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에너지 절약은 여전히 쿨한 생활 습관

2010-06-17 (목)
크게 작게
박원영(경제팀 차장)

키친타올을 짜고 말려서 여러번 사용하는 어머니나 할머니들처럼 기자의 부모세대는 차라리 돈은 함부로 써도 휴지하고 물은 함부로 쓰지 않는 세대라고 한다. 이들보다는 혜택을 많이 받았지만 그래도 점심시간에 혼식, 분식 검사를 받고,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땅에서”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세대라서 기자도 나름의 절약 정신은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처음 뉴욕에 왔을 때 미국인들의 에너지 소비행태를 직접 보고는 정말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 절약 교육을 받았던 기자의 기준으로 볼 때 미국인들은 기름을 써도 너무 많이 썼다. 지하철이나 버스, 극장안이 얼마나 추웠던지 미국에 와서 외출할 때 한여름이라도 반드시 긴팔 옷을 준비하는 것은 습관이 됐다. 사무실이 너무 추워서 꼭 가디건 하나는 사무실에 놓아둔다는 사람들도 한, 두명 본 것이 아니다. 여름철 밤늦게 퇴근해 집을 돌아갈 때는 아파트와 주택을 가리지 않고 밤새도록 돌아가는 에어컨 소리가 동네에서 웅웅거렸다. “겨울은 다소 춥게, 여름은 살짝 덥게”라는 생활 개념자체가 없는 나라 국민인 것 같다.
멕시코 만 원유유출 사고의 피해가 장기화되고 심화되고 있다. 얼마나 많이 생태계가 피해를 입을 지는 가늠하는 것조차 어렵다고 한다. 먼 곳의 일만은 아니어서 당장 장바구니 품목인 해산물 가격이 들썩 거렸다.


뉴욕시 씨푸드 레스토랑 관계자들도 이 지역에서 주로 올라오던 굴 값이 폭등해 울상이라는 소식도 들렸다. 문제는 이런 대형사고를 겪고 나서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결국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는 것. 한 공화당 의원이 “추락 사고가 났다 해서 항공기 운항이 멈추느냐?”며 심해 오일 시추가 줄어들 지 않을 것을 단언하기도 했지만, 석유와 관련된 이익 집단들은 너무 많고 이들의 힘은 너무 강력하다. 대체 에너지 개발은 여전히 먼 훗날의 일이고 당장 필요한 석유의 양은 너무 많다. 그린에너지 개발이 지속적으로 진행될 지도 의문이다. 부시와 체니가 대표적인 경우지만 석유와 직접 이익 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또 이 나라의 지도자가 될 수도 있는 일이다.

결국 해결책은 미국인들이 오일 중독에서 빨리 벗어나는 것 밖에는 없다. 그 ‘미국인’들 중에 한인들도 포함되어 있다. 기자도 마찬가지지만 미국에 살면서 익숙해진 생활 습관(예를 들면 에어컨 켜지지 않은 실내공간은 상상을 못하는)들을 한번쯤 돌아 볼 때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90년대 직장 생활을 할 때만 해도 한국의 사무실에서는 부채를 꽤 사용했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