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메디케이드·식량·주거 보조 이용… 영주권 ‘불이익’

2025-11-19 (수) 12:00:00 서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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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안보부, 공적부조 규정 대폭 강화

▶ 30일간 여론수렴 거쳐 최종 확정 예정
▶ 이민단체 “공중보건·복지 악화” 우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메디케이드나 식량 또는 주거 보조 등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합법 체류자의 영주권 신청을 거부할 수 있는 이민 심사관들의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의 공적부조(Public Charge) 개정안을 발표했다. 17일 연방 국토안보부가 발표한 공적부조 개정안은 바이든 행정부 당시 만들어진 현행 규정을 폐기하고 이민심사관이 정부 지원에 의존한 이민자의 영주권 신청을 거부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개정안은 19일 관보에 게시돼 30일간 여론수렴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시행된 정책을 완전히 부활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이민 심사관에게 폭넓은 재량을 부여함으로써 영주권 등의 심사에서 불이익이 될 수 있는 공적부조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다만 구체적으로 공적부조 대상이 되는 지원 프로그램 세부 목록 및 기준 등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공적부조는 영주권 신청자 등을 대상으로 미래에 공공 혜택에 의존할 지 여부를 판단하는 심사다. 2022년 도입된 현행 공적부조 규정은 생활비 보조금(SSI), 빈곤가정 임시 지원(TANF) 등 정부의 직접적인 현금 지원을 받았을 경우에 영주권 취득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현행 규정을 폐지하고, 이민심사관에게 영주권 등의 심사에서 공적부조 대상자이거나 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판단하는 권한을 더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현금지원 외에도 메디케이드나 푸드스탬프, 섹션8 주거비 지원 등 비현금성 지원도 공적부조에 포함시켜 영주권 기각사유로 삼을 수 있도록 했지만, 바이든 행정부에서 폐기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새롭게 도입되는 공적부조 규정으로 인해 메디케이드와 기타 혜택 프로그램에서 탈퇴하는 이들이 늘어 연방정부가 연간 89억7,000만 달러를 절약할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 대한 우려 입장이 적지 않다.

이민자 옹호단체들은 “개정안이 시행되면 수백만 이민자와 그 가족의 건강과 복지 프로그램 이용을 위축시켜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며 “공중보건에 악영향을 끼치고 빈곤 증가, 교육 및 주거 안전성 저하 등 국가 전체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서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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