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국 통일의 서막

2010-07-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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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영 (전 언론인)

아시아와 세계정세에 큰 변화를 가져다 줄 사건이 지난달 29일 일어났다. 중국과 대만이 두 지역경제를 단일시장으로 묶어 통합하는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이 체결된 것이다. 이른바 차이완(China+Taiwan) 시대-중국, 대만, 홍콩을 잇는 중화경제권이 출범함으로써 인구 14억, 경제규모 5조5천억 달러의 거대한 경제블럭이 탄생하였다. 독일 통일 20년만에 이번에는 아시아에서 세계사적 사건이 태동한 것이다.

중국 통일의 초석이 될 수 있는 이 경제협정을 들여다보면 중국은 대만에 대해 수출품목과 수출액수에서 몇 배나 유리한 조건을 안겨줬고 농산물과 서비스분야에서도 특혜를 줬다. 중국은 경제를 양보하는 대신 공동체형성을 통해 궁극적으로 ‘하나의 중국’이라는 정치적 목표에 한 발작 더 다가서게 되었다. 대만 역시 경제, 무역 이익 외에 지금 세계적 추세로 되고있는 자유무역(FTA)붐에서 소외되는 고립위기에서 벗어남으로써 양자는 서로 이익을 보는 실용주의의 현명함을 보여줬다. 패전의 징벌로 분단됐던 독일도 통일되었고 내전으로 갈라졌던 중국도 통일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전쟁이 끝난지도 반세기 이상이 지났건만 남.북으로 분단된 한반도의 반통일 분열주의 세력들은 사상, 이념이 다르다고 지금도 피투성이 대결에 목숨을 걸고 있다.


중국은 북한보다 훨씬 많은 핵과 재래식 무기로 무장하고 있고 그런 중국을 상대로 핵무장 없는 대만이 경제통합에 응했다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강경정책과 대조된다. 중국의 햇볕이 대만의 외투를 벗겼다면 한국의 강풍은 외투를 더 껴입도록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이 정착시켜 놓은 남북화해 협력이 새정부 2년반만에 날아가고 남북간에는 지금 냉풍이 불고 있다. 6.15, 10.4 선언이 실천되고 분쟁지역인 서해 평화지대가 실현되
었더라면 군함이 침몰하고 46명의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일어나지 않아도 되었다. 금강산 관광으로 매년 수많은 남쪽동포가 분계선을 넘어 북을 찾았고 이산가족이 서로 만나고 서울을 겨누고 있던 장거리포 밀집했던 화약고 개성이 남북합작 공업단지로 발전하면서 민족의 숙원인 통일도 손에 잡힐 듯 하였다.

남북 긴장과 대결이 깊어지면 북한동포가 겪는 고통은 말할 것도 없지만 남한 경제에도 타격을 준다. 국제신용은 떨어지고 투자된 해외자본도 전운 감도는 위험지대를 빠져나간다. 남북은 쌀이 남아돌아 이명박 정부는 동물사료로 소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쌀값 폭락을 걱정하는 농민들의 시름도 높다. 북을 더욱 압박하여 굶주리는 동포들이 고통에 못이겨 김정일 정권을 붕괴시키는 이른바 ‘급변사태’를 기다리는 정치논리가 동포애와 인도주의를 압도하고 있다. 더 이상 무익한 압박강경정책에서 궤도수정을 모색하라는 국내외의 압력이 높다. 민족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외세에만 이익을 주는 대결정책에서 그만 벗어나 실용의 현명함을 찾으라는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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