이라는 프로그램 때문이다.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폐기에다 편리한 삶을 추구하는 생활양식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무심코 버린 화학물질들이 음식이나 피부를 통해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면 ‘몇 조’분의 일밖에 안 되는 극소량 성분으로도 인체 내분비 호르몬 시스템을 교란시킨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지난 50년을 몸 안에 성인 남자의 평균 정자수가 반으로 줄었다고 BBC 방송이 보도했다. 대략 3cc 가량의 1회 사정 정액 안에 3억5,000만 정도의 정자 수가 이제는 1억5,000만 정도로 줄었다는 것이 덴마크 연구팀의 보고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건강한 젊은 부부 사이에 불임률이 높아져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는 인체나 가축만이 아니라 물고기와 날짐승, 들짐승, 곤충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일어날 것이어서 생태계 안의 먹이사슬을 파괴시킬 커다란 위험을 안고 있다. 환경 호르몬이 들어 있는 화학물질은 농약이나 공업용 재료, 일용품 70여종에 포함돼 있으며, 그 중 농약 PCB, 생활쓰레기 소각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이옥신’, 합성세제, 각종 플래스틱 제품, 통조림 내부의 코팅제들이 주를 이룬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인체와 생태계를 위협하는 것이 비단 환경 호르몬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제는 먹고사는 밀이나 옥수수, 콩에도 바이러스 등에서 추출된 특별한 유전자를 주입하여 크기나 당도 등의 유전자 구조를 조작하려 하고 있어 친환경적 생태계의 순환에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특히 유전자 조작 식품의 악영향은 때로 수십 년이 지나야 그 피해를 알 수 있는 문제다. 그래서 이같은 유전자 조작 식품은 생태계의 내분비 환경 호르몬의 커다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럽연합(EU)이 유전자 조작 식품을 만들지도, 팔지도 못하게 규제하고 있는 점은 천만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알고보면 환경위기의 원인 제공자는 바로 우리 인간이다. 그러므로 그 문제의 해결 또한 온전히 인간의 몫이다. 인간이 자연을 사랑하지 않으면 자연도 인간을 떠나게끔 되어 있다. 인간은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오염되지 않은 비옥한 땅에 의존해야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렇기에 자연을 파괴하고 오염시키는 행위는 바로 인간 자신을 파괴하는 일이다.

몇 년 사이에 꿀벌들마저 3분의1가량 자취를 감출만큼 자연계와 생명체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제는 인간이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삶에서 친환경을 중시하는 삶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것만이 지구도 살고, 자연도 살고, 우리도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니겠는가.


김 재 동 <가톨릭 종신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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