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자원봉사’의 진정한 뜻

2010-07-1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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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미국의 건국이념이자 정부의 공식 문헌에는 ‘여럿이 모여서 하나를 이룬다’는 말이 나온다. 다시 말하면 미국사회의 근본은 참여를 모토로 하고 있다. 이 참여는 ‘더불어 사는 가치’를 말하며 이를 구체적으로 나타내는 것이 바로 사회환원의 의미가 담긴 ‘기부’와 ‘자원봉사’ 활동이다.
오늘날 세계를 지배하는 초강국인 미국을 지탱하는 힘은 다양한 문화와 종교의 혼합, 그리고 효율적인 교육시스템에 의한 인재양성 등에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크고 웅대한 힘은 사회저변에 까려있는 자원봉사에 대한 서민의식이다.
모든 시민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생활의 가장 중요하고 기초가 되는 자원봉사의 힘이 오늘날 이 미국을 세계 초강국으로 버티게 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 되고 있다. 미국은 자발적인 사회참여, 자원봉사의 힘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이미 초등학교때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자원봉사에 관한 교육을 실시, 자원봉사 정신을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게 하고 있다.

가진 자들이 가지지 못한 자들을, 힘있는 자들이 약하고 병든 자들을 돌보고 베푸는 정신, 즉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정신을 아메리칸 스피릿으로 녹아나도록 하는 것이다. 오늘날 미국의 자원봉사는 사랑의 정신을 갖고 있는 청교도들이 17세기 초 아메리칸 대륙에 처음 건너와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부터 씨앗을 뿌리기 시작, 이민자수가 급증한 19세기 말 전
지역사회로 확대되면서 구세군, 적십자사, 병원, 봉사기관 등으로 확고히 자리잡기 시작했다.이러한 자원봉사 정신은 지역사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국가의 중대사가 있을 때도 전 국민이 적극 나서 자원봉사 정신을 발휘, 위기를 극복하곤 하였다. 지난 2001년도 9.11테러 발생 때는 루돌프 줄리아니 시장이 당시 방송에서 참사현장의 구호활동 지원을 사절한다 할 만큼 수천명의 의료진과 수만명에 이르는 자원봉사자들이 구호에 나섰었다.


또 2003년과 2006년 북미주가 정전사태로 마비되다시피 한 블랙아웃 때도 시민들이 무사히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서민들의 자발적인 질서유지 정신이 함께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돈, 혹은 시간, 땀과 수고로 이루어진 한 사람의 작은 봉사가 사회를 밝게 하고 국가를 튼튼하게 만드는 힘이 되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은퇴후에도 이웃이나 지역에 있는 병원, 양로원, 봉사기관
등을 찾아 한주 몇시간씩 노약자나 환자들을 위해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몸에 익힌 지역사회 참여, 봉사정신의 실천이다. 미국의 유명대학들은 자원봉사 경험이 없는 학생들은 아무리 성적이 뛰어나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더불어 살아가는 정신이 결여돼 있다는 이유다. 지금도 이 나라 곳곳에서는 아무 대가도 없이 남몰래 조용히 남을 위해 땀흘려 봉사하는 미국인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한인가정 중에는 아직도 자녀들을 학업성적에만 치중하고 있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올바른 시민이 되는데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이자 장애물인 것이다.

자원봉사 활동을 해보지 않은 아이들은 성장후 자기 자신만 아는 이기주의, 고립주의자가 될 수 있다. 학창시절, 타인을 위해 부지런히 내 시간, 내 에너지 들여 열심히 봉사해본 학생들은 일에 대한 보람감은 물론, 자신감과 독립심, 협동심도 배우게 된다. 자녀둘이 모처럼 맞이한 여름방학, 어디론가 가서 자원봉사를 한다면 일석 다(多)조의 효과를 볼 것이다. 부모들은 자녀들의 방학기간을 헛되이 보내게 해서는 안 된다. 공연히 돈이나 주어 거리나 술
집, 카페 등을 찾아 방황하는 여름방학이 되도록 할 것이 아니다. 동네나 타운에서 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자발적으로 헌신하는 봉사활동을 해 보도록 할 필요가 있다. 어디서든 봉사하고 나면 본인 스스로, 부모 또한 자녀가 훌쩍 커진 느낌을 받을 것이다. 수고하고 땀 흘리면 폭넓은 마음과 안목이 생기게 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도 넓어진다. 올바른 인간, 건전한 미국속의 한 시민이 되려면 자원봉사 체험을 많이 하면 할수록 좋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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