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잘 먹고 잘 버리기

2010-06-2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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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논설위원)

여름 바비큐 시즌이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갈비를 굽고 먹을 지 알 수 없지만 이민 초창기 시절 통과의식처럼 야외에 나가 맑은 공기 마시며 바비큐 하기는 좀체로 그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웰빙 식단을 고수하느라 일체 고기를 먹지 않기도 하고 건강상 채식주의를 택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날 저녁 콜레스테롤 약을 먹더라도 먹고 싶은 스테이크나 갈비는 먹어야 하는 사람도 있다.그러나 잘 먹는 것은 좋으나 먹고 난 뒷정리가 얼마나 중요한 지는 잘 모르는 것 같다. 다행히도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목표를 달성한 태극전사를 응원한 합동응원장에는 경기 후 응원객이 남기고 간 쓰레기가 거의 없을 정도로 뒷정리가 깔끔했다고 한다.

그런데 남이 안보는 곳, 사적인 공간에서는 별로 신경을 안 쓰고 쓰레기가 남발되고 있다.수년 전 퀸즈 앨리폰드 팍 바로 옆에 살 때 가끔 그 공원으로 산책을 갔었다. 대추 나뭇가지에 대추 영글듯 한인 마트의 비닐봉지가 여기 저기 걸려 있는 것을 보았었다.주말 바비큐를 하고 간 현장의 차콜 재에서는 연기가 계속 나고 있어 버려진 빈 우유통을 주워 인근 수돗가에서 물을 담아와 완전히 불씨가 사그라질 때까지 끈 적도 있다.5년전 앨리폰드 정화 자원봉사단(단장 박병춘)이 생긴 이후 소주병도 줄어들고 공원이 깨끗해졌지만 아직도 쓰레기는 대책없이 버려지고 있다.


“주말이면 교회나 단체들이 공원에서 야유회를 많이 한다. 갈 때는 제발 쓰레기를 잘 정리하고 가기 바란다. 일부러 야유회 팀으로 가서 검정 플라스틱 봉지를 나눠주고 부탁을 하기도 하는데 가고나면 쓰레기가 그대로 공원에 굴러다니기도 한다. 봉지 안에 넣어서 잘 묶어 길옆에 두기만 하면 되는데 그게 어려운 모양이다.”고 자원봉사대 관계자가 하소연 해왔다. 빨간 봉지가 많은 중국인 쓰레기, 깡통 맥주가 많은 히스패닉 쓰레기, 소주병과 갈비뼈, 라면
봉지가 있는 한인 쓰레기, 다양한 얼굴을 한 쓰레기는 민족의 매너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보통 일요일 오전 7, 8시면 은퇴한 한인 3명이 주축이 된 자원봉사단들이 공원 입구부터 산책로까지 청소를 시작하는데 두어시간 후면 대형 까만 플라스틱 백 5개 정도가 찬다. 오전 10시가 되면 공원 청소차가 와서 잘 묶어 길옆에 둔 쓰레기 봉지를 수거해 간다고 한다. 이같은 자원봉사단의 노력이 공원을 청결하게 만들어 지역 주민들과 공원국의 칭송을 받고 있다.

자원봉사대의 또 다른 노인이 부탁을 해왔다.“땅에 떨어진 스티로폴은 잘 집어지지도 않는다. 애들이 콜라나 주스 먹을때 사용한 스티로폴은 봉지에 넣어서 버려주면 좋겠다. 과자봉지나 풍선 쓰레기도 마찬가지다.”차콜재를 비롯 기타 쓰레기를 잘 담고도 나무젓가락이 비닐을 뚫고 툭툭 튀어나와 난감한 상황
을 만들기도 한다니 버릴 데도 잘 버려야겠다.보이는데만 청소하지 말고 안보이는 것에도 항상 사람 눈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주변 청소를 잘하는 것은 물론 되도록 쓰레기를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모든 곳이 내집 안방이고 뜰이라고 생각하면 공원이나 팍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퀸즈 앨리폰드 팍, 보태니칼 가든을 비롯 모든 뉴욕시의 팍이나 공원은 주정부나 연방정부의 것이 아니다. 내 것이다. 내가 낸 세금으로 관리되고 내가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건강을 위해 잘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버리는 것도 더 할 바 없이 중요하다. 그래야 천혜의 자연이 오랜 기간 보존되고 그 혜택을 내가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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