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몸 천주님께 바칩니다”

2011-02-1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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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토마스 한인천주교회

“이 몸 천주님께 바칩니다”

예비 성직자의 길을 걷고 있는 성토마스 한인성당의 성소자 9명. 장성민, 양윤모, 김시우, 윤여재, 주재현, 배웅진, 박민기, 서정수, 서정민씨.(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성토마스 한인천주교회 사제·수녀 후보 성소자 9명 나와
한 성당서 대거 배출 주류사회서도 보기 어려운 경사

남가주 최대의 한인 가톨릭 신앙공동체인 성토마스 한인천주교회(주임신부 김기현·412 North Crescent Way, Anaheim)가 예비 성직자의 길을 걷고 있는 성소자(하느님의 부름을 받은 사람)를 무려 9명이나 배출, 화제가 되고 있다.

24년의 역사를 가진 성토마스는 2006년까지만 해도 사제 또는 수도자가 되기 위해 신학교나 수도원에서 준비 중인 이들이 단 한 명도 없었으나 최근 4년 사이에 무려 9명의 본당 출신 젊은이들이 기쁨과 갈등, 두려움을 시간을 거쳐 하느님의 부름에 응답해 사제 및 수녀 후보자로서 공부하는 경사를 맞았다.


한 본당이 이같이 많은 성소자를 내는 것은 성토마스가 속해 있는 오렌지 교구에 60여개의 본당이 있지만 전체 성소자의 수는 총 35명에 불과하다는 점에 비춰 볼 때 주류사회에서도 보기 힘든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교회 측은 “설립 22년만에 새 성전을 지어 봉헌한 데 이어 이제는 많은 성소자들 하느님께 바칠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현재 신학교 및 수도원에서 착실하게 서품 및 서원을 준비하고 있는 청년들은 장성민, 양윤모, 김시우, 윤여재, 주재현, 배웅진, 박민기, 서정수, 서정민씨 등이다.

서울의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도회’로 간 서정민씨를 제외하고는 모두 남자들이다. 이중 ‘성토마스 1호 신학생’인 장성민씨는 지금까지 오렌지 교구에 소속돼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었으나 현재 한국에 있는 신학교로 전학하기 위해 수속을 밟고 있으며, 가장 빠른 2014년에 서품을 받을 예정이다.

또 서정민씨도 같은 연도에 서원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이며, 나머지 학생들의 서품 예정연도는 2015~2017년이다. 서품을 받게 될 이들 중 2명은 가톨릭 신학연합, 2명은 성패트릭 신학교, 2명은 성요한 신학교, 1명은 벨지움 북미신학교에 재학 중이다.

장성민씨는 “신학교에 입학한 뒤 관점이 해마다 크게 달라짐을 경험하고 있다”며 “때로는 고독과 고통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진정한 평화와 행복을 맛본다”고 전했다.

‘속’을 떠나 ‘성’을 선택하는 청년들이 급증한 현상에 대해 김기현 주임신부는 “성소자가 잇달아 나온다는 것은 우리 공동체가 그만큼 성숙했다는 증거다”라며 “전체 한인 가톨릭계에 희망을 심어주는 좋은 소식”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성소자의 길을 선택한다는 것은 자신은 물론 가족들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결단이다. 김 신부는 이에 대해 “부모님들이 성소에 대해 교육을 많이 받으셔야 한다”면서 “그러나 거룩한 부름은 부모가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 본인이 신앙 안에서 스스로 분별하여 판단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가을 서정수씨를 신학교에 떠나보낸 아버지 서도근씨는 “어릴 때부터 성소에 대한 소원을 가졌던 우리 아들을 위해 지금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지켜보며 기도하는 것이 전부”라고 애틋한 마음을 담아 말했다.

김 신부는 또 사제나 수도자의 길을 생각하는 젊은이들에게는 “신학교나 수도회에 들어가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입학이나 입회가 돌이킬 수 없는 최종 선택은 아니므로 너무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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