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자와 월드 시리즈

2010-10-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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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일에서 일어나고, 천하의 큰일은 반드시 작은 일에서 생긴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말이다. 상나라 주왕은 중국 역사상 최고의 폭군이다. 상나라의 천하는 그의 손에 의해 결딴 난 셈이다. 그러나 그가 즉위 했을 때 이런 비참한 결과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당시 사람들은 모두 상왕조의 강산은 훌륭한 임금의 통치 아래 반석과도 같이 튼튼할 것이고 영원토록 발전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오직 주왕의 숙부인 기자란 사람만이 이를 의심했을 따름이다. 하루는 주왕이 신하들에게 상아로 젓가락 한 벌을 만들라고 했다. 숙부인 기자는 이를 보고는 너무나 놀라고 두려워 했다. 사람들은 왜 기자가 저런 반응을 보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기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임금이 상아 젓가락을 사용하게 되면, 이제 다시는 흙 그릇에다 밥을 담아 드시지 않을 것이다. 아마 코끼리 고기나 어린표범과 같은 산해진미를 드시려고 하시겠지. 상아 젓가락과 옥 그릇을 갖춰 놓고는 또 진수 성찬을 잡수신다면 이제 다시는 거친 베로 지은 옷을 입으려고 하시지 않을 것이며 보통 집에는 들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옷도 최고급 화려한 것으로 바꾸셨으니 집도 남루한 띠집에서 화려한 궁전으로 바꾸실 것이고 높은 누각을 지어 놓고는 즐기려고 하실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가다 보면 사람들은 그 다음에는 무슨 일이 생길지 상상도 하지 못 할 것이다. 그 단서가 바로 대나무 젓가락을 상아 젓가락으로 바꾼 데에 있다. 내가 전혀 춥지 않은데도 소름이 돋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기자의 예상은 딱 들어 맞았다. 5년이 채 되지 않아 상 왕조는 주나라의 무왕에게 멸망을 당하게 된다.

요즈음의 불경기가 온 현실에 우리는 얼마나 예견을 했고 대책을 세웠어야 했는지 참 많은 반성을 하게 된다. 자, 이제 말을 바꾸어 보자. 꿈의 미 프로야구 월드 시리즈가 시작 되었다. 정말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된, 추리고 또 추려서 월드 시리즈 결승에 온 팀, 굉장한 팀들이다. 화려한 선수, 어마어마한 연봉금액 1위, 뉴욕 양키스, 힘도 제대로 써버리지도 못하고 탈락한 불명예를 안았다. 무얼까? 작은 일에 소홀했던 것 이다. 아메리칸리그 결승에서 텍사스, 레인저스에게 2승4패로 진 원인은 절대적으로 감독과 스탭들의 판단 실수인 것 이다.

필자는 미 프로야구 관전하는 것을 좋아한다. (예전 학창시절에는 직접 뛰어보기도 했지만) 인생살이의 한 시대를 이 프로야구게임에서 음미해보니 재미가 있다. 캘리포니아팀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상승세의 텍사스 레인저스와 챔피언을 다투게 되어 더욱 흥분된 마음이다.

이곳 캘리포니아에 오래 살다 보니 지역감정도 생겨 동부 팀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이긴 “자이언츠”가 너무 고맙고 대견스럽다. 이 두 팀의 감독들은 정말 게임을 운영할 줄 아는 바둑으로 이야기하면 고수 한 9단에 가깝다.

이들이 노자의 도덕경을 읽은 일이 없겠지만, 팀의 주축인 투수운영에 있어 아주 탁월했던 면을 높이 사고 싶다. 게임 당사자인 선수들의 컨디션도 살펴야 하지만 감정기복을 빨리 간파해야 한다. 얼마나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는가를 읽어야 한다. 예리한 관찰력이 필요하다.


이들 선수들이 다 굉장한 실력들인지라 쉽게 알아내기가 힘들다. 그러나 한, 두회 이닝을 가다 보면 알 수 있는 게 게임의 흐름이다. 쉬운 처리인데도 실수가 있고 당장 게임의 승패는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바로 원인을 제공 한 것을 알 수 있다. 감독은 이럴 때 냉정한 판단력으로 비록 후보 선수라 할지라도 ‘스타 플레이어’를 만들어내야 한다.

‘샌프란시스코’의 외야수 코디 로스는 감독과 스탭의 작품이랄 수 있다. 또한 상대팀의 작은 실수와 과욕을 틈타, 게임을 뒤집을 수가 있다. 심판의 오심도 발생한다. 인생살이 억울할 때가 얼마나 많은가! 이것도 인내하고 살아야 하듯 오심도 감내하고 싸워야 한다. 이래서 미 프로야구가 인생 역전 드라마를 보여주듯 재미가 더 하는 것 같다. 우리네 인생여정에서 프로야구의 감독들처럼 평정심을 잃지 않는 운영 방법을 배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714)713-2494


마이클 방
비 부동산 동부 오피스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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