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유수처럼 빠른 세월 속에서

2010-06-2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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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금년도 반이 지나가고 있다. 세월이 유수처럼 빠르다. 빠른 세월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 빠른 세월 속에서도 사람은 태어나고. 죽고. 세상은 변함없는 듯 그대로이다. 사춘기에 접어든 자녀의 부모들은 자녀들 때문에 걱정한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고 한다.
대학을 나와 직장에 다니는 청년 남녀들은 결혼을 한다. 2세들의 결혼에 참석한 적이 있다. 그들에게서 느끼는 감정은 한 마디로 좋았다. 세상이 아무리 혼탁하고 어렵다 해도 그들에겐 그것이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들에겐 핑크빛 앞날만이 있다. 사랑하고 일하고. 열심히 살아 집도 살 것이고. 얼마나 좋은가.

결혼 적령기에 있는 2세의 부모들. 자식을 키워 장가를 보내고 시집을 보낸다. 대개의 경우 부모들의 나이는 50대 말에서 60대다. 결혼식에서 시집가는 딸과 춤을 추는 아빠의 모습. 둘이 정답게 웃으며 춤을 추다가 딸이 살며시 눈물을 보인다. 눈물을 닦으며 아빠와 춤을 추는 그 딸의 모습이 기특하고 아름답기만 하다. 이민의 삶 속에서 1세들은 고생을 하며 2세들을 키운다. 2세들은 부모의 고생을 어떻게 생각할는지. 2세들은 장성하여 결혼한다. 그들도 자식을 낳는다. 3세들이다. 또 그들이 장성하여 결혼한다. 4세로 이어진다. 그 때엔, 이미 1세들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저 하늘에서 자손의 잘됨만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 이것이 이민의 삶이요 역사다.


하와이에 처음 발을 디딘 우리 이민의 선조들을 생각해 본다. 그들은 사탕수수밭에서 품을 팔며 온갖 고생을 다했다. 그런 가운데서 그들도 결혼하여 자식을 낳으며 길렀다. 이제 그 후손들은 4세와 5세 쯤 될 것이다. 그들 중에는 하와이 주 대법관도 나오는 등, 이 나라에 중요한 직책을 맡은 백성들이 되어 잘 살아가고 있다. 선조들은 고생을 하여도 후손들만 잘 된다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을까. 그렇다. 그러나 본토에서의 1세들. 아직도 고생을 하고 있는 그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정착되어 잘 사는 1세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1세들도 많기에 그렇다. 미 본토에 이민이 시작된 것은 1960년대 존F 케네디대통령의 이민정책이 실시되면서 부터다.

하지만, 이민이 본격적으로 실시된 것은 1970년대와 80년대부터다. 이 때 이민 온 1세들의 연령은 60대에서 70대와 80대에 달할 것이다. 이들은 고생 많이 했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돈도 많이 벌었을 것이다. 경제가 지금보다는 아주 좋았기에 그렇다. 2000년 이후 역이민 현상이 생겨 미국을 떠나는 사람들을 보아도 최근 10년간의 미국 경기를 알 수 있다. 그래도 미국은 세계 최강국으로서 먹고 살기에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좋은 나라다. 그리고 2세들을 키우기에도 여기보다 더 좋은 나라는 없을 것이다. 일부 한인들이 역이민을 하여도 자녀들은 이곳에서 교육을 그대로 시킨다. 1세들이야 고생을 이기지 못해 이곳을 떠나도 이곳만큼 더 교육을 시키기에 좋은 곳도 없으니 그럴 것이다.

이곳에서 자라나며 교육을 받고 현장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젊은이들에게서 우리 한인 이민 역사의 미래를 바라본다. 이미 각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2세와 3세들은 많기 때문이다. 세월이 유수처럼 지나가듯, 1세들은 지나간다. 남아서 뿌리를 지켜주는 것은 자손들이다. 그들이 잘되기 위해 하는 1세들의 고생이야 당연히 해야 할 고생 아닌가. 한인 이민의 역사가 200년이 되고 300년이 되는 그 때까지도 한인의 얼과 뿌리가 이 나라에 잘 이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그 때는 지금의 1세들이 이 사회의 주변에서 살아야 했던 것처럼 한인들이 작은 소수의 민족이 아닐 것이다. 당당히 이 나라의 중심인물들이 되어 타 인종들과 더불어서 함께 당당히 살아가는 백성들이 되어 있을 것이다.

2010년도 반이 지나가고 있다. 빠르다. 빠르게 지나가는 세월 속의 우리들. 무엇인가는 남겨야 하는데. 자식들밖에 남기는 것이 없다 해도 사는 날까지는 열심히 살아야 할 것이다. 이민 와서 닥쳐야 하는 고생은 모두가 우리 후손들이 잘되기 위한 고생임을 알아야겠다. 6월의 땡볕이 따갑다. 연일 오르내리는 무더위에 더위 안 먹게 주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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