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정을 보호하고 사랑하라

2011-01-3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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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인의 신앙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세상의 모습을 한 번쯤은 누구나 ‘깨어 있는’ 마음으로 되돌아봐야 한다. 그러면 도처에서 몸살을 앓고 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가정과 사회, 그리고 지구가 아파하면서 이곳저곳에서 신음하고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현대문명의 거친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의 가정들이 태풍을 맞고 있다. 인류역사의 전통적 가족제도에서 볼 수 있었던 결속과 책임, 사랑과 헌신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대신 일과 물질, 소비문화와 개인주의가 그 자리를 메워가면서 견고했던 ‘가정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말이다.

전통과 관습, 사회질서와 정신적 가치 등이 이미 고루한 것으로 매도되고, 개인의 자유분방한 삶의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자율성의 문화’가 그 자리를 점령해 가고 있는 현실이다. 가정 안에서 편리한 유용성과 개개인의 자율성이 판단의 기준이 된다는 것은, 가정이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생명’과 ‘사랑’을 경시하는 풍조를 조성할 수밖에 없다.


낙태와 이혼율 증가, 출산율 격감 등은 이같은 자율성 문화의 산물이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가정이 직면한 가장 큰 위기이며 정체성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역사학자 토인비와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예견대도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불확실성’의 세대이며, 특히 가정의 가치관이 위협 당하는 시대다. 우리 사회 전체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두려움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그 일례가 동성애자들의 증가와 동성 간의 결혼에 대한 사회적 가치관의 혼란이라 할 수 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확실한 가치관의 판단이 서지 않을 때 두려움과 혼란은 필연적이다.

가정이 흔들리면 세상이 흔들리게 되어 있다. 인간의 품성을 귀하게 여기던 세상에서 인격보다는 재능과 기술로 사람을 평가하는 세상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그래서 인간이 돈을 벌어들이는 도구로 전락되어 가는 느낌이다. 그 결과 올바른 품성과 인격을 소유한 수많은 좋은 젊은이들조차 돈 버는 재주가 떨어지면 제때 ‘짝’을 찾기가 힘든 서글픈 시대가 되었다.

이같은 물질만능주의는 고귀한 인간 생명마저도 이기적이고 경제적인 잣대로 평가하려는 오류를 낳는다. 높은 이혼율과 가정파괴 현상, 생명을 경시하는 낙태의 만연과 점점 높아지는 자살률, 노인과 청소년 문제들이 나날이 산적되어 가는 것들이 바로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남녀평등은 인간이 구현해 낸 가장 고귀하고 아름다운 가치관이며 복이다. 그러나 헌신과 사랑, 그리고 남녀의 역할에 대한 책임감 없이는 또 하나의 재앙을 불러올 수가 있다. 가정에 부름 받은 사람이 아빠와 엄마, 남편과 아내의 본분을 게을리하면, 복을 받기는커녕 도리어 고통을 겪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때문에 이민자로서 정신없이 사느라 자칫 가정을 등한시할 위험이 있는 우리 한인들에게는 특별히 가정을 돌보는 일에 시간을 내어 더욱 헌신과 정성을 다 바쳐야 할 때라는 생각이다.

김 재 동 <가톨릭 종신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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