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성공한 뉴욕한인은 어디에?

2010-07-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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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논설위원)

어제 아침 이메일로 김영옥 재미동포연구소 이사장 홍명기씨의 인터뷰 기사를 받았다. (좋은 내용의 글과 사진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있다.)홍명기씨는 캘리포니아에 본부를 둔 공업용 페인트를 생산하는 듀라코트사 회장으로 로스앤젤레스 동포사회의 든든한 재정 후원자라 한다. 미주한인 사회에 이미 약속한 1,000만달러 외에 추가로 최소 1,000만달러를 더 기부할 것이라 한다.이번에 김영옥 재미동포 연구소의 이사장을 맡게 된 것도 ‘영웅 김영옥’이란 책을 밤새워 읽고 난 후 약자와 소수민족의 인권 신장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삶에 감동해서, 연구소에서 한인 2세들에게 정체성과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는 연구를 했으면 해서라고 한다. 또 백영중 패코스틸 회장은 미국 철강왕이라고 불리는 인물로 통일 조국의 북한 땅 평양에 도산 안창호 동상과 대학을 세우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도산의 정신인 정직, 성실, 사랑 3계명이 패코 철강의 기업정신이다.

이종문 암벡스 벤처그룹 회장은 다이아몬드 컴퓨터 시스템으로 실리콘 밸리에 성공신화를 썼으며 2002년 이종문 재단을 설립, KAIST에 과학기술인과 경영교육 전문 도서관을 건립하고 전 재산의 사회 환원을 선언했다. 이처럼 성공한 미주한인들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매스컴에도 오르내리고 사회 환원을 위한
기부도 아낌없이 하고 있다.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하고 있는 대부분의 한인들이 LA를 비롯 서부쪽 한인들이다.아무리 LA 한인사회 규모가 뉴욕과 비교가 안되게 크다지만 뉴욕 쪽에는 성공한 사람이 없단 말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맨하탄에 빌딩을 십여채 가진 사람부터 수십여채 지닌 한인부동산 개발업자, 브로드웨이에서 잔뼈가 굵은 한인업체의 거상, 식당 체인업으로 승승장구하는 사장 등등 말 그대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들은 별로 앞에 나서지 않고 있다. 매스컴에 나타나는 것도 꺼린다. 같은 미주 한인끼리 동부냐 서부냐를 나누는 것 자체가 전라도냐 경상도냐로 지역적 분열을 조
장하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동부쪽이 잠잠한 것은 사실이다. 물론 컬럼비아 대학에 불교학과 개설 및 한국관련 서적을 기부한 코만 스포츠 웨어 조일환씨, 지진 피해를 입은 아이티 주민들에게 70만 달러 상당의 의류를 전달한 터보 정영인씨,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류 패밀리 재단과 행크 앤 한나 최 재단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 및 이윤의 사회 환원을 말없이 실천하는 경영인도 있다.

그런데 한인사회에 발을 담그지 않는 한인은 왜일까? 서부보다는 뉴욕 컬럼비아 대학이나 보스턴 지역 유학생과 지상사 출신들이 뉴욕에 정착한 경향이 많다보니 점잖은 선비 성향으로, 혹은 은둔자 형이 많아서일까, 아니면 한번 얼굴을 내밀면 줄줄이 찾아와 기부를 하라고 할 것이 자명해서인가, 그래서 한인사회에서 한걸음 떨어져 관조하는 삶을 사는 것인지. 물론 그들이 무조건 사회적 책임에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질병과 전쟁, 기아의 위험에 처한 제3세계 사람들을 돕고 병원과 집을 지어줄 수도 있다. 한인사회가 아닌 전 인류를 대상으로 사회적 책임과 활동범위를 넓히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선 우리는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고 싶다. 외로운 노인들에게 따스한 밥을 배달하고 병원에 가는 차량 서비스, 통역 서비스도 하고 재정적 위기에 처한 한인회관, 커뮤니티 센터, 노인 문제, 청소년 문제 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싶다.
LA동포들이 기부 문화에 앞장섰다는 기사가 두 번 나면 뉴욕동포들은 한번이라도 나기 바란다. 큰 부자가 인심도 크게 쓴다는데 그 사람이 뉴욕한인이라면 그야말로 자랑스런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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