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회가 신뢰를 회복하려면

2011-02-1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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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윤실 호루라기

교회는 천국을 지향하나 현실의 사회 속에 존재한다. 크리스천은 영원한 본향을 향해 가는 순례자로서 이 땅에서의 삶을 성결하게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우리의 신앙의 선배들은 개화기와 일제 수난기에 그 숫자는 미약하였으나 민중을 계몽하고 애국독립운동에 앞장서 민족과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오늘의 한국 개신교는 양적으로는 세계에 유례없는 큰 성장을 이루었으나 과연 그 모습은 아름다운 것인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기윤실이 교회의 건전성을 확립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삼기 위해 교회에 대한 사회의 신뢰도를 조사한 바 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에 걸쳐서 시행되었는데 그 결과는 5점 만점 척도에 1차 년도에는 2.55점을 기록하고 다음에는 2.82점으로 약간 상승하였다가 3차년도인 작년에는 다시 2.58점으로 하락했다. 그런데 문제는 3년 연속 이 신뢰도가 최저 기본점수인 3점에 미치지 못해서 신뢰 대상이 못 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건전성이 위협 받을 정도로 낮은 신뢰도는 어떤 특정사건의 영향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음을 시사한다.

이 조사에서 가톨릭은 41.1%의 신뢰도로 3년 연속 40%를 차지하고 불교는 33.5%로 30%대로 2위를 유지했다.


개신교가 사회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은 교회 지도자와 신자들의 언행이 불일치하고 특히 대형교회 리더들의 부정적인 면이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기 때문이다. 그 예로 세계최대 교회 원로목사 가족 간에 벌어지고 있는 재산 분쟁과 현직 대통령이 출석하는 교회에서 일어났던 담임목사 폭행사건, 청년들의 우상이었던 한 젊은 목회자의 성추행 등을 들 수 있다. 다음으로는 타종교에 대한 이해와 관용 부족이다. 작년의 봉은사 땅 밟기 사건 같은 상식을 벗어난 전도의 열심이 오만불손하게 비치고 거부감을 주게 된 것이다.

그래서 가장 많은 응답자(30.9%)가 개신교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으려면 지도자가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다음(23.7%)은 ‘교인의 삶이 바뀌어야 한다’였다. 이 조사에서 사회봉사 면에서 개신교가 가톨릭을 넘어 1위를 차지한 점은 다행이다.

결론적으로 한국 개신교의 신뢰 상실은 그동안 교회가 끈질기게 추구해 온 성장주의와 개교회주의의 결과다. 한국교회는 ‘잘 살아 보세’라는 산업화시대의 사회 분위기에 맞춰 ‘십자가 없는 축복과 형통’을 내걸고 교회당과 기도원 짓기 등 외형적 성장만을 추구해 왔기 때문이다.

한국의 개신교가 다시 살아나려는 노력은 잘못된 물량주의를 버리는 데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또 강단에서 진정한 예수의 복음이 선포되어야 하며 교인들은 이 복음을 들고 삶으로 바르게, 모범적으로 살아야 한다. 그리고 이기심과 폐쇄성을 버리고 세상과 소통을 시작해야 한다. 교회는 이번 조사에서 사회봉사에 1등 자리를 한 것 이상으로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불우한 이웃의 눈물을 닦아주고 사회를 섬겨야 한다.

지금 세계 160여개 국에는 한국 개신교가 파송한 2만명 이상의 선교사들이 있다. 이태석 신부 못지 않게 가정을 버리고 복음만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는 이들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나라 안에서 시민들로부터 신뢰받는 교회와 교인이 되어야 한다.

글을 맺으며 만일 한국 기윤실의 신뢰도 조사를 미국에서 실시한다면 우리 한인이민교회는 어떤 점수를 받게 될까를 상상해 보니 적지 않게 불안한 마음이 앞서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유 용 석 장로 LA기윤실 실무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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