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한민국 국적기, 좌석이 너무 좁다?

2010-11-1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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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행을 무척 많이 다니는 편이다. 일 년에도 몇 번씩 미국 내 어디든지 뉴스타 지사들이 수십 곳이기에 여러 곳을 다니며 한국이나 유럽 등지를 업무 차 다녀오곤 한다. 워낙 먼 거리를 이동하다 보니 그 때마다 항상 항공기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물론 여러 항공사의 서비스나 좌석의 안락함 등도 본의 아니게 비교하게 되기도 한다. 이번에도 유럽 각 한인회를 순방해야 하기 때문에 수많은 항공기를 탑승해야 했고 또한 한국에서의 행사를 위해서는 국적기를 이용하게 된다.

그런데 12시간이 이상 비행하는 그 여객기의 일반석 좌석이 다른 국제 항공사와 비교하여 너무 좁아 보였다. 나는 물론 그 쪽 방면에 전문가도 아니다. 그리고 국내 항공사보다 좌석 수가 더 많은 국제선 항공기도 많이 있다고 항변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정말 오랜만에 정든 고국을 방문하는 해외 동포들이, 그리고 미주나 유럽에 친지를 방문하는 방문객들이나 거대한 미국을 구경하고 배우려는 관광객이나 유학생일지라도 무려 12~14시간이 넘는 긴 시간 다리 하나 제대로 펴지 못한 채 좁은 의자 사이에 끼이듯이 앉아 불편하게 여행을 하다 보면 애초의 여행에 대한 설렘과 기대도 육체적인 고통과 스트레스에 다 사그라져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가까운 거리를 오가는 국내선이라면 좌석이 좁고 불편하더라도 비행시간이 짧은 만큼 어느 정도는 참아낼 수 있다. 그러나 12~14시간 가까이 비행을 하는 미주나 유럽 노선은 다르다. “불편하면 일등급 좌석이나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하면 될 것 아니냐?”라고 한다면 역시 할 말은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그렇게 일등급 좌석이나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할 만큼 경제적인 여유도 많지 않고 마일리지 혜택으로 좌석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을 만큼 여행 횟수도 많지가 않다. 일반석에 대한 국내 항공사의 좌석수를 대충 비교해 보니 대한항공의 경우 B747-400P기의 경우 306석, B747-400H기의 경우 421석이었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항공사도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물론 좌석수가 적다고 좌석 사이가 좁고 넓은 것은 아닐 것이다. 어떻게 내부를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더 많은 좌석수로도 넓은 좌석 간의 공간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선진국의 항공사들의 국제선 여객기일수록 일반석도 좌석 간격이 넓고 사람을 적게 태우는 편이다. 이제는 대한민국도 충분히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선 경제 대국이라고 말하고 싶다. 선진국은 경제적 성취만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에 대한 혜택과 서비스의 수준과 품격까지도 이제는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서야 하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할 때 국내 항공사를 이용한다면 항공기에 탑승하는 순간부터 그들은 한국을 경험하기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인 승무원, 한국 음식, 한국인들의 환한 미소… 즉 국내 항공사는 한국의 첫 인상이요, 한국의 얼굴인 것이다. 외국인들은 대체적으로 한국인보다 체형도 크고 신장도 긴 편이다. 그런데 그들이 그 기다란 다리를 좁은 좌석에서 주체할 수 없어 불편해 하고 12시간이 넘도록 꼼짝없이 좌석 사이에 끼여 여행을 하고 인천공항에 내려 저리는 다리를 주무르면서 과연 한국에 대해 멋진 첫 인상을 가질 수 있을까 의문을 가져 보는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육군참모 총장을 역임하신 김모 장군께서 “남 회장 내가 이리도 피곤한데 미국을 매일 다니는 동포들은 얼마나 피곤할까? 외국인은 어떻고, 이건 짐승이야 사람 취급을 받을 수는 없을까?” 농담 반 진담이었다. 이제는 수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을 때마다 이용하는 국제선 취항 항공기를 마치 몰아 싣듯 많은 승객을 태우는 것에만 중점을 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서비스와 식사 등은 어느 국제선 항공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아니 최고다. 승무원들도 모두가 친절하다. 그러나 이제는 서비스뿐만이 아니라 장거리 여행 탑승객들의 쾌적함에도 신경을 써야 하지 않겠나 싶다. 미주나 유럽의 동포들은 이제까지 꾸준하게 고국의 비행기를 이용해 왔다. 가격이 수시로 올라도 말 한 마디 하는 사람이 없다. 미주 한인회 총련에서 편지를 보내도 답조차 없다. 같은 한국말을 할 수 있으니 좋고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으니 좋고 이왕이면 자랑스러운 조국의 국적기를 이용해 주는 것이 좋기에 다른 항공사보다 200달러 심지어 400달러 이상 요금이 비싼 데도 굳이 이용해 왔다.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배워 온 ‘국산품 애용’에서다. 모든 기업들은 투자와 이득의 사회 환원을 통해 소비자와의 믿음을 구축하며 같이 성장하여 가는 법이다. 해외 동포들을 통해 이득을 얻었다면 국내 항공사들도 이제는 그 지역 한인 사회를 위해 무언가를 공헌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것은 항공사의 몫이기도 하다. 큰 것이 먼저 모범을 보이면 작은 것들은 자동으로 따라 한다. 그게 큰 형님의 몫이다.

해외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미주나 유럽, 호주, 중국, 일본 등 동포사회를 위해, 이민 자녀들의 한글 교육을 위해 그리고 한인사회를 이끌어가는 한인회들의 사업을 위해 이제는 그들도 한 몫을 담당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그리고 그 중에 첫 번째가 장시간 여행을 하는 해외 동포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인간다운 삶을 위한 조금이라도 더 넓은 좌석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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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문기 <뉴스타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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