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의회 비준은 한인의 몫

2010-07-0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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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한인유권자센터 상임고문)

미국인(미국여권)들은 한국을 방문할 때 입국허가(비자:VISA)를 받지 않는데, 한국인(한국여권)들이 미국을 방문할 때에는 반드시 입국허가를 사전에 받아야만 했다. 주권국가간의 불공평한 일이었다. 한국정부도 오랫동안 대미국 비자면제를 위해서 노력해 오고 있었지만 한국으로서는 비자 거부율을 3% 이내로 낮추는 일이 거의 불가능했다. 미국의 국내법을 바꾸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법을 바꾸는 일은 미국내의 정치문제이고 전적으로 시민들의 몫이다.

미국의 시민인 한인들의 정치력을 신장시키고 결집시켜 한인들의 권리와 이익을 옹호하는 뉴욕의 한인유권자센터가 이것을 주요 사업으로 채택했다. 비자면제는 양 국가간의 울타리를 없애는 일이며 양 국가의 관계를 가장 가깝게 결속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유권자센터는 특별예산을 정하고 모금운동을 펼쳤다. 전국적으로 비자면제요청 서명운동을 펼쳐서 거의 5만여 명의 시민으로부터 서명을 받기도 했다. 연방의회의 주무 상임위인 국토안보위와 외교위의 의원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보좌관들을 접촉해서 동맹국을 강조하고 이라크전쟁 파병국임을 앞세웠다. 한국계 미국시민들의 현안이니, 이것은 곧 미국시민의 논리라고 홍보했다. 오하이오주 출신의 보이니비치 상원의원의 손을 빌려서 ‘한국에 관해서는 비자 거부율을 10% 내외로 한다’라는 특별법을 상정토록 해서 2007년 2월15일 통과를 시켰다. 워싱턴DC 중앙정치권과의 첫 번째 프로젝트가 성공했다. 미국시민이며, 납세자의 논리가 정확하게 먹혀 들어갔다. 미주한인들의 역할이 무엇인지 몸소 체험한 사건이다.


6월30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서명이 이뤄진 지 꼭 3년째다. 그러나 아직도 양국 의회에서 비준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재협상 절대불가를 고수하면서도 한국정부는 국가과제중의 으뜸이 미국 의회의 FTA 비준이다. 재협상이 아니면 반대편으로 돌아설 자동차산업지대의 유권자의 정치력에 주눅이 든 오바마 정부는 그동안 거의 침묵으로 일관해 왔었다. 문제의 핵심은 ‘자동차협상’이다.

한.미 FTA, 차일피일 미뤄지기만 하던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의 어떤 것을 눈치 챘는지 정상회담에서 FTA구체적인 시한을 언급했다. 대단한 진전이다. 재협상(Renegotiation)이 아닌 조정(Adjustment)을 통해 의견을 조율하기로 했다는 애매모호한 점이 수상쩍스럽지만 조정이란 단어를 통한 미국측 요구조건이란 결코 간단치 않을 것 같다. ‘의견을 들어보고 판단하겠다’는 한국측에선 조정이든, 실무협의든 간에 그 내용이야 거의 재협상에 가까울 것이란 각오를 해야 할 듯하다.

한미 FTA는 자동차 노조의 지지와 지원을 받는 민주당 지도부와, 자동차공업지역 출신의 민주당 의원들의 결사적인 반대에 봉착되어 있다. 그것은 자동차노조와 자동차 공업지역의 유권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정치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바꾸어서 한미 FTA로 인해서 이익을 보는 유권자들은 왜 가만히 있는가? 다시 말해서 한인커뮤니티의 경기활성화를 위해서 한인 납세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한인유권자들은 애써 침묵하고 있는가?란 질문에 우선은 한인사회 리더들이 답을 해야 할 듯하다.

한국정부도 눈치로만 한인들에게 이것을 애타게 기대하고 있음이 분명한데... 뉴욕과 LA의 한인들이 자동차공업지역의 유권자들처럼 정치세력화 하여 목소리를 낸다면 비자면제를 한인들이 이루어낸 것과 같이 FTA에 구체적으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모국과 미국의 경기활성화를 동시에 충족시킨다는 완전한 논리에 적합하다. 미국 의회에선 “지역구의 현안을 넘어서는 당론은 없다”란 불문율이 있다. 지역구 납세자들의 요구라면 당의 방침을 어겨도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는 말이다. 한인(미국시민)들에겐 이러한 파괴력이 있는 잠재된 정치적인 힘이 있다. 비자면제를 성취한 모범을 보면 해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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