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하버드보다 귀한 졸업

2010-07-12 (월)
크게 작게
한재홍 (뉴욕신광교회 목사)

어느 날 교우의 가정에 심방을 갔다. 시집간 딸이 어머니와 동생들이 살라고 집을 마련해 주었기에 예배를 드리기 위해서였다. 막내아들이 고등학교에 다니는 기간이 다른 학생보다 길어 안부를 묻기도 미안했지만 심방을 갔기에 용기를 내서 고등학교 졸업은 잘 했느냐고 물었다. 그런데 어머니의 대답이 위대했다. 하버드를 졸업했다는 것이다. 여러 해를 보내면서 아들의 졸업을 가슴 졸이며 기다렸는데 다행히 졸업을 했기에 어머니의 마음은 하버드의 졸업보다 더 값지고 귀한 것이어서 이런 답을 한 것이다. 그렇다.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바르게 졸업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고등학교만 졸업해 놓으면 언제든지 대학에 갈 수가 있다. 이것은 참으로 칭찬받을 일이다. 장한 일을 한 아들을 대견스럽게 바라보며 예배 후에 훌쩍 커버린 손을 붙잡고 팔씨름을 했다. 단번에 쓰러뜨린 힘 앞에 많은 세월이 흘렀음을 느꼈다.

20년 전, 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와서 “아버지, 엄마, 나에게 감사하세요.” 라고 말했던 일이 생각났다. 고등학교를 잘 졸업해 준 것만으로도 자식에게 감사를 해야 할 것이다. 하기야 그때 내 자신도 뉴욕시 안에서 시험을 보러 가는 학교가 있는 것을 모르고 있다가 어느 날 아들이 시험을 보러 간다고 해서 알았으니까. 우리는 조금 늦어지고 방황하는 자녀들에게 너무 보채지 말고 인내하고 저들에게 용기를 주면서 격려하면 언제인가는 하버드 졸업보다 더 귀한 졸업의 날이 올 것이다.


미국의 대학은 돈이 많으면 기여 입학제가 있어 부모의 덕에 입학하고 졸업을 할 수가 있다. 그러나 고등학교는 자력에 의해서 졸업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더 귀한 졸업이라고 할 수 있다. 고등학교는 모든 공부의 기초가 되기에 참으로 중하고 꼭 과정을 거쳐야 할 관문인 것이다. 미국은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이지만 때론 부모님의 무관심과 자신의 나태 내지는 사회 환경에 의해서 열외가 되기도 한다. 이제 우리는 우등생에게만 시선을 두지 말고 열등생에게도 관심을 쏟아보자. 사회는 실제로 열등생들이 끌어가는 것이며 저들이 얼마나 수고하느냐에 따라서 나라가 달라진다. 옛 말에도 “한 사람의 지혜로운 생각보다 열 사람의 미련한 생각이 더 낫다”고 했다. 우등지향의 교육이나 관심에서 참 인격과 건전한 생각이 더 귀하게 평가받는 시대를 만들어가자.

원래 민주주의는 다수의 의견에 그 것이 중용이어야 했다. 요사이 엘리트 한 사람 잘못 세웠다가 가정에서 사회와 국가 내지는 세계가 멍드는 것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보았다. 이제부터 우리 주위에 열등생에 대한 따스한 손길이 필요하고 사랑의 조언이 저들에게 힘이 될 것이다. 요사이 신문에 보면 누가 졸업식에서 학생대표로 연설을 하였고, 무슨 장학금을 받아 대학에 갔다는 소식은 자주보지만 하버드보다 더 귀한 졸업에 대해선 무관심이다. 학생들이여! 이번 여름에도 부족한 학점을 채우려고 학교에 나가는 발걸음이 무거울 필요가 없
다. 너희들은 이 사회를 짊어지고 갈 가장 귀한 일꾼이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실망하지 않고 집을 나서는 저들에게서 희망을 보자. 그리고 용기를 주자. 저들이 우리를 책임질 이 나라의 동량이며, 우리의 자녀들이다. 빛나는 졸업장을 받아 부모님을 기쁘게 하고 자신감을 가지고 사회의 일원이 될 것을 기대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