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비된 죄의식

2010-06-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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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정(은퇴목사)

필자의 사위가 컴퓨터 인터넷을 처음 열어주고 간 후에 연습 삼아 아무거나 클릭해 보는 중인데 손자들이 들어왔다. 구경하던 손녀(8세)가 ‘할아버지, 그건 나쁜 것’라는 아찔한 지적(?)에 정신이 번쩍 들어 다른 것을 클릭하였더니 화면이 바뀌며 재미없는 화면이 나오자 아이들이 나가버렸다,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그 ‘나쁜 것’을 찾아 점검해 보았더니 여자아이들이 머리를
산발한 채 몸을 뒤흔드는 에어로빅동영상임을 확인하였다.

손녀는 초등학교 3학년의 아이지만 ‘나쁜’ 것과 ‘좋은’ 것에 대해 순진하고 예민하여 나에게 알려준 것이다, 하지만 학력이나 경력이 더 많고 나이도 더 많은 고학력지도자나 성인들의 생각과 분별력은 이 8세 어린이만한 교양수준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싶다. 요즘 성직자들의 사회적 위신이 수준이하로 침몰하고 있는 것도 그런 예임을 말해 준다. 개신교 목회자 중에는 물질문명의 맘몬이즘에 완전히 오염된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우려된다. 돈과 물질에 대한 과욕이 교회의 대형화나 기업화로 전락하여 마치 16세기 종교개혁 이전처럼 부패하였으며, 허영심과 명예욕이 얼마나 찼는지 총재나 총장 혹은 대표직과 박사(가짜)로 둔갑하고 무슨 저명인사나 된 양 우쭐대고 오만하여 거룩한 강단을 뭉개고 있으며 몇몇 대형교회 목회자 중에는 세습까지 하여 사회적 물의와 지탄을 받고 빈축을 사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천주교의 성직자스캔들이 터졌다 하면 으레 성(聖)이 아닌 성(性)추행 문제로 최고위직에서 말단까지 구린내를 피우고 있으며, 이슬람교는 악명 높은 알카에다, 탈레반이 지하드(성전)미명하에 이맘(성직자)이 선량에게 자폭폭탄을 장착시켜 글로벌테러집단화로 감시받고 경계받는 집단이 아닐까 할 정도이다. 그럼에도 그들에겐 얄팍한 죄의식도 찾아볼 수 없으니 말이다. 불교도 염불보다 잿밥에 눈독들인 속승으로 전락한지 벌써 오래 되었기에 외면받고 있지 않은가 싶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09년 국가부패지수(CPI)에 의하면 한국은 10점 만점에 5.5점을 얻어 조사대상 180국 중에서 39위(브루나이, 오만과 공동)에 올랐다고 한다. (참고로 1위는 뉴질랜드 9.4; 2위는 덴마크 9.3; 3위는 스웨덴과 싱가포르 9.2) 한국의 천주교와 기독교 인구비율은 3~4명중 1명은 교회와 성당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면서 부패지수는 세기의 수준급에 있다는 증거
이니 죄악 불감증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지 않은가? 들리기는 공직자는 뇌물과 횡령 매관매직 부정축재요 불량배들은 사기와 폭력 패륜과 불륜이며
빈민은 불노소득이나 노리고 노숙자로 전락하고 사회는 위장, 위조, 가짜가 진짜 행세하고 있으며 전과자나 병역회피자들과 탈세자들이 당선자 3,991명중 399명(10%)이 지방선거에 당선하여 목에 힘을 주고 살게 되었다는 통계도 나왔다.

소득세나 재산세 앞에서는 거지꼴 하고 재산신고액은 1억에서 5억의 떼 부자가 1,696명(42,5%)이었다 하니 믿기 힘든 일이다. 사기를 치고도 죄의식이 전혀 없는 마비된 죄의 불감증 세대라고 부르면 모욕이라고 발끈하지 않을까? 사도 바울은 ‘양심이 화인을 맞은 자들’(딤전 4;2)이라고 하였고 ‘양심을 버린 자를 파선한 배’(딤전1:19)로 비유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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