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밤 문화와 낮 문화

2010-07-1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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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에는 문화가 있다. 문화란 문화 자체가 스스로 생겨난 것은 아니다. 사람이 먼저 생겼고 그 사람들에 의해서 문화는 탄생했다. 탄생된 문화는 생성의 과정을 거쳐 우리들 주변의 현대에 이르고 있다. 문화의 정의를 살펴보니 “한 사회의 주요한 행동 양식이나 상징 구조 혹은 상징체계”라 나와 있다. 그러면서, 문화란 사회사상, 가치관, 행동양식 등의 차이에 따른 다양한 관점의 이론적 기반에 따라 여러 가지 정의가 존재할 수 있다고 한다. 인류학자들은 “정형화할 수 있고 기호로서 의사소통할 수 있는 모든 인간의 능력”을 문화로 본다. 동물학에서는 문화를 “동물 생태계에서 위치하고 있는 인류의 행동양식”이라 정의 한다.

여기서 말하려는 문화는 학술적으로 정의된 바 있는 그런 문화가 아니다. 인간의 삶에 있어서의 밤과 낮의 문화를 말하고자 한다. 즉, 밤의 문화와 낮의 문화가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가? 혹은 낮과 밤이 사람에게 가져다주는 문화적 차이는 무엇인가? 아니면 왜, 사람이란 낮의 문화보다 밤의 문화에 더 친숙하고 익숙해 있는가? 등이다. “세상을 지배하는 자는 남자다. 그러나 남자를 지배하는 자는 여자다”란 말이 있다. 이 말의 뉴앙스는 다른 데 있다. 남자들이 큰 소리로 세상을 지배한다고 치자. 그래도 그 남자들은 밤의 문화 속인 침대 속에서는 여자들의 말에 넘어가지 않을 자가 거의 없다는 뜻이 포함돼 있다. 결국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대로 따라가는 존재라는 표현도 된다.


근육질로 나타내지는 남자의 힘이란 보는 관점에 따라 아주 강할 수 있다. 힘으로 따지자면 여자가 당하지 못하며 여자를 능가한다. 그렇지만 아름다운 몸과 부드러운 피부의 여자들이 만들어내는 밤의 문화 속에서는 남자들은 거의 맥을 놓게 된다. 여자란 “신이 창조해낸 작품 중 최고의 걸작”이란 말도 있듯이 여자는 남자를 능가하는 문화의 소유자다. “역사는 밤에 창조 된다”란 말이 있다. 이 말을 다르게 말한다면 “역사란 밤의 문화에 의해 창조 되고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라고 할 수 있다. 이 말에는 여러 가지 뜻이 함유돼 있다. 정치등 사회적으로도 쓰여질 수 있는 말이고 개인사적으로도 쓰여질 수 있는 말이다. 밀실정치라는 것은 거의 밤에 이루어진다.

환한 대낮 문화 속에서 해결안 된 것도 깜깜한 밤 문화 속에선 해결되는 것이 정치요 세상이다. 낮 보다는 밤이 더 무드가 있다. 사랑하는 두 남녀의 고백과 사랑도 낮보다는 밤이 더 그 사랑을 농익게 할 수 있다. 이렇듯, 두 연인을 더 가깝게 해 주는 시간은 낮 시간보다도 밤 시간이다. 그래서 밤 문화가 더 위대하다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낮은 열심히 일하는 시간이다. 밤은 쉬는 시간이다. 쉬면서 사랑도 하는 시간이다. 낮과 밤은 뚜렷한 구분이 있다. 지구의 극단 지방에는 밤과 낮의 구별이 그리 쉽지가 않다. 일 년 열두 달 중 밤이 반이요 낮이 반인 곳도 있다. 하루의 밤과 낮이 제대로 구분이 안 된 이런 곳에 사는 사람들은 무척이나 스트레스가 쌓여 술 문화가 더 많이 발달돼 있다고도 한다. 낮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 밤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낮 문화보다는 밤 문화를 더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낮 시간 보다는 밤이 더 친숙하게 느껴진다. 그들을 나무랄 수만은 없는 것 같다. 이것은 본래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본능적인 어둠을 좋아하는 마음 탓이 아닐까.

인류가 생성되기 전 밤과 낮은 있어왔다. 인류가 이 땅에 태어나면서 인간의 밤 문화와 낮 문화도 시작, 생성됐다. 인류의 문화를 문화 되게끔 사람을 생산해 낸 것은 낮 문화보다 더 친숙한 밤의 문화 덕이 아닐까. 낮 문화에서 해결 안 되는 일이 있다면 밤 문화에 호소해 보면 해결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밤은 사람을 쉬게 하지만 역사를 창조하게도 한다. 낮 보다는 밤 사람이 있다. 밤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은 그것이 생계유지가 되니 밤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햇빛이 찬란한 대 낮도 좋은 것이지만 달빛 은은한 한 밤의 풍요도 멋있다. 밤과 낮이 어우러져 돌아가는 삶의 한 자리에 우리들은 서 있다. 밤과 낮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하나의 지구 속에 있다. 밤 문화와 낮 문화가 하나 돼 오늘도 인류는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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